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갑 일출사진 작가의 꿈과 소망
神과의 싸움에서 얻은 작은 희망
40여명의 일출팀 꾸려 루게릭병 환우 돕기 나서
일출작가의 삶은 어쩌면 외로운 고행길이다. 야간산행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 늘 자연과 싸워야 한다. 해가 뜨기 최소 한 시간 전에 목표점에 도달해야 찰라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 매일매일 일출시간이 다르고 계절별로 차이도 심하다. 그래서 시간과의 싸움은 신과의 약속과 다름없을 정도다.
강희갑 작가는 2년째 국립공원 정상의 일출을 찍기 위해 매주 금요일 저녁 카메라를 들고 전국의 명산을 오른다. 허탕 치기가 부지기수이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또 다시 그 길을 나선다. 그렇게 고통을 딛고 땀을 흘리고 나서야 사진 한 컷이 세상에 나온다. 한겨울 얼음장을 깨고 피어오른 복수초처럼, 그의 작품 속에서 ‘희망’과 ‘꿈’이 자란다. 그의 나이 52세. 그의 직업은 현재 무역업을 하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늦깎이로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에 진학해 사진을 배웠기 때문에 취미라면 사진을 찍는 것과 등산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제2회 거창관광사진 공모전 입선을 시작으로 2013 서울 세계불꽃축제 사진전 동상, 제35·36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사진부문 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식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취미로 시작한 사진은 이제, 그의 삶에 빼 놓은 수 없게 됐다. 2012년 처음 참여한 전시회 판매수익금을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에게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시각장애인 미술활동 기금 후원을 위한 개인전 ‘이방(異邦)’을 열기도 했다. 또 2015년에는 네팔 지진피해 어린이를 돕기 위한 전시회 ‘이노센트(Innocent)’를 열어 SOS어린이마을에 기금을 전달했고, 이주민 후원을 위한 개인전 ‘All Right! Nepal’도 여는 등 그의 작품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5년 전 우연하게 승일희망재단과 인연을 맺은 강희갑 작가. 승일희망재단 행사에서 종종 사진 촬영 재능기부를 해오다가 2015년 말부터 본격적인 일출사진 촬영에 뛰어들었다. 절망의 늪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루게릭병 환우와 그 가족들에게 ‘일출’을 통해 ‘희망’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승일희망재단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전 프로농구 모비스의 최연소 코치였던 박승일과 기부천사 가수 션이 공동대표로 있다. 루게릭병은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의 병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희망재단 관계자에게 일출사진을 찍어 판매수익금으로 루게릭병환우와 가족을 돕겠다고 나섰더니 반대를 했어요. 일이 너무 힘들고 재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해관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16년 1월 첫째주 금요일 혼자 개방산에 올라 일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뒤 루게릭병 환우를 돕기 위한 일출팀을 꾸리자고 제안했다. 금새 4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렇게 해서 현재 150여명으로 늘어났다. 한번 출사를 나갈 때 대략 15명 정도가 동행한다. 안전예방에서부터 각종 허드렛일은 강 작가의 몫이다. 그는 지난 11월 6일 본사를 방문하면서 ‘2018 희망 그리매’라는 카렌다를 가지고 왔다. 대한민국 17곳 산악형 국립공원 정상에서 촬영한 산그리매(산봉우리) 작품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희망그리매’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모이고 모인 희망봉우리로 희망을 그리고, 희망을 꿈꾸고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재능기부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능 품앗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루게릭 환우와 그 가족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내가 받는 것이 더욱 많았습니다. 나에게 용기를 주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도 했어요. 지난해 탄핵정국에 앞날이 얼마나 캄캄하고 어두웠습니까? 일출팀과 어둔 밤을 헤치고 산 정상에 올라 해 뜨는 광경을 보면서 또 다른 희망을 가져 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으니 품앗이가 아닌가 싶어요”
그는 풍기인삼축제기간인 지난 10월 23일 ‘특산품 명품화 전략 모색 및 판로개척을 위한 컨퍼런스 행사장에도 사람을 살린다는 소백산 사진작품을 전시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15개 작품가운데 12개가 팔려 영주지역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 5명이 그 수혜를 받았다고 한다. 수익금 전체를 기부한다는 말에 기자도 기꺼이 동참했다. 박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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