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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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2.11 18:32

인물포커스/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박현주 11

인물포커스/미래에셋, 대우증권 인수

 

흙수저 물었던 청년, 박현주

“M&A사냥으로 한국판 JP모건이 되겠다고 전해라”

불가능한 상상을 하는 광야의 선지자가 돼야

 

“미래에셋을 창업하고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은 있었지만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개인적으로 축복이며 감동이다. 리더들이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국경제가 부진의 늪을 벗어날 수 있다. 리더가 패배주의에 빠지면 ‘금융의 삼성전자’는 나타날 수 없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지난해 12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4일 입찰금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입찰 이행보증금으로 납입한데 이어 1월25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 지분43%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여기에 발맞춰 산업은행 역시 이날 이사회 의결을 거쳐 미래에셋컨소시엄과 대우증권 매각을 위한 SPA를 체결했다. 이날 본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조만간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인수단은 예비실사 당시 꾸려졌던 내부 인력 및 회계·법률 자문단을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으로 전체 실사 과정은 이번 달 안에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은 대주주 변경을 위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위한 신청 절차도 진행한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은 통상 2개월 가량 소요된다. 산업은행이 매각하는 지분은 대우증권 지분 43%와 산은자산운용 보유주식 전량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 새로 출범하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자기자본이 8조원에 이르러 국내 1위 증권사로 발돋움한다. 미래에셋을 아시아 1위 금융투자사로 키워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그의 포부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광야의 선지자처럼 “우리 사회가 타성에 젖어 야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질타한 박현주 회장의 꿈은 이루어질까.

박 회장은 젊은 시절 대우증권은 그의 우상이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선택할 때도 대우증권이나 아니냐를 놓고 고민을 할 정도로 대우증권은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우증권을 포기하고 동양증권을 선택했다. 대우증권의 무대가 너무나 커 그의 꿈을 달성하기에는 버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인수, 기대반 우려반

재계에서는 이번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를 두고 일본의 “노무라증권에 필적하는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부 증권 전문가들은 “노무라증권은 서브프라임 경제위기 때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해 글로벌 금융사 도약을 시도했지만 돈만 날리고 실패했다”는 말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이루어진 대형 금융사 M&A 중에는 실패하거나 재미를 보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다. 4조원에 인수한 외환은행을 지금 판다면 절반가격이나 받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을 인수한 뒤 곧 바로 해외로 출장을 나갔다. 미국·영국·중국·브라질·호주 등 12개국의 해외 법인과 글로벌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법인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선진 사례 벤치마킹과 IB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운용 구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새해 시작과 목표는 모두 해외에 있다. 그는 JP모건이 “200번의 M&A(인수합병)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미래에셋은 이제 겨우 20여 차례의 M&A가 전부이지 않느냐”는 말로 그의 M&A사냥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아직 사인을 하지 않아서 밝힐 순 없지만 (미래에셋이 인수하려는) 큰 건이 한두 군데 있는데,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회사들이다”며 “국내 증권사는 아니지만 앞으로 증권사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런 의지는 신년사에서도 드러났다. 글로벌 투자그룹으로서 조직·운영·프로세스를 모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글로벌 IB센터를 만들어 벤처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에셋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 센터원건물 35층에 1000평 규모 글로벌 트레이딩 룸을 만들어 우수한 젊은이들이 글로벌시장에 도전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 헤지펀드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중위험·중수익 상품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대우증권과 함께 인수하는 산은자산운용이 활용될 계획이다. 그는 한국경제가 살 길은 투자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이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제조업 기반으로 산업발전을 이루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투자이외에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는 그의 지론이다. 박 회장은 국내 금융투자회사로는 이례적으로 부동산·관광업과 해외 기업 사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골프용품 세계 1위인 타이틀리스트의 모회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최고급 호텔 페어몬트, 호주 시드니의 포시즌스 호텔 등을 사들였다.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 호텔도 미래에셋 소유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페어몬트 호텔 인수에 대해 “호텔업계의 피카소 같은 작품을 샀다”며 “지속적으로 해외 M&A를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자본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미래에셋 계열 사모펀드(PEF)를 통해 깨지지 않는 접시로 유명한 코렐, 100년 전통의 내열유리 계량컵 브랜드 파이렉스 등을 보유한 주방용품 기업 월드키친 인수를 추진 중이다. 미국 식기브랜드 1위라는 인지도를 앞세워 향후 중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미국 같은 선진국이나 한국의 여권소지자 비율이 40%정도이지만 중국인이 여권을 가지고 있는 비율은 전체인구의 4%밖에 되지 않는다”며 관광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는 설명이다. 이어 박 회장은 “투자가 없는 사회는 답이 없다”며 “개인은 글로벌 분산투자를, 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망직종으로 바이오,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 여행·레저 같은 미래형 산업을 꼽았다.

