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기업 | 공영홈쇼핑
협력사에게는 희망을 소비자에게는 행복을
중소기업 농수산업과 상생을 목표로 하는 공영홈쇼핑
홈쇼핑업체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내세우지만 실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천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홈쇼핑 업계 입장에서는 당장의 성과와 더 높은 수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과도한 수수료, MD와 밴더의 유착관계, 협력사에 대한 갑질 등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업계 최저의 수수료로 자체 수익보다는 협력사의 수익을 더 중요시하는 홈쇼핑이 있다. 태생부터 상생을 위해 태어난 공영홈쇼핑이다. 김지태 기자
협력사 부담 최소화한 23%수수료 업계 최저수준
지난해 12월 29일 공영홈쇼핑(아임쇼핑, 대표 이영필)은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12개 협력사 대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협력사에게는 희망을, 소비자에게는 행복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영필 대표는 “2016년 공영홈쇼핑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협력사의 노력을 빼 놓을 수 없다”며 “2017년에도 협력사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좋은 성과’란 94억여원의 적자를 말한다. 적자를 냈는데 좋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공영홈쇼핑으로서는 그럴 수 있다. 2015년 3월 설립된 공영홈쇼핑은 첫 해에 200여억원 적자를 봤다. 일 년 만에 적자 폭을 절반 이하로 줄였으니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에는 절반을 더 줄여서 50여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내년이 지나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겠다는 게 공영홈쇼핑의 입장이다. 그런데 아무리 신생사업체라고 해도 다른 홈쇼핑업체들에 비하면 적자 폭이 크고 성장속도가 둔한 편이다. 그 이유는 공영홈쇼핑이 말 그대로 ‘공영’을 위한 홈쇼핑이라 태생적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선 공영홈쇼핑의 수수료는 23%로 홈쇼핑업계 최저 수준이다. 직원 수도 여타 홈쇼핑업체 절반도 안 되는 290명이다. 스튜디오도 작고 방송장비들도 비교적 부족하다. 쇼호스트 수도 적고 지원파트도 부족한 상황에서 방송은 24시간 똑같이 한다. 게다가 방송에서 ‘완판’ 등 지나치게 상술적인 용어를 쓰지 못하고 자극적인 연출을 못하게 되어 있어서 프로그램도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다. 방송에서 이른바 ‘팡팡’ 터뜨려서 고수익에 열을 올리는 여타 홈쇼핑업체와 경쟁력이 딸릴 수밖에 없다. 타 업체와 경쟁하기 보다는 우수한 중소기업제품, 농수산물을 발굴해 많이 팔아서 협력업체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협력사와의 상생의 의지가 없으면 성취하기 힘든 일이다.
홈쇼핑 입점경험 없는 업체에도 입점기회 제공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50%, 농협에서 45%, 수협에서 5%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배당금이 없다. 중소기업과 농수산업계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정률제 23%로 수수료가 제약되어 있어서 수익을 내기도 어렵지만 일정 정도 수익이 난다고 해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내년에 사업을 재승인할 때 바뀔 수도 있지만 홈쇼핑 규제가 많은 추세라서 배당금 지급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익이 나도 배당금 지급 보다는 재투자해서 더욱 많은 중소기업제품과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공영홈쇼핑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에 따라 각 지자체와 MOU를 맺고 지역 우수상품을 발굴하고 있으며 지역상생협력단을 발족해 창업진흥원, 테크노파크 등과 함께 지역 중기제품의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한편 작은 업체들에게도 제품만 좋으면 협력업체로 입점기회를 주고 있다. 작은 업체에서 대형 홈쇼핑에 입점하려면 물량과 입점 절차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높은 수수료 부담도 있다. MD상담 및 입점절차를 도와주는 밴더들이 있지만 그에 대한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공영홈쇼핑에는 홈쇼핑 판매 경험이 적거나 아예 없는 업체들도 입점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영홈쇼핑은 입점 절차, 상품별 품질보증 기준, 준비 서류, 체크리스트, 질의응답 등 관련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입점 가이드북’을 제작해 입점을 희망하는 업체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중요한 것은 품질보증 기준인데 식품, 패션, 주방, 생활용품 등 9개 상품군 각각에 대해 적용범위에서부터 운영기준, 품질기준 등을 상세하게 기술해서 입점 희망업체가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밴더를 통하지 않고도 입점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MOU를 맺은 기관, 단체 산하 기업에 한해서는 홈쇼핑에 처음 입점하는 기업에게 수수료를 8%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홈쇼핑의 기회를 얻게 되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일반상품으로 돌리는 전략인 것이다. 실제로 공영홈쇼핑을 통해 인지도가 낮은 OEM업체가 브랜드 회사로 변신한 경우도 많다. OEM사업만 15년을 해 온 의류업체 본비엔코리아는 독자 브랜드 ‘디엣지’로 공영홈쇼핑에 입점해 10억원 이상을 판매했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인력 10여명을 신규고용했다. 건강기능식품 OEM업체인 뉴트리원 역시 공영홈쇼핑에 독자 브랜드로 입점해 올해 1분기에만 10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사회복지법인 무궁화전자도 대기업 OEM만 해 오다가 공영홈쇼핑에서 자체 브랜드 ‘바로바로 무선진공청소기’로 20억원 이상을 판매했고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최근에는 더위가 일찍 찾아오자 여름을 겨냥한 냉풍기, 서큘레이터, 모기퇴치기 등 중소기업 상품들을 본격 론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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