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대/청문회장에서의 재벌총수들 대를 잇는 청문회…솔직하지 못한 답변 눈총 ‘재벌개혁’은 대세,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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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7.01.20 16:44

■기상대/청문회장에서의 재벌총수들  대를 잇는 청문회…솔직하지 못한 답변 눈총  ‘재벌개혁’은 대세,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화 시급

기상대/청문회장에서의 재벌총수들

대를 잇는 청문회…솔직하지 못한 답변 눈총

‘재벌개혁’은 대세,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화 시급

 

재계 총수(오너)들이 대거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2월6일 열린 ‘최순실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9명이 호출됐다. 1988년 12월 열렸던 ‘5공 청문회’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호출된 자리에, 똑같은 사유로 그 후세대들이 다시 호출된 것이다. 30여년 전 벌어졌던 사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장영환 기자

기상대

 

이재용 ‘4지선다형 돌려막기 재용’ 별명

이번 청문회가 28년전 청문회와 다른 점은 당시 청문회에는 재벌 총수들이 개별적, 또는 일부 그룹별로 호출된 것과 달리, 이번 청문회는 총수 9명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인 점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재벌을 출석시킨 국정조사나 청문회 중에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국민에게는 평소 잘 드러나지 않았던 2세 재벌 총수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청문회의 초점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외압이 있었는지, 또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는지에 맞춰졌다. 의원들은 총공세를 펼쳤지만 총수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청와대 요청이 있었고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난감한 질문엔 ‘모르쇠’로 일관했다.

총수 청문회의 스포트라이트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쏟아졌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 질의의 67%가 이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였다는 평도 나왔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가장 많은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지만, 삼성이 한국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및 상징성과 함께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할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모습을 드러낸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오랜 시간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채 자신의 견해와 생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내 대표그룹 총수로서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인 가운데, 새로운 약속을 얻어낸 성과도 있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의원들의 날 선 추궁에 대해 비슷한 말을 되풀이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사지선다형 돌려막기 재용’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제가 부족하다’, ‘앞으로 잘 하겠다’는 4개 답변을 번갈아가며 반복하는 것을 비꼰 것이다. 반면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굵직한 약속 두 가지를 내놨다. 그룹 사령탑이면서 탈법적 로비의 창구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것과,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탈퇴하겠다”는 선언이다. 또 이 부회장은 ‘립밤’ 제품 홍보 모델이 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문회 뒤 인터넷에서는 ‘이재용 립밤’이 인기 검색어가 됐다. 이 부회장이 청문회 도중 입술에 바른 립밤 제품은 온라인 직구 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이 됐다.

 

압력은 인정 대가성은 부인, 전경련 해체는 대부분 반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앞으로도 뭐 좀 내라고 하면 또 들어주고 청문회 나오겠느냐”는 안민석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회에서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응수해 화제가 됐다. 그는 또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발언으로 재벌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대기업 모금 창구였던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청문회장에 나온 허창수 회장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대가성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마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청와대의 압력을 비교적 소상히 증언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손 회장은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의아했고 이 부회장도 대통령이 그럴 리가 없다고 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최순실씨의 측근인 고영태씨의 친척에 대한 인사 청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사퇴 통보를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며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해 물러났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8)은 28년 전에 출석한 부친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건강에 이상설이 돌기도 했다. 정 회장은 “두 재단 자금 출연이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함인가”라는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 대해 “여태 우리가 필요한 나이 많이 든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하지 않는 그건 자주 기금을 (출연)하고 그런다. 언론이나 이런 데서도 기금을 내서 휴일이나 크리스마스에 기금도 하고…. 나중에 우리가 하는 걸 다각적으로 1~2년 동안 보고를 드리겠다”고 횡설수설 했다. 또 정 회장은 하태경 의원의 “전경련 탈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우리는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 의사는 있다, 비용에서…”로 동문서답을 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정 회장이 연기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이독경’ 수준”이라며 “질문을 알아듣게 하는 게 힘들었는데 이런 수준이면 대통령과 독대에서 소통이 됐는지 의문이다. 이제는 경영 은퇴를 선언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전경련 해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구본무, 최태원 회장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안민석 의원이 질문 도중 “전경련 해체 반대하는 분은 손을 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먼저 손을 들었다. 뒤이어 허창수 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 김승연 회장, 조양호 회장 등 6명이 손을 들었다. 재벌 총수들답지 않게 눈치를 보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 탈퇴의사를 밝혔지만,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3주 후인 12월28일 ‘전경련 탈퇴’ 선언을 했다.

