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탑산업훈장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 중소기업중앙회 최초 여성 부회장…“남성 전유물의 유리천장 하나 둘 깨져 나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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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6.27 13:10 Updated

은탑산업훈장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 중소기업중앙회 최초 여성 부회장…“남성 전유물의 유리천장 하나 둘 깨져 나가고 있어요”

중앙회 최초 여성 부회장에 오른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

“남성 전유물의 유리천장 하나 둘 깨져 나가고 있어요”

 

그는 남성 중심의 유리천장을 하나 둘씩 깨 나가고 있다. 지난해 여성 최초로 한국염료안료공업협동조합 이사장에 당선데 이어 올해 초 54년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회장에 올랐다. 그런 그가 5월 20일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장성숙_서브1

중소기업중앙회는 그동안 남성 중심의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6월 16일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정회원은 582개 조합으로 이 가운데 여성 조합 이사장은 11명으로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중앙회 집행부인 중앙회 부회장 25명 가운데 여성은 장 대표가 유일하다. 비율로 따지면 0.4%다. 중앙회 이사 역시 전체 27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중앙회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위상이 어떤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장 대표는 중앙회 부회장 당선 소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후배 여성 CEO들과 여성 조합 이사장의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찿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 대표는 이어 “외국처럼 100년, 200년 가는 장수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투명한 기업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인들이 투명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택 중앙회장도 여성 부회장 임명과 관련, “많은 고민을 했다”며 “여성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중앙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부터 한국염료안료공업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장 대표는 40여년을 여성기업인으로서 외길을 걸어왔다. 끊임없는 기술연구개발을 통해 친환경 무독성 안료개발에 성공하는 등 불모지였던 국내 안료시장을 개척해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이번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그는 1995년 무역의날 100만불 수출탑, 2012년 명문장수기업상 수상 및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7월) 수상에 이어 2002년에는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국내 대표 여성기업인으로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가난했던 백령도 딸 장성숙

사회공헌과 봉사, 사원 복지 등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SB-CEO스쿨 출신으로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임원이기도 한 그는 2012년 재단 출범 때부터 동참했다.

지금까지 4년간 1억원 가량을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에 기부를 하는가 하면 시간이 날 때 마다 봉사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을 통해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에콰도르 지진 피해 성금 35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에콰도르는 지난 4월 16일(현지 시간) 발생한 규모 7.8 강진과 여진으로 700여명의 사망자와 1만여 명의 부상자, 2만 6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의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바 있다. 우신피그먼트의 복지제도도 단연 돋보인다. 장 대표는 당기 순이익의 10%는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2년에 한 번씩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직원 부모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야근도 없다. 65세 정년으로 퇴직을 해도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이직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뿐이 아니다.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임직원 자녀 장학금 및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자녀 한 명당 매월 5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대학생까지 학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우신피그먼트 설립 25주년이 됐을 때 전 직원에게 동남아 여행을 선물했다. 30주년에는 유럽, 35주년에는 특별 상여금이 직원 선물이었다. ‘백령도의 딸’로 불리는 장 대표. 그의 부모는 이북출신으로 피난민으로 내려와 백령도에 정착했다. 피난민의 막내 딸로 태어난 그에게 가난은 운명일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유다. 고3때 페인트 도매상인 대성사에 취직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취업 4년만인 1977년 쓰러져가는 안료 업체인 대성사를 덜컥 인수했다. 세상물정 모르던 22살의 그가 언니를 끈질기게 설득해 600만원을 마련하면서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것. 당시 마포 산자락 집 한 채가 200만원이던 시절의 600만원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화학업종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닌가. 당시 대성사의 자산이라곤 악성재고 제품과 전화기 3대가 유일했다. 막상 사업체를 인수하고 나니 앞길이 캄캄했다. 어디서부서 손을 대야 하는지도 몰랐다. 수없는 실수의 연속이었다.

장성숙_서브2

 

세계를 향한 그의 꿈

돈을 벌기위해 그는 죽기 살기로 영업에 매달렸다.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여성이었기에 흘리지 않아도 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업에도 유리천장은 존재했다. 그래서 여성 차별이 덜한 대기업 영업에 눈을 돌렸다. 언제나 회사 점퍼를 입고 다녔다. 지금도 치마와 하이힐을 거의 신지 않는 이유는 이런 영업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우신피그먼트에 ‘접대 문화’가 없는 것도 장 대표의 영업경험 때문이다. 첫 계약은 한때 재계 순위 20위권까지 오른 새한미디어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회사다. 수없이 발품을 팔았다. 장 대표의 열정은 굳게 닫힌 문을 녹였다. 결국 새한미디어가 IBM에 수출하는 모니터 케이스 컬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새한미디어를 시작으로 그는 대기업 영업에서 조금씩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안료가 필요한 페인트 회사나 플라스틱 제조회사들이 비싼 가격에도 일본에서 수입해 쓰던 시절이었다. 이때 일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 대표는 다시 한번 겁 없이 일을 저질렀다. 1980년 세계 최대 무기안료 공급기업인 독일 바이엘의 자회사 란세스(Lanxess) 찾아가 ‘기술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보기 좋게 단박에 거절당했다. 어쩌면 당연지사였을지도 모를일이다. 이름도 없는 한국의 조그만 구멍가게 수준에 누가 기술이전을 하겠는가. 하지만 장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완제품으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반제품을 들여와 완제품을 만든다면 경쟁국인 일본과 겨뤄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벌면서 해외 출장을 나갈 때면 꼭 란세스 문을 두드렸다. 이런 열정에 란세스도 굳게 닫힌 문을 열어줬다.

란세스로부터 반제품을 들여오고, 우신의 기술로 완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 그리고 38년의 세월이 흘렀다. 2명으로 출발한 우신피그먼트는 현재 50여명의 직원에 연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기업으로 키워냈다. 2020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현재 이 회사는 국내 친환경 액상안료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문화예술인 마을, 리움미술관, 에버랜드 등의 건물과 도로 등에 우신피그먼트의 친환경 무기안료가 사용됐다. 지난 6월초 장 대표는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현지 해외수출선 확보를 위해서다. 출근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자 동시에 생산기지가 바로 옆에 있다”며 “중국에서는 못하지만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장점을 살려 작지만 강한 분야에 집중해 틈새시장을 개척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안료의 힘이다”며 “이 분야 최고의 글로벌 전문 기업이 돼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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