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강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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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3.09 19:00 Updated

특별강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특별강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하림로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특별한 외출

병아리 키우겠다고 가출했던 소년, 7조 신화 쐈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이 기업생태계 훼손한다”

 

한 꼬마가 병아리 10마리를 선물 받았다. 이후 공부보다 오직 병아리 키우는 데만 골몰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는 돼지까지 키웠다. 힘에 부쳤지만 가축을 키우는 일이 재미있었다.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부모님과 늘 다투어야만 했던 이유다. 결국 가출을 하자 “가출만 하지 않는다면 너 하고 싶은 데로 하라”는 부모님의 승낙을 받아낸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김홍국 회장은 지난 3일 인간개발연구원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차별규제 없애야 기업생태계 살아난다“는 주제 발표를 통해 ”아담 스미스는 경제(시장)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우주의 섭리와 같다“며 ”시장의 원리는 자연의 반복된 질서와 같고, 이러한 질서는 사람의 이성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대한 잘못된 개입은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그는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5년 후를 전제로 ’재앙‘으로 규정했다. 한국의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OECD국가 중 1위. 상품시장에 대한 규제(2013년 기준) 역시 4위다. 이런 가운데 19대 국회는 개원 후 1년간 발의된 440건의 경제법안 중 81.4%(358건)가 규제강화 관련법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규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고 이유가 이처럼 정부는 물론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시장에서 대기업은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는 시가총액기준 애플사의 25%에 불과하고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의 15%수준이다. 글로벌시장에서 국내 대표기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13년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한국은 14개인 반면 중국은 89개. 한국은 5년째 변동이 없으나 중국은 매년 10개씩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국내 20대그룹 주력 계열사 65%(13개사)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6개에 이르는 등 기업경쟁력 약화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장수기업 수도 마찬가지. 포브스 선정 2000대 기업 가운데 매출, 수익자산, 시장 가치 기준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448개 가운데 한국은 단 2개다. 미국이 152개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서 일본이 45개로 뒤를 잇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김 회장은 ”대기업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그렇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어떤가. OECD국가 중 단연 1위다. 동반성장에 대한 인위적 조정 및 통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및 사업조정 신청제도, 중소기업자 우선 선정, 인력지원, 개발부담금 감면, 특례계약(제한경쟁입찰) 등 손가락으로 셀 수가 없다. 지원기관만도 60여개가 넘는다. 그러나 현재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는 연간 80만개가 폐업하고 있는 현실이다. 2001년 전통시장의 매출액도 40조1000억원에서 2013년 20조 7000억원으로 12년 만에 반토막 났다. 사회적 재앙 수준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나친 지원정책이 자칫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엄마가 어른이 될 때까지 아이를 업고 다닐 수는 없지 않느냐는 그의 반문이다. 중소기업도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자신을 좋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제살깎기 경쟁이 부실 초래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도 OECD국가 평균인 14.9%에 비해 22.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숙박 음식업체수도 인구 1000명당 미국의 6배인 13.5개로 나타났다. 정부의 과도한 지원정책 이 과당경쟁으로 이어지는 불씨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자신의 사업경험을 통해 출혈경쟁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그는 “아주 오래된 얘기이긴 하지만 국방부에 소시지를 납품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는데 원가가 2500원인데 1500원에 납품한 사례를 봤다”며 “이는 정부가 단가 후려치기를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경쟁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 즉 중소납품업자들끼리 출혈경쟁에 따른 제살깎기가 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결코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단가후려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주장이다. 그가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지난 2월3일 한국경제연구원의 ‘중소기업정책금융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은가?’라는 자료를 인용해 “2009년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업체들은 지원받지 않은 업체들보다 2011년 생산성이 4.92%로 낮아진 반면, 잔존율은 지원받지 않은 가상 상황에 비해 5.32%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시장의 힘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2009년 정책금융 지원에 따른 2011년 잠재적 GDP손실만도 2조4,770억원.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이런 차별적 규제와 정책이 사업체수의 기형적 분포를 가져왔다”며 “대․중소기업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적정한 비율로 구성돼야 자연적인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위적인 동반성장 정책은 비즈니스복지라는 것. 현재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규모별 분포는 대기업이 0.05%, 중견기업이 0.12%, 중소기업이 99.8%다. 흔히 말하는 ‘9988’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과도한 지원정책을,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나친 규제로 인해 대기업 수가 중소기업 수에 비해 지나치게 적어 경제력집중현상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9988은 중소기업수가 99%이지만 중소기업에서 종사하는 종사자가 88%라는 의미다. 김 회장은 “대동맥을 늘려야 모세혈관에도 피가 돌듯이 경제 역시 모든 요소들이 자연의 순리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차별규제를 혁파하고 기업가 정신을 분출시켜 9988이 아닌 9070으로 대․중소기업의 적정한 비율을 이루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비중이 90%이며 중소기업이 고용의 70%정도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 독일의 경우 대기업이 0.4%, 중견기업이 11.8%,중소기업이 87.8%로 나타나 한국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차별규제는 후진적인 발상

