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삼성전자 반도체 청문회 무산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은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 삼성전자와 반올림 입장차 좁히지 못한 채 청문회 무기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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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7.04.02 18:40

■이슈/삼성전자 반도체 청문회 무산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은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  삼성전자와 반올림 입장차 좁히지 못한 채 청문회 무기한 연기

이슈/삼성전자 반도체 청문회 무산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은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

삼성전자와 반올림 입장차 좁히지 못한 채 청문회 무기한 연기

 

지난 3월 6일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씨 1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강남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는 삼성의 진실 규명과 진정성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사과와 보상, 예방대책이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기대를 모았던 청문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전자와 유가족 측의 팽팽한 입장 차가 여전히 평행선인 상황에서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의 진상은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            김지태 기자

고 황유미 10주기  및 사멍전자 산재사망 춫모문화재에 모셔진 영정사진과 지난 3월3일 수원 일대에서 79명의 방진복행진이 진행됐다.

고 황유미 10주기 및 사멍전자 산재사망 춫모문화재에 모셔진 영정사진과 지난 3월3일 수원 일대에서 79명의 방진복행진이 진행됐다.

2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지만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유가족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진상을 규명할 기회로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청문회에 앞서 2월 22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도 국회 출석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인 2월 23일 청문회는 돌연 연기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청문회건을 통과시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청문회 원천무효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는 삼성전자 직업병 뿐만아니라 MBC노조탄압과 이랜드 임금체불 문제 등이 엮여 있어서 당시 여당 의원들이 삼성 청문회만을 반대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 직업병 청문회는 요원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홍영표 위원장은 삼성전자 직업병에 관해 “국회에서 한번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2016년 국정감사에서 자료도 제대로 제출받지 못했다”며 청문회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청문회가 다시 열릴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다 끝난 문제를 다시 들춰내는 청문회 혹은 기업 때리기라는 논조로 청문회의 불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문제해결이 끝났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오랜세월 동안 삼성전자와 협상을 이끌어 온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고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 진정성있는 사과 요구

지난 3월 6일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 씨(당시23세)가 백혈병으로 사망한지 1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고 황유미 씨를 비롯한 피해자 유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은 3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을 ‘백혈병 주간’으로 선포하고 삼성전자 직업병 해결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3월 3일 수원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고 황유미 씨 사망 10주기 선포식에 이어 방진복 거리행진, 촛불문화제 등이 개최됐다. 다음날인 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시민 1만명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어 6일에는 고 황유미 씨 10주기를 맞아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해결을 촉구하는 1만인 서명 전달식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 측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1만인 서명도 전달되지 못했다.

백혈병 주간인 3월 3일 고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 기사가 한겨레신문에 게재됐다. 황 씨는 “반도체공장에서 쓰는 화학물질이 수천 종인데 어떤 유해물질을 쓰는지 삼성이 ‘영업비밀’이라며 안 가르쳐 준다”고 지적했다. 2014년 고 황유미 씨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된 후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가 사과를 하고 책임있는 보상을 약속했지만 두루뭉실한 변명에 그쳤고 대화도 단절했다고 황 씨는 주장했다. 대화가 단절된 2015년 이후 황 씨는 반올림과 함께 강남 삼성사옥 앞에서 500여일 이상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 씨는 “기업을 하다보면 잘못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국민한테 사과를 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날인 3월 4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반도체 사업장에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2016년까지 접수된 피해자가 300명이고 사망자가 79명에 이른다는 반올림의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의 이런 반박은 2012년 자사 홈페이지에 발표한 ‘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로 밝힌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3월 6일 반올림 상임활동가인 임자운 변호사는 “피해자를 대하는 가해자 삼성의 태도는 10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며 삼성이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삼성반도체 공장이 안전하다는 것, 노동부 조사결과 회사 근무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것, 조정위원회를 통해 쟁점이 다 해결됐다는 것 등의 삼성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다시 삼성의 언론플레이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무려 10년이 지났지만 삼성전자와 유가족, 반올림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인 그 질긴 싸움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알기위해 역사를 되짚어 보기로 한다.

 

10년을 이어온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질긴 싸움

2007년 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황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언론과 시민단체들을 찾아다니며 딸이 산업재해로 억울하게 죽었다고 호소했다. 2007년 사회단체 반올림이 결성되고 황 씨와 비슷한 사례를 겪은 피해자들이 모이면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다.