 

주진형 전 대표 ‘재벌을 조폭에 비유’, 이승철 부회장 망신

이번 재벌 청문회에서 재벌이 아니면서도 주목받은 인물들이 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57)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우리나라 재벌을 ‘조폭(조직 폭력배)’으로 비유하고, 또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가 부당한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초법적인 재벌은 항시적 몸통이고 최순실은 지나가다 걸리는 파리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재벌을 최순실 게이트 공범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은 공범이 아니고 주범”이라고 지적한 뒤 “정경유착의 토대가 있기 때문에 최순실도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재벌은 자기들을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한 정경유착의 토대가 형성된 배경으로 재벌의 ‘세습에 대한 탐욕’을 꼽았다. 주 전 대표는 재벌이 정경유착을 끊지 못하는 이유로 “재산과 경영권을 세금을 안 내고 세습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주 전 대표는 재벌이 이같은 탐욕을 버리지 못하면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참석한 총수들의 자손이 20~30년 후에 또 감옥에 가거나 이런 자리(청문회)에 나올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그런 일이 정말 벌어진다면 그것은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 전 대표와 함께 주목받는 또 다른 인물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다. 이승철 부회장은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지원’, ‘어버이연합 자금지원’ 등에 동원되는 것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청문회 도중 안민석 의원이 “여기 계신 증인들 중 촛불집회에 나가본 분 손을 들어 달라”고 묻자 참고인으로 참석한 이 부회장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이에 안 의원은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라고 소리치면서 청문회장엔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재용과 정주영의 차이, 도덕성은 변함 없어

한 세대의 시차를 두고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 증인으로 국회 청문회에 섰던 재계1위 기업 총수 두 사람의 닮은 듯 다른 증언 스타일이 화제다. 2016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1988년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그들이다. 두 사람의 증언시간은 비슷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3시간 동안 국회에 머물렀다. 1988년 당시 두 차례에 걸친 정 명예회장의 증언 시간을 모두 더하면 13시간40분 가량이다. 정권실세가 설립을 추진한 재단에 기금을 억지로 냈다는 취지의 증언도 비슷했다. 또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내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도 닮았다. 그러나 답변 태도나 내용에서는 차이가 드러났다. 자금지원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이 실무선으로 위임한 반면, 정 회장은 자신이 관여했음을 인정하고 소상히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 등에 대한 자금 지원 과정을 구체적으로 물었을 때 “이런 일을 갖고 저한테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 며 “이번에 문제가 되고 나서 챙겨봤는데 실무자 선에서 전경련에 기부한 걸로 안다”는 식으로 답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에 대해 “당시 정확히 재단이라든지 출연이라든지 이런 얘기는 안 나왔기 때문에 독대 당시에는 무슨 얘기인지 솔직히 못 알아들었다”고 답했다. 5공비리 청문회 당시 정 명예회장이 일해재단 설립 제안을 들을 때부터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 전반에 대해 소상하게 증언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 씨가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는 것을 분명히 증언했다. 정 명예회장은 특히 일해재단 기금 모금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과 이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많이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이나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주로 사과를 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대신 이 부회장은 여러 차례의 사과 메시지와 함께 삼성미래전략실 해체,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같은 개혁조치를 부각시켜 국민들의 불만을 상쇄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정 명예회장은 모금과정의 강제성을 설명하면서 “1차는 날아갈 듯이 냈고, 2차는 이치가 맞으니까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냈다고 보고, 그 다음에는 내라고 하니까 그저 내는 것이 편안하게 산다는 생각으로 냈다”고 했다. 또 “시류에 따랐다”거나 “낼 적에는 힘들게 내지만 내면 잊어버려야지 후회는 해서 무엇하냐”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일해재단 자금지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 하면서도 자신의 행위는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는 식의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답변 태도에 대해 경희대 경영학부 권영준 교수는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재벌들이 의식구조는 하나도 안변하고 오히려 교묘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 청문회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은 상당히 솔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 했다. 변호사의 자문을 많이 받은 답변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답변 태도가 차이가 난 원인에 대해 모 경제전문가는 ‘재벌과 정경유착에 대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재벌들의 탈법과 정경유착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경제민주화 요구와 함께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훨씬 강해졌다. 이제는 재벌들이 과거와 같은 경영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국민들에게 당당해지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3세대 승계자들이 기업 경영자로서 보여줘야 할 리더십이나 도덕성은 선대와 달라진 게 없다. 국정 운영자나 기업의 의지와 도덕성을 강요하는 방식으론 정경유착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제는 전경련 해체를 비롯한 재벌 문제는 국민들이 합의하는 사회적 제도를 통해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신원∙최태원·최재원·최창원SK家 형제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으로 노블레스오블리쥬 실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SK가 삼형제가 개인 고액기부 클럽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최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부회장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2017년 1~3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2007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SK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최신원, 최태원, 최재원, 최창원 등 사촌 4형제가 모두 개인 고액기부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2017년 신년사에 ‘SK 구성원 모두는 사회,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 창출에 우선해서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SK그룹 최고경영진 3인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 등 SK가 경영진은 선친의 사회공헌 철학을 대를 이어 실천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14년에 급여 301억원을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창업지원 자금, 한국고등교육재단 학술연구자금, 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 창업자금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사회에 환원했다 .최신원 회장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을 포함, 공동모금회 개인 기부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인 33억8000만원을 기부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세계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리더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7년 사회지도층의 나눔 참여를 선도하고 한국형 고액기부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아너 소사이어티를 결성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회원 1400명, 누적기부액 1500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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