대동맥(대기업)-동맥(중견기업)-모세혈관(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피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인체의 기능(경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이치와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차별규제 발상은 대동맥을 줄여야 모세혈관이 잘 작동한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수는 10%가 돼야 하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도 30%가 돼야 안정적인 경제생태계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크고 작은 기업의 분포가 적절한 균형을 가져야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으며 이런 생태계가 결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청년실업을 해소에 기여하며 장수기업을 탄생시킨다는 그의 진단이다. 그는 히든 챔피언의 나라가 된 독일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한 마디로 ‘영속성보장’을 꼽았다. 독일에서 고용을 유지한 체 7년간 기업경영을 하면 상속세 100%를 면제해주기 때문에 기업가들이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기업경영에 매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기업의 96%가 상속기업이라고 한다. 상속이란 기술은 물론, 부와 리스크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상속을 말한다. 그는 “독일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경제를 전제로 한 사회적 균형을 말하며, 사회적 균형을 위해서 시장경제를 결코 파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히든챔피언은 2,734개. 이 가운데 70%가 대기업이다. 독일이 전체의 절반 수준인 1,307개이며 이어 미국(366개), 일본(220개), 오스트리아(116개)순이다. 한국은 23개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이 될 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김 회장은 헤르만 지몬의 말을 인용 히든챔피언기업의 자세를 설명했다.

“보조금 지급과 경쟁에 개입하는 방법을 통해 국가 챔피언을 육성하려는 국가의 시도는 그릇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지속적인 성공을 구하는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거나 혹은 관리할 수 있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

독일도 시장경제로 정착하기까지는 뼈아픈 과거가 있다. 독일은 1970년대 분배중심의 사회주의 정책 도입으로 경제침체에 빠졌다가 2003년 이후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정책(아젠다 2010)으로 전환하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했다는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기업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지수는 얼마나 될까.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76년 150.9로 나타나 최고조에 이르렀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2013년 66.6으로 조사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기인 2009년에는 63.3으로 나타나 기업가 정신의 실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는 “기업가정신이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측하다보니 기업가정신 자체가 모험이다”며 “이런 이유로 일반 대중의 논리로 기업가정신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경영학회가 국내 역영학자 2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기업가정신의 회복(47.7%)을 꼽았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 천재