2009년 황 씨 등 유가족 5명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을 요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는 네덜란드 APG자산운용 등 유엔책임투자원칙(박스기사 참조) 가입 8개 기관투자자들이 노동환경과 관련한 공동질의서를 삼성전자에 제출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고 황유미, 고 이숙영 씨 백혈병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이후 삼성반도체 노동자 10여명의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림프종, 유방암, 난소암 등이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이 무렵 삼성전자 직업병을 소재로 한 저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 발행되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2012년 말 삼성전자는 대화를 제안했고 2013년부터 삼성과 반올림의 실무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협상은 파행을 거듭했고 이듬해인 2014년 고 황유미 씨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되면서 삼성반도체 직업병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폭증했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는 공개사과를 통해 “합당한 보상과 재발방지대책 수립할 것이며 중재안이 나오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과 반올림의 협상이 재개됐다. 그해 8월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고 황유미, 고 이숙영 씨의 백혈병 사망을 산재로 인정했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상고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 즈음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기 시작한다. 반올림에 있던 일부 피해자가족들이 반올림을 나가서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협상의 주체는 삼성전자와 반올림, 그리고 가족대책위, 삼자가 되었다. 이들 삼자는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상, 사과, 예방 등 3대 의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의 주장에 따라 조정절차가 도입됐고 이듬해 7월 조정위원회는 첫번째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독립된 공익법인 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어 삼성전자는 보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적인 보상과 사과 절차에 돌입한다. 반올림과 55명의 피해자 가족들은 반올림을 배제한 독자적인 보상과 결정이라며 반박했지만 삼성 측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때부터 반올림은 삼성본관 앞에서 24시간 노숙농성을 시작했고 삼성과 반올림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월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는 재해예방을 위한 독립기구 설치에 합의했지만 이에 대한 입장차도 극렬하게 갈렸다. 삼성 측은 “사과, 보상, 예방 등 조정의 3대 쟁점이 해결됐다”는 입장이지만 반올림은 “재해예방대책만 해결됐을 뿐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한 사과와 차별없는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삼성과 반올림은 대리인을 통해 사과와 보상 두 의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무산됐고 2016년 8월 대화도 중단됐다.

 

청문회 재개로 대화 이어지고 진실 밝혀져야

올해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청문회를 의결하자 피해자 가족 및 관계자들이 많은 기대를 했으나 결국 청문회는 무산됐다.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와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것이 근본적 문제인데 그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청문회가 연기된 것이 너무 아쉽다”며 “꼭 청문회가 열려서 대화가 재개되고 진실이 밝혀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 해결된 문제를 들추는 청문회라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이 노무사는 “그렇기 때문에라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다 끝난 일인지 아닌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청문회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월 6일 백혈병 주간 추모제에 참석한 강병원 국회의원은 “120명을 구제했다면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와 산재인정을 바라보는 노동자에게 작업환경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삼성전자를 비난하며 청문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창현 국회의원은 3월 5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구제법’을 발의했다. 삼성전자가 직업병 피해자들의 보상과 치료를 위해 출연하기로 약속한 1천억원의 기금을 설치하고 그 운영을 삼성이 아닌 노동부 소속 근로복지공단에서 공정하게 집행하도록 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신 의원 측은 “일각에서 말하는 기업때리기나 방해행위가 아니라 삼성과 반올림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문제가 협의를 통해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청문회 재개로 힘이 모아진다면 그동안 끊겼던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대화와 협상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큰 이견차를 보이고 있는 진실공방도 진상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장을 마련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상반된 입장이 너무 팽팽해서 어느 쪽 입장이 사실인지 정확히 판가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는 청문회와 범사회단체의 관심 속에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진상이 규명된다면 사업장 환경관리가 과거에도 철저했는지 아닌지, 작업장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되는지 안 되는지 등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대한 사안이 진상규명에 걸려 있다. 바로 삼성이 내세우고 있는 ‘인간존중경영’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블로그에 게시한 ‘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에서 “삼성전자는 임직원의 건강과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이며 창업 이래 삼성의 인간존중 경영철학은 변함없이 소중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도 “임직원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이익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면 삼성전자의 입장은 확고한 근거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반올림 측 주장대로 삼성의 주장이 진실을 호도한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삼성의 인간존중 경영철학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청문회 등을 통해 반도체 직업병의 진상이 과연 밝혀질 것인지, 그를 통해 삼성의 인간중심 경영의 실체가 드러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사회책임투자정책연구포럼을 발족식(사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국회사회책임투자정책연구포럼을 발족식(사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유엔책임투자원칙 UN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투자자본이 기업에 투자를 할 때 환경친화, 사회책임, 지배구조 건전성 문제를 검토해 투자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2006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사무총장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유엔환경계획재무이니셔티브(UNEP FI)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과정을 주관했다. 유엔은 책임투자원칙의 활성화를 위해 전세계의 영향력있는 기관들과 공조를 펼쳤다. 세계적으로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금기관, 투자기관들이 이에 가입해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공단도 2009년 유엔책임투자원칙에 서명했다.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 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ESG)까지 고려의 대상으로 삼고 의사결정에 반영해야한다. 유엔책임투자원칙이 한국의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2010년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산재 논란과 관련해서이다. 세계 2대 기금운용사인 네덜란드 APG를 비롯한 8개의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노동환경을 문제삼아 삼성전자로 질의서를 보낸 것이다. 이들은 모두 유엔책임투자원칙에 가입한 투자기관들인데 백혈병 산재에 관한 진상규명과 삼성 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가 미국 공장 신축을 위해 HSBC, ING 등 금융사로부터 자금조달을 받으려다 무산된 것이나 한화가 네덜란드연기금과 노르웨이투자관리청으로부터 투자대상으로 배제된 것도 유엔책임투자원칙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 계열사는 비자금 수사로 비리에 연루된 점, 한화는 방위산업체로서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지난해 9월 29일 국회사회책임투자정책연구포럼을 발족시켰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다양성과 일반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을 근간으로 하는 ESG 분과운영위원회를 통해 사회책임투자를 촉진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취지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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