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이 튼튼해야 건강한 기업생태계 유지”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규제완화 절실…중견기업 1%는 돼야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치중된 정부 정책에서 늘 소외됐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 중심에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신영그룹 회장)이 서 있다.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중견기업의 위상을 크게 올렸다는 평가다.
박주영 기자
지난 1992년 한국경제인동호회로 출발한 중견련은 2014년 7월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견기업특별법)이 만들어지며 법정단체가 됐다. 한해 앞선 2013년에 제8대 회장에 선출되면서 중견련을 이끌게 된 강호갑 회장은 사실상 법정 단체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그는 회원사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경제의 ‘중견 멤버’로 대접받길 원한다. 그래서 산업계는 물론, 중견기업들의 경제․사회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공적 역할에도 적극 나섰다.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HKASA 현대 기아 자동차 협력회 부회장, 해외진출기업지원특별위원회 위원,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기업가로서도 탁월한 경영 수완”
기업가 내지 경영인으로서도 그는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왔다. 자신이 운영하는 신영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1조원 넘는 중견기업이다. 차체를 제작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BMW, 폭스바겐, 토요타 등과 금형 작업도 함께 한다. 지난 1999년 부도난 회사를 강 회장이 인수, 오늘에 이르렀으니 순탄한 성장세를 보여온 셈이다. 부도난 회사를 중견기업으로 키워온 만큼 현장의 애로와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중견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와 경영 애로사항을 없애는 것”을 취임 후 제1의 과제로 꼽았다. ‘중견기업 글로벌 R&D센터’, 중견기업에 특화된 전용 M&A 펀드나 금융지원 시스템 등도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의 논리에 따르면 산업 구조상 대기업은 이제 해외에서 현지화해야 하는 게 맞다. 대신 중견기업이 국내 경제 생태계를 이끌면 선순환이 된다는 얘기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역할 분담을 통해 국내외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견기업 전용 M&A 펀드를 통해 중견기업들이 해외에서 M&A를 통해 기술과 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견기업은 법인세 33조원 중 8조원을 부담할 만큼 경제적 위상이 높다”고 지적한 강 회장은 “이에 상응한 법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부, 국회, 각종 기관 등을 상대로 한 토론회, 간담회 등 필요한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중견기업 위한 법, 제도, 정책 위해 동분서주”
그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중에서 가장 많이 동행한 인사로 밝혀졌다. 그의 뒤를 이어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실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들은 개별적으로 해외 바이어를 만나거나 섭외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할 경우 자연스럽게 바이어와 상담할 기회가 주어진다. 경제사절단은 대한민국 정부가 입증한 기업들로 인식되어, 크게 도움이 된다. 물론 현지 상담 내용이 실제 수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기업경영보다는 대통령이나 정부부처에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글로벌 경영’에 더없이 소중한 기회란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강 회장은 이런 점을 십분 인식, 대통령 해외 순방을 적극 활용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런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었다. 지난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선 문제의 ‘중견기업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강 회장은 “연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국회 차원에서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의 생존과 발전의 가치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3년 12월 여야의 합의로 중견기업특별법이 제정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견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가 고쳐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런 현장의 목소리가 축적되어 이번 법 개정으로 귀결된 것이다. 물론 강 회장을 비롯한 중견련고 회원사들의 법 개정을 위한 오랜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강 회장은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의 한계를 넘어 우리 경제의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기 위해서는 글로벌 전문기업으로서 중견기업을 중심에 둔 성장 패러다임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법 개정의 의미를 다시금 강조했다.
“중견기업 지원, 우리 경제 ‘허리’ 튼튼하게 하는 것”
그는 평소 ‘중견’이란 단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우리 경제의 중심적 역할을 하며 확실한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이 곧 중견기업이란 해석이다. 그래서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아닌 중견기업에 대한 차별화된 지원과 규제 완화는 곧 우리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임을 늘 주장해왔다. 현행 중견기업특별법은 중견기업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나 언론사, 금융기관을 제외한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1500억원 이상, 자산 규모 5조원 미만이다. 전체 기업의 0.1%인 3000여 개로 추산된다. 강 회장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여 그 숫자가 전체 기업의 1% 수준은 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벗어나 중소 내지 중견기업을 위한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높은데,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란 인식이다. 그 때문에 기회있을 때마다 그는 늘 같은 입장을 되풀이한다.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중견기업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절실합니다. 작은 규모의 초기 중견기업에서부터 1조원 이상의 기업까지 모두가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견기업이 국가경제와 산업입국의 중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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