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시인 강안나의 늦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의대 함춘회관서 ‘2017 문학나무 신인 작품상’ 시상식 개최
강안나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뒤에야> 신인작품상(詩부문)수상
40여년의 해외생활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사치였다. 모든 게 부족했던 시절,
단 하루도 허투루 살수가 없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살다보니 시간적인 여유도 생기고 가정도 안정이 됐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다랐을 즈음, 세 아이들은 글로벌 일꾼으로 장성했고 마침내 손자‧손녀도 보게 됐다. 들길에 솟아난 고향의 풀 한포기와 밤하늘의 별들도 달리 보이고 모든 게 애틋하게 밀려왔다. 손에 쥔 것도 없이 마음만 급해졌다. 갑자기 아이들에게만이라도 뭔가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솟았다. 해외생활에서의 편린들을 모으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터에 지난 봄, 지인의 추천으로 문학나무에 시 한편을 출품했는데 덜컹 입선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안나 시인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뒤에야>가 바로 그 작품이다. 이날로 강안나 시인은 평범한 주부에서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시작(詩作)에 들어간 지 꼭 14개월만이다. 한국 문단의 쟁쟁한 작가들을 물리치고 신인 작품상을 수상할 만큼, 늦깎이 시인의 늦바람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12월 5일 서울대 의대동문회 함춘회관에서 ‘2017 문학나무 신인 작품상’ 시상식이 있었다. 강안나 · 김인옥 · 최용탁씨가 시 부문에서 수상자로 선정됐고 복가문 · 심우정 · 정안씨가 소설부문에서, 백성씨가 스마트소설부문에서, 강은모 · 임정연이 평론수상자로 선정돼 조촐한 축하행사가 열렸다. 이날 ‘2018 제6회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올해 처음 제정된 문학나무 숲 시·소설상 수상식이 동시에 열렸다.
강 시인은 이날 “밤을 설치고 지우고 또 지우며 톱밥처럼 흘리며 홀로 심은 별, 사랑이 되고 용서가 되는 한 줄 시를 쓰면서 오래 열병을 앓았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지난 9월1일 서울 남산의 힐튼호텔에서 <눈부신 그늘> 출판기념회에서도 강 시인은 “한 줄의 시어를 찾아내기 위해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잠을 잤다”며 “한편의 시를 완성할 때까지 수십 수 백 번의 탈고 과정을 거쳤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고통보다 시를 쓰기 위한 준비와 상상이 너무나 행복했고 즐거웠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라는 말로 대신한 바 있다.
정희성 서울대 교수는 이날 강안나 시인에게 “지난 봄 연두색 같은 시인 한분이 새로 태어나셨다. 말(言)을 모시는 사람이라는 뜻의 시인이라는 칭호가 그 어떤 높은 벼슬보다 명예롭고 기쁠 때”라고 격려사를 보내왔다.
“강안나 시인은 ‘가슴 설레이는 순결한 시 한편 섬기기’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던가요. 여기 모인 많은 분들이 돈을 모실 때 시인은 평생을 두고 말을 모셔왔습니다. 어쩌다 고약한 시 한편에 붙들리면 하루 종일 단어 하나와 씨름을 해야 하니 시인은 24시간 근무를 하는 노동자입니다. 시는 돈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인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지요. ‘발표 안 된 시 두 편만 가지고 있어도 나는 부자’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마는 시인은 마음만은 부자 부럽지 않습니다. 지금 강안나 시인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풍요로울 것입니다. 이 풍요로움이 오래 갈수 있도록 이 자리에 초대받은 여러분들이 우리 강안나 시인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
소설가 윤후명씨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뒤에야>를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그 의미를 늘 생각한다”며 강 시인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윤후명씨의 격려는 그냥 덕담이 아니다. 그는 “시를 쓰면서 단 한 줄일지라도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시집을 내기 위해 50년 전의 시를 탈고하면서 글자 하나를 고치고 또 고쳤다”며 “글자 하나를 고치는 게 인생을 고치는 것 같다”는 말로 강 시인의 고뇌와 열정을 격려했다.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뒤에야>
강안나
아뿔싸, 왜 이제야 알았나
지상이 이리도 따뜻하고 환한 것은
이 세상 곳곳에 숨어 피는 아픔 때문이라는 걸
사운대는 별빛에 놀라 터지는 목련꽃잎 하나도
툇마루 달빛에도 벙그는 개복숭아 열매 하나도
겨우내 견뎌온 울음이 있어 저리 실하다는 걸
하필 오늘 아침 연록의 봄순 말갛게 밀어 올리며
천지사방에 꽃물 아득하게 들이는 것도
먼 길 떠나는 그 대 발아래
황홀한 꽃사태 환장하게 피어놓고
그대 싸한 가슴속 우둠지에
내 사랑 슬피 일렁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그래, 삶은
댓잎 스치는 밤바람소리 같이 정 한 것만은 아니며
제 아무리 사랑이 깊고 장하다 한들
잔인한 이별마저 떨쳐버릴 순 없어
다 읽지 못한 사연처럼 다 추스르지 못한 인생 위에
꽃잎 찌고 낙엽 떨어져
이별 위에 이별 아픔 위에 아픔 쌓여
그렇게 서럽고도 아름답게
너와 나 함께 썩어가는 것임을,
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뒤에야 문득 알아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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