어린 시절, 그는 외할머니가 선물로 준 병아리 10마리를 집으로 가져왔다. 들판에 나가 미꾸라지와 개구리를 잡아 삶아 쌀겨와 섞여 ‘김홍국판 사료’를 만들어 병아리를 키웠다. 당시 병아리 한 마리가 7원이었다. 그는 10마리를 키워 마리당 250원씩 받고 시장에 내다 팔아 총 2500원을 받았다. 이때 병아리 100마리를 사고도 1800원이라는 돈을 초등학교 4학년 때 벌었다. 사료비는 자력으로 조달했기 때문에 원가비중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100마리를 키워보겠다는 꿈이 생겼다. 이후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닭은 물론 18마리의 돼지를 키웠다. 돈 버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리 농고를 진학한 배경이다. 그의 나이 18세 때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종계(씨암탉)4000수를 사들여 사업의 첫발을 뗀다. 당시 나이가 어려 보증인을 내세워 사업자를 냈다. 하림. 최근 수년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국내외 60개 계열사에서 연 매출 7조원, 1만4000여명의 종업원이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대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외할머니가 키워서 몸보신 하라고 건넨 병아리 10마리는 하림의 종잣돈이 돼 3억6400만 마리의 닭과 1백38만두의 돼지를 가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사료공장은 물론 벌크선사, 홈쇼핑 회사 등 무려 60여개사가 국내외를 누비고 있다. 사업이 그렇듯이 그에게 늘 성공만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공장 화재로 1200억원이 날아가 부도직전으로 몰리기도 했고 IMF와 조류독감 등으로 휘청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리더십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김 회장은 “IMF의 위기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숙한 경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고난을 겪고 난 뒤에는 조직은 물론 사람도 많이 성숙해 진다”고 담담하게 강의를 풀어 나갔다. 성공의 요인에 대해 그는 “적성에 맞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창의성이 도출되고 그런 사람은 천재다”며 “규제는 사람의 본능을 억제하게 돼 사람이 가진 능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하림의 계열사 사장들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그는 “자율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경영을 했을 때 비로소 창의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모자

나폴레옹 정신을 남기는 것도 사회에 대한 기부다

 

이날 강연회 좌장을 맡은 장태평 전 농림식품부 장관은 “최근 하림그룹이 미국에 있는 닭고기 가공회사를 비롯해 팬오션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도 김 회장은 임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는 물론 하물며 하림에서 퇴직한 사람도 재입사를 원하면 대부분 재고용을 한다”며 “합리적이고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이날 김 회장은 강연회 후 참석자들과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기업경영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다. 누가 잘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70세가 됐을지라도 능력이 있으면 오랫동안 쓴다. 하림 자회사인 NH홈쇼핑의 사장이 70세가 넘었는데, 여전히 경영을 잘한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능력위주의 인사정책을 선호한다. 하림의 인사정책은 첫째, 적성에 따라 배치한다. 둘째 반복적으로 훈련한다가 전부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실천해도 집단천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영철학 역시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정도다.

 

-하림의 HMS(Harim Manegement System)은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몸에 맞지 않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입은 옷이 좋게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림은 꼭 우리 것이 나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의 옷을 맞춰 입자 하고 생각해서 만든 시스템이다. 재무나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등 다양한 사안들을 관점별로 정리해서 전산망을 통해 모든 직원이 상하좌우, 수평적·수직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경매를 통해 나폴레옹 모자를 산 것이 화제가 됐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섬에서 태어난 시골소년으로 프랑스어조차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35세에 황제가 됐다. 당시 섬 소년이 황제가 된다는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하지만 그는 0.0001%라는 가능성만을 믿고 도전해 100%를 이룬 사람이다. 나폴레옹의 정신은 한마디로 긍정적인 사고다. 내가 중학교 때 나폴레옹 전기를 읽고 ‘불가능은 없다’는 말에 절절한 감동을 받았다. 나 역시 그런 가능성에 도전하겠다는 각오 때문에 부모님과 싸우면서 나의 길을 개척해왔다. 어느 날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폴레옹 모자가 경매에 나왔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매에 참여해 낙찰을 받았다. 나폴레옹의 이런 긍정적인 정신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도 사회에 대한 기부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최근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젊은 청년들에게 패배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우려스럽다. 아무리 세상이 어렵다고 해도 우리가 어렸을 때보다 지금이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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