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족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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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3.19 21:48

사회/ 조선족의 굴레

사회/ 조선족의 굴레

 

‘조선족’, 변방에서 울다…깨어진 ‘코리안 드림’

“한 민족이지만 다른 국적…인식부터 정립돼야

 

같은 한민족(韓民族)인 중국동포(조선족)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국내에 머무르는 중국동포의 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범죄의 길로 빠지는 극단적 선택이 줄을 잇고 있다.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국내 거주 중국 동포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년 초 5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국내 체류 조선족은 80만명 가량으로 늘어났고,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년 뒤 1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중국동포를 포함한 중국인 범죄 건수는 총 1만7222건으로 전체 외국인 범죄발생건수의 58% 가량을 차지했다. 중국동포의 비율이 높은 게 중국인 범죄율이 높은 원인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그 해 국내 체류 중국인(약 28만명) 중 중국동포는 80% 가량(22만520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중국동포들이 음지로 숨어들거나 아예 삶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적 궁핍, 즉 먹고사는 문제를 꼽는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동포들이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는 것이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원장은 “중국동포 중 상당수는 노동 강도는 세고 임금 수준은 낮은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3D업종으로 취업이 제한돼 있다”며 “취업이 제한된 곳에서 일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불법 취업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중 대부분은 국내에서 직업 선택의 폭이 넓은 재외동포비자(F-4)가 아닌 단순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방문취업비자(H-2)를 발급받고 있다는 게 곽 원장의 설명이다. 국내 이공계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소지하거나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장 또는 국내 공인 국가기술자격증 등을 갖고 있어야만 F-4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곽 원장은 “중국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다보니 한국과 격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내 체류 중국동포들이)3~4년 고생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고, 불법 체류자라는 딱지만 붙어 국내에서 쫓겨나거나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문화적 요인도 중국동포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원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한국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져 범죄를 저지르거나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곽 원장은 “한국에서 푸대접을 받는 대표적인 집단이 외국인 근로자와 중국동포”라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인의 생활권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주로 밀집해 사는 반면 중국동포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달리 한국사람과 섞여 살면서 차별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노영돈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 민족을 칭할 때 한민족이라는 표현을 쓴다. 중국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진출해 있어 어느 때보다도 조선족의 역할도 커졌다”면서 “조선족이 아닌 중국동포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큰돈 벌자’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조선족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은 62만6000여명이다. ▲2012년 44만7000여명 ▲2013년 49만7000여명 ▲2014년 59만여명에 이어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서울 영등포구에 등록된 조선족만 3만2000여명이고 절반가량이 대림동에 살고 있다. 코리안드림을 쫓아 한국에 건너온 대림동의 조선족들은 날이 밝자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한국에 건너온 이유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돈’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있을 때보다 몇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국으로 온다는 뜻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통 처음 정착한 조선족들은 직업소개소나 벼룩시장을 이용해 일자리를 구한다. 그러나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사장에게 임금을 제대로 못 받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을 소개받아 갔지만 유령업체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감자탕집 상표가 박힌 모자를 쓰고 직업소개소의 안내판을 보던 ㄱ(47)씨는 “한국에 와서 회사에서 일했는데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한국 사람보다 적었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 만기가 올해 6월이다. 자격증을 따야 한국에서 오래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다”며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는 학원에 다니다 보니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한국에 온지 21개월가량 된 ㄴ(56)씨는 “한국에 와서 주로 목공 일을 했다”며 “아침마다 직업소개소에 나와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소개를 받아 기껏 일하러 가도 자리가 없어서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직업소개소 안내판에 붙은 일자리는 대부분 한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직종이었다. 미화원, 건설일용직, 식료품 공장 업무, 식당 아르바이트, 건물 청소, 간병인, 용접, 운전 등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에서 농사를 짓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ㄷ(60)씨는 “조선족들은 대부분 식당, 공사장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일하고 있다”며 “나도 원래 잠실에서 잡부로 일했다”고 말했다. 며칠 전에 한국에 왔다는 ㄹ씨는 “병 치료를 위해 한국에 왔는데 그 전에 돈이라도 벌기 위해서 직업소개소에 왔다”며 “이미 한국에 와있었던 아내는 식당 서빙, 간병인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복 차림을 하고 일거리를 보러 나온 ㅁ(55)씨는 “중국에서 땅도 없고 가난하니 한국에 온 것이다. 돈 많고 살만했으면 왜 여기까지 왔겠냐”라며 “일을 안 하면 살지도 못하는 게 대한민국 아닌가. 언젠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국생활에 불만을 드러냈다.

