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6.10항쟁과 촛불혁명의 주역들
촛불혁명 뿌리’ 6·10 항쟁 주역들 새 정권 ‘기둥과 대들보’
“6월 항쟁, 30년만에 촛불로 완성…촛불, 2017년판 6월 항쟁”
“혁명의 주인공에서 정국운영 주인공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기폭제가 되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1987년 ‘6·10 민주항쟁’이 지난달 10일로 30주년이 됐다. 강산이 세번 바뀌는 사이 한국 정치사도 엄청난 질곡과 소용돌이를 겪었고, ‘미완의 혁명’으로 불린 4·19, 6·10을 넘어 지난해 말 광화문 광장에서 발원한 ‘촛불혁명’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특히 당시 가장 앞에서 항쟁을 이끌었던 주역들은 촛불혁명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이제는 새 정부의 전면으로 대거 부상한 만큼, 이들로서는 더욱 뜻깊은 30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우선 정권교체의 중심에 서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의 뿌리가 6월 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4·19혁명, 6월항쟁에서 국민은 승리했지만, 정치가 망쳐서 미완의 시민혁명에 그쳤다”며 “촛불민심의 목표는 정권 교체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책임자 처벌을 넘어 구시대의 적폐를 대청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6·10 이후 정치상황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문 대통령 스스로 6·10의 주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1987년 당시 부산 국본(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에서 상임집행위원을 맡아 부산 지역에서 항쟁의 최전선에 섰다.
이후 노동 변호사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6월 항쟁 때에는 국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분열돼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그 때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文대통령부터 6·10 선두에…86그룹 ‘파워엘리트’로 곳곳 포진
문재인정부 1기 내각에 ‘낙점’된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들도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 운동권 출신 그룹의 세대로서 6·10 항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86그룹의 ‘맏형’격으로 분류돼온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는 국본 집행위원으로, 당시 항쟁 직후 ‘명동성당 사수조’였다. 86 그룹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6·10 항쟁에 참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당보 기자로 평민당에 입당하기 직전 노동운동을 하던 중 6·10을 맞았다. 당시 항쟁의 두 축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위시해 재야 정치세력 중심으로 구성됐던 국본과 86 운동권 그룹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DJ, YS와 함께 7인의 국본 상임공동대표단 멤버였다. 이른바 ‘6·10 세대’로 불리는 86그룹 인사들 역시 급격한 부침을 겪어오다 촛불정국과 조기대선을 거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들은 한때 ‘운동권 정치’라는 말로 비유되는 배타적 강경주의에 대한 비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새 정부의 ‘파워엘리트’로 부상했다. 우선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의장단 출신 중 3기 의장인 임종석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부터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선거를 이끌었고, 대선 이후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임 실장 뿐만 아니라 청와대 보좌진의 상당수가 30년 전 항쟁의 거리로 나섰던 인물들이다. 임 비서실장과 함께 86그룹의 대표주자로 분류되는 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 이인영 의원 등도 여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로 자리를 잡았다. 이인영 의원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회 1기 의장이다. 2기 의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오영식씨다. 송영길 의원은 문 대통령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한 뒤 지금은 당내 주요 중진으로 자리를 잡았고,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미니 인수위’인 국정기획자문위 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86그룹으로서 당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 유은혜 기동민 김영진 오영훈 위성곤 최인호 의원 등 전대협 간부 출신들도 여권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혁명의 주인공’에서 ‘국정운영의 주인공’으로 변모한 이들은 이번 촛불혁명과 정권교체에 대해 1987년 6·10 항쟁에서 싹튼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이라면서, ’87년 정신’을 더욱 계승해 발전시키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6월 항쟁 이후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진전돼 왔다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며 “촛불과 탄핵이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민주주의가 한 번 진전됐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국민이 가꾸고 참여해야만 성숙한다는 점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 전 원내대표와 기동민 의원 등은 이날 오후 연세대에서 열리는 고(故) 이한열 열사 추모제에도 참석했다. 이인영 의원 역시 YTN라디오에 나와 “6월 항쟁은 1987년판 촛불혁명이고, 촛불혁명은 2017년판 6월 항쟁”이라며 “6월 항쟁에서 시작된 힘이 30년의 세월을 거쳐 촛불혁명으로 완성되면서 거대한 민주주의의 숲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당시 국본 상황실장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4·13 총선 당시 공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 7선 의원으로 생환한 뒤 지난 대선 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참여정부 ‘책임총리’ 출신 원로로서 집권여당에 조언을 하고 있다. 인권변호사로서 6월항쟁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경선 때 하차했지만 다시 시정에 집중하며 ‘정치적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보수 정치권에선 민추협 멤버였던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 바른정당 김무성 전 대표,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오 전 의원 등이 6·10 항쟁에 참여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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