 

인사이트 펀드는 실패가 아니다

해외 증시에 남다른 혜안을 가진 박 회장도 2007년 10월 일종의 헤지펀드인 인사이트 펀드를 출시했지만 쓴 맛을 톡톡히 봤다. 두 달 만에 무려 4조7000억원을 모은데 성공했지만 이듬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번지면서 열풍은 원성으로 바뀌었다. 1년 후 수익률은 반 토막(-51.33%) 이 났다. 회복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에 등을 돌렸다. 2008년 70조원에 달했던 운용자산도 3년 만에 4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박 회장은 2011년 말 그룹의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선다. 채권 투자는 물론 해외기업·부동산 같은 대체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다. 과거 전체 운용자산의 70%에 달했던 주식형 비중은 현재 20%대로 줄었고, 채권·대체 투자 등에 골고루 분산돼 있다. 그는 지금도 인사이트 펀드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장기투자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패라기보다는 고객을 잠시 불편하게 했기 때문에 빨리 회복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전부였다는 회고다. 이날 박 회장은 자신도 몰랐던 두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첫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는 것과 둘째는 펀드 운용을 잘못 했다는 설명이다. 그때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을 시가총액 2조~3조원에 샀는데 지금 30조~40조가 됐다든 것이다.

“당시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를 강력하게 사라고 했는데 6조~8조원에 샀습니다. 그게 지금 160조짜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미래에셋 포트폴리오에 없는 겁니다. 시장이 떨어질 때 다 팔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바이두를 다시 사려고 봤을 땐 이미 20조~30조원이 됐으니 못 산거죠. 운용을 잘 못한 것이지 펀드의 개념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대우증권 인수가 확정된 상태에서 박 회장이 당장 넘어야 할 산은 바로 노동조합이다. 당시 고용보장을 내세운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인수의 유력한 후보가 되면서 노조는 KB금융지주의 인수를 조건부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점포수를 250개는 가져가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지만 노조를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월 4~6일 실시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노조원의 98%가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는 고용 보장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대우증권 경영진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은행권 대출 등 사실상 LBO(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경우 대출금 상환부담이 대우증권 소액주주와 채권단, 그리고 직원에게 돌아올 거란 우려다. 현재 일본 노무라증권의 직원수가 2만6000명, 자기자본 28조원이다. 다이와증권도 자기자본 13조원에 직원수가 1만4000명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직원수가 4800여명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성장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 구조조정은 결코 없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변화를 주도할 야성을 키워라

박 회장은 동양증권을 거쳐 1988년 한신증권(현 동원증권)에 입사해 뛰어난 영업실적으로 1991년 박 회장은 33세의 나이에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이 됐다. 국내 증권사 최연소 지점장이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곳은 박 회장이 지점장이 된 후 주식약정 1000억원을 넘어서며 전국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원칙은 1997년 최현만 동원증권 서초지점장(현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 등 8명의 ‘박현주 사단’과 창업할 때 빛을 발했다. 그해 7월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캐피탈을, 8월에는 10억 규모의 미래에셋 투자자문을 설립했다. 동원증권에서의 마지막 몇 해 동안 박 회장의 연봉은 1억5000만원을 웃돌았다. 매년 받는 인센티브도 3~5억원 수준이었다. 그렇게 번 돈에 자기 몫의 고향 땅 일부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대주주 자본금을 마련했다. 평소 인연을 맺어 온 투자자들과 임직원이 나머지 금액을 채웠다. 외환위기 때 미래에셋은 펄펄 날았다. 이때 공전의 히트를 친 상품이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다. 업계에선 이 펀드(폐쇄형)가 일정 기간 돈을 찾을 수 없는 데다 외환위기 여파로 고객 반응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보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고객에게 믿음을 팔 수 있는 기회로 봤다. 1998년 12월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판매된 펀드는 2시간30분 만에 500억원 한도가 모두 팔려 나갔다. 운도 따랐다. 3개월 후 현대증권의 ‘바이코리아 펀드’가 공격적으로 돈을 끌어 모으면서 박 회장이 사들인 종목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 펀드는 1년 만에 10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박현주 회장은 올해를 한국 자본시장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해로 규정했다. 대우증권 인수로 미래에셋그룹 전체의 고객자산은 320조원, 자기자본은 1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사회는 타성에 젖어 야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세상변화 속도는 광속인데 우리사회의 변화는 멈추어 있다”며 변화에 대한 파괴적 혁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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