논단/TV홈쇼핑, 그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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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3.19 21:05

논단/TV홈쇼핑, 그 길을 묻다

논단/TV홈쇼핑, 그 길을 묻다

 

씨를 말리는 한국 TV홈쇼핑, 이대로 좋은가

‘1개 상품 1시간 편성’ 등 상품편성이 가장 큰 원인

백수오사태, 소비자 신뢰 깨 홈쇼핑 매출하락 주도

 

‘한국에서의 홈쇼핑 급성장은 유례가 없는 것’ 홈쇼핑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최대 홈쇼핑회사 QVC의 임원이 2개로 출발한 한국의 홈쇼핑사를 방문했을 때 했던 말이다. 우리나라의 홈쇼핑은 1995년 케이블TV의 도입과 함께 선보인 이래 홈쇼핑 채널 설립자들도 예상치 못했던 대성공을 이뤄냈다. 이후 이십 년. 유통업계의 돌풍을 일으켜 온 홈쇼핑의 미래는 탄탄대로인가?

최성수 자유기고가

 

TV홈쇼핑의 성공요인

우리나라에서 홈쇼핑이 대성공을 거둘 수 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한국인의 방송에 대한 신뢰‘였다. 즉 방송에 대한 경외심에 가까울 정도의 무한한 신뢰감이 방송채널을 통한 홈쇼핑 판매의 신뢰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방송채널을 통한 홈쇼핑판매 방식이 처음 시작되고 온전한 유통망으로서 자리 잡은 미국의 경우, 홈쇼핑 방송 판매는 중저가 유통망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브랜드 가치 관리에 민감한 유명 브랜드는 홈쇼핑사로부터 방송 제의를 받아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의 홈쇼핑 채널에서는 소위 명품브랜드 상품의 판매를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홈쇼핑방송에서는 유명 브랜드 상품이 거의 주종을 이룬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모든 홈쇼핑사가 입점 신청 상품을 심사 시 브랜드 파워를 평가항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상품공급자나 고객 모두 홈쇼핑을 고급 유통채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상품공급자로부터 소비자 사이의 유통단계를 단순화하고 거기에 일시에 대량판매를 가능케 하는 판매력을 무기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이처럼 자신을 소비자라기 보다 시청자로 인식하는 한국의 홈쇼핑 고객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의 날개를 단 홈쇼핑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성장한계를 보이는 TV홈쇼핑

1995년 2개 TV홈쇼핑사로 출발한 우리나라 홈쇼핑은 1996년 355억원의 매출을 올린 후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하였다. 2007년의 경제위기를 넘긴 후에도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하던 홈쇼핑부문의 매출이 2014년 2.5% 성장의 급격한 성장둔화를 보이더니, 2015년에는 일부홈쇼핑사의 경우 성장정체 혹은 마이너스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TV홈쇼핑 연도별 취급고  (단위 : 억원)

신장율

신장율

홈쇼핑의 또 다른 형태인 인포머셜의 성쇠가 보여주는 시사점

케이블티비의 도입 초기 홈쇼핑과 함께 엄청난 성공신화를 탄생시켰던 업태가 인포머셜이다. 보통 15초 혹은 30초의 짧은 CF와 달리, 1분에서 길게는 10분에 이르는 상품판매광고이다. 한 개 상품의 광고시간이 길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고 주문전화번호를 고지해 직접 판매를 하는 상업광고라는 뜻을 가진, 정보(information)와 광고(commercial)의 합성어이다. 이 역시 미국에서 창안된 광고형태인데 미국에서는 지금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케이블티비 도입 시 많은 채널들이 광고시간을 인포머셜로 채웠다. 이 시기에 이 인포머셜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활용해 상품을 판매하여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인포머셜사업자들의 성공신화가 업계에 전설로 남아 있다. 이들은 아예 자신들이 광고를 싣던 방송채널을 매입하거나 새로운 채널을 설립하였다. 이 인포머셜사업자들은 단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전체 광고시간을 한 두 가지의 대박상품 일색으로 집중편성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방송채널사업자들 역시 광고수입의 증대를 위하여 이들 인포머셜사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였다. 이들은 ‘자고 일어났더니 부자가 됐다’는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해 지나친 욕심을 부렸다. 이익극대화를 위해 가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과대 광고하여 히트상품으로 만들어 내기를 일삼았다. 이러한 행태는 단기 수익의 극대화라는 목표는 달성시켜 주었지만, 인포머셜 시장을 고사시키는 심대한 폐해를 수반했다. 즉 매 시간 모든 채널에서 되풀이 되는 대박상품 일색의 광고시간 운용은 곧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돼 시청자 이탈을 야기했고, 저열한 상품 품질은 구매자들을 실망시켜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1995년 도입된 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케이블 인포머셜 시장 매출은 2002년 1조1000억원을 정점으로 추락하여 2010년 이후에는 매년 1,400~1,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 현재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TV홈쇼핑의 현황 – 이대로 가면 망한다.

