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칼럼 /김영욱 편집국장
영국 ‘채리티샵’을 통해 본 한국 기부문화
영국을 방문할 경우,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하면 놀라운 거리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중·소도시마다 거리에 즐비한 ‘채리티샵(Charity Shop)’이 그것이다.
채리티샵은 쉽게 말해 ‘중고품 자선상점’이다. 손때 묻은 온갖 생활용품을 무상으로 기부 받은 다음 세척하거나 수선해 다시 파는 곳이다.
‘Oxfam(옥스팜)’, ‘Cancer research UK(영국 암 재단)’, ‘Help the Aged’, ‘FARA charity shop’ 등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간판들이 대표적인 채리티샵이다.
필자가 일전에 런던을 취재 차 방문했을 때, 영국에서 가장 흔하다는 곳 중 하나인 채리티샵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둘러 본 런던 시티(City) 지역의 한 채리티샵에는 옷은 물론이고 중고 소설책, DVD나 머그컵, 초콜릿, 티, 어린이 그림책에서 티스푼과 접시, 웨딩드레스, 수영복, 파자마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들이 없는 게 없었다.
영국인들은 ‘더 이상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양말 한 짝까지 모두 채리티샵에 기부한다.
영국 전체의 채리티샵은 20여만 개로 추산되는데 ‘20만 개’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크다. 20만 개의 채리티샵이 운영될 정도로 중고품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한 해 모아지는 돈은 13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26조 원에 이른다. 영국 성인의 3분의 2 가량이 매달 평균 120파운드(24만원)를 채리티샵을 통해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채리티샵에 기부하는 것을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영국인의 국민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기부는 부자나 여유 있는 계층이 하는 사치’라는 통념을 깨주는 일례다.
채리티샵의 수익금은 전액 기아국가의 아동이나 암 환자, 소외계층의 문화·교육사업 등에 쓰여 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물건을 가져온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기부자가 된다.
정부도 채리티샵에는 세금을 받지 않으며 각종 혜택을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영국은 생활 속에 기부문화가 탄탄하게 뿌리내린 나라다. 때문에 영국 기업이나 자선단체들은 이 점을 파고드는 다채로운 기부전략을 펼친다. 또 귀족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영국에는 상류층의 기부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의 상류층에게는 기부가 하나의 ‘도덕적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뿌리 깊은 명문가 출신 유명인 일수록 특권에만 머무르지 않고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 실천에 모범을 보인다.
특히 ‘영국 암 재단’은 왕실이 운영하는 자선단체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공식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재단의 자선활동은 영국 내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지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큰 비중으로 실천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단순한 자선을 뛰어넘어 백혈병 암 연구 프로젝트 등에 까지도 전액 지원한다.
돈이 많을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지를 하는 영국의 기부문화는 ‘부(富)는 신이 잠시 맡겨놓은 것’이라는 기독교적 사고가 깊이 녹아 있다.
때가 되면 불우이웃성금, 수재의연금, 연말연시 기부 등과 같은 일과성 행사에 치중하는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와는 확실히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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