 

재력 바탕으로 정착하기도…조선족도 양극화

조선족 출신으로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ㅂ(60·여)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잘 곳이 없어 교회에서 자고 그랬다”며 “몇 년이 지나니까 부동산에 취직하고, 가리봉동에 집도 사게 됐다”고 입을 뗐다. 그녀는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있었으면 아들 장가도 못 보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한국이 돈 벌기가 좋다. 중국에 있어봤자 뭘하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졸린 눈으로 산책을 나온 ㅅ(78)씨는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뒀지만 경제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놀고먹기가 좋은 곳이다. 중국에 땅이랑 아파트가 있어서 1년에 600만원정도 돈이 들어온다”며 “조선족이라고 다 못사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돈을 많이 가지고 온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잘 산다”고 밝혔다.

대림동 부동산 관계자는 “장사가 잘돼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조선족도 많다. 대림동 중앙시장 상권의 상당수가 조선족에게 넘어가는 등 큰돈을 번 조선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조선족은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등 그들 사이에도 빈부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사는 분위기 조성을”…경찰, 범죄예방 온힘

김해는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녹아들어 조화롭게 공존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김해 진영읍과 장유동 등지에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베트남 등 동남아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이 눈에 띈다. 경찰은 김해 사례처럼 중국동포들이 한국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동포를 무조건 경원시하는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범죄발생을 미연에 막아보자는 취지다. 경찰청은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여성 등 대상별 맞춤형 범죄예방교육을 하는 ‘범죄예방교실’을 운영 중이다. 특히 입국단계에서부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고용노동부와 협조해 방문 취업 비자(H-2)를 소지한 중국동포 등을 대상으로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혐오스러운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중국동포들을)범죄자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국동포 대부분이 살기 위해 건너온 만큼 주민들과 유리돼 겉돌지 않고 동화될 수 있도록 큰 틀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이주민만 2만여명에 달하는 김해 지역은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범죄율이 절반 수준으로 낮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국동포들이)한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규직이나 충분한 수입이 보장되는 일자리, 가족들과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중국동포 등 외국인 범죄 수사를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 작업도 한창이다. 경찰은 법무부와 손잡고 외국인의 지문·체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막바지 시스템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중국동포 범죄건수 중 중국의 전통오락인 마작의 영향 등으로 도박사범 비율이 높다. 교통사범 비율도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비용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해 쉽지 않은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운전면허시험 합격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쉽기 때문이다.

 

다문화 사회에 따른 폭넓은 포용정책 필요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은 19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8%에 달한다. 국내로 귀화해 국적을 취득한 인구까지 합하면 100명 중 4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특히 ‘조선족’이라 불리는 국내 체류 중인 중국동포는 공식 집계된 것만 65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190만명)의 35%에 달하는 수치다.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선조들의 고향을 찾아 어렵게 한국 땅을 밟았지만 같은 동포들로부터 중국인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까지 단일민족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이들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찾은 ‘외국인 노동자’일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불만이 쌓여 범죄로 이어지면서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하지만 불법체류 중인 중국인들의 범죄를 오인하거나 중국동포를 중국인으로 묶어 하나로 보는 우리의 시선 때문에 만들어진 오해도 일부 존재한다며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탈선을 줄이고,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국민의식부터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을 격리시키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결국, 그들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원장은 “중국동포 중 대부분은 방문취업비자(H-2)로 한국에 들어온다”며 “국내 이공계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소지하거나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장이나 국내 공인 국가기술자격증 등을 갖고 있어야만 재외동포비자(F-4)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문취업비자로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동포들이 3D업종으로 몰리게 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곽 원장은 “이런 환경에서 불법 취업자로 내 몰려 추방되는 중국동포들이 많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한국에서 푸대접을 받는 대표적인 집단이 중국동포”라며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인의 생활권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주로 밀집해 사는 반면 중국동포들은 우리와 섞여 살면서 차별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노영돈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 민족을 칭할 때 한민족이라는 표현을 쓴다. 