1995년 도입 이래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던 TV홈쇼핑은 2013년 취급고 8조9500억원으로 전년대비 15% 성장실적을 보인 후 2014년에는 성장률이 2.5%로 추락하였고, 2015년에도 성장률 2.4%의 성장정체를 보이고 있다. TV홈쇼핑에 적신호가 켜졌다. TV 홈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는 국내경기의 침체, 해외직접구매의 증가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에 있다. 현재 TV홈쇼핑의 운영상황을 들여다 보면 인포머셜의 쇠락의 원인이 데쟈뷔처럼 보인다. 먼저 상품편성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홈쇼핑의 일반화된 방송포맷은 ‘1개 상품의 1시간 편성’이다. 판매효율이 높은 상품을 골라 1시간 동안 매출을 push하는 형식이다. 매출 확보에 급급하다 보니 판매효율이 검증된 상품 위주로 편성하게 되고, 신상품의 개발은 뒷전으로 밀린다. 라이브로 방송을 진행하는 모든 홈쇼핑사가 똑 같은 방식으로 단기 매출, 단기 이익 극대화에 급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홈쇼핑은 어떤가? 홈쇼핑의 원조인 미국의 상위 홈쇼핑 채널 QVC, HSN 모두 상품의 방송시간은 보통 7~9분 내외이다. ‘방송시간을 늘리면, 판매액은 비례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그들이 가르쳐 준 홈쇼핑의 법칙 중 하나이다. 방송시간을 3배로 늘리면 매출은 3배가 아닌 9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잘 알고 있는 미국 굴지의 홈쇼핑사들이 상품당 방송시간을 우리나라처럼 1시간이 아닌 8분 내외로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또 미국의 홈쇼핑 방송은 매출이 좋은 상품이라고 해서 집중편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다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매출이 적더라도 다양한 상품을 편성한다. 시청자군을 넓히고, 장기적인 시장관리를 위해서이다. 단기적인 매출,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면 이는 시청률 저하, 이용자수 하락, 시장 황폐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의 홈쇼핑사는 서로 자사의 단기실적을 위해서 쌍끌이 저인망식으로 바닥을 훑어 자기 몫을 불리는 전략이고, 미국의 홈쇼핑사는 어획량을 조절하고 치어를 키워 어종을 다양화함으로써 어장의 크기를 늘려가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홈쇼핑은 일단 홈쇼핑시장에 들어 온 고객에게 대표상품 몇 개를 푸쉬하여 단기 매출을 올리는 전략이고, 미국의 홈쇼핑사들은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 고객의 관심을 유지하면서도 신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며 장기적으로 시장을 키워 가는 전략인 것이다. 저인망 쌍끌이 조업은 단기 어획량은 높이지만 어족의 씨를 말려 어업을 고사시키는 반면, 성어만을 잡고 출어횟수와 어획량 쿼터를 관리하는 조업은 장기적으로 어업을 중흥시킬 수 있음은 자명하다.

편성표

또 하나는 품질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홈쇼핑이 시청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저렴한 가격 및 가격대비 높은 품질이었다. 2002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TV홈쇼핑 소비자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반품의 이유 1위는 ‘상품의 성능(디자인, 색상)이 설명과 달라서’ 로서 32%, 2위가 ‘상품의 질이 안 좋아서’로서 28%였다. 결국 TV홈쇼핑의 구매고객들은 품질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반품

이런 가운데 2015년 홈쇼핑사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 TV홈쇼핑 고객들의 신뢰를 깬 결정적 사건은 백수오 사태이다. 6개 TV홈쇼핑사가 230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백수오 건강기능상품에 가짜 원료가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 이 사태를 수습하는 TV홈쇼핑사의 대응은 미온적이고 책임회피로 일관해 스스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렸다. 이 사태 직후인 2015년 3사분기에 TV홈쇼핑의 매출액 및 이익은 처음 하락세를 보였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6년 3월 TV홈쇼핑사들이 판매해온 골드바가 방송내용과 달리 시중가보다 3~40% 비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는 발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또 한국소비자원은 2015년 9∼10월 GS·CJ오·현대·롯데 등 상위 6개 홈쇼핑사 총 100개 방송을 검사한 결과 70%가 ‘사상 최저가, 한 번도 없던 초특가’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실상 이 중 82.9%는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또 100개 방송 중 39.0%는 효능·성능을 과장해 문제가 됐다. 이같이 되풀이되는 저열한 품질문제, 허위과장광고 행위에 의한 소비자불만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TV홈쇼핑의 공신력을 잠식하는 것이다. TV홈쇼핑사들은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고객의 신뢰를 잃음으로써 고사한 인포머셜의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급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TV홈쇼핑 재도약의 길

TV홈쇼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을 보장함으로써 시청자 신뢰를 확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상품)을 적정한 길이로 운용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시청계층을 보다 넓고 깊게 확장해야 한다. 이것이 장기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해법이다. TV홈쇼핑은 방송시간이라는 판매매체의 한정성 때문에 매출신장을 위해서는 시간당 매출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시장을 황폐화 시키는 저인망식 매출남획이 아니라, 상품편성의 다양화에 의한 시청자층 외연 확장과 소비자 신뢰 회복을 통한 성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상품판매를 위한 방송채널로서 승인을 받은 채널은 7개이다. 그 외에 방송법에 의한 승인은 받았으나 오랫동안 유명무실했던 T-커머스 홈쇼핑방송채널이 KTH, SK브로드밴드, 신세계, 태광그룹 등 대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새롭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홈쇼핑사 간의 판매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다. 이렇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각각의 TV홈쇼핑사들이 단기 실적 성장에 급급할 경우 이들은 이익률 증대를 위해서 가성비 낮은 상품의 푸쉬형 판매, 허위과장광고, 히트상품의 집중편성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이는 곧 공멸이다. 그러므로 TV홈쇼핑사들은 서로 협조하여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일부 시간만이라도 할애하여 신상품을 개발하고, 소수상품의 집중편성을 지양하고 다양한 상품을 골고루 편성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받아 보았을 때 상품의 품질, 효능이 방송에서 제시했던 것 이상의 만족을 갖게 해야 하고, 가격적 혜택이 진실해야 한다. 홈쇼핑사들 중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소비자 신뢰 회복정책을 경영원칙으로 삼고, 자사의 자본의 성격, 경영철학을 특화시킨 마케팅 전략을 갖추는 회사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획득하여 업계의 선두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또한 TV홈쇼핑사 자신 뿐만 아니라 상품공급자, 중소제조기업에게도 건강한 순환 생태계를 제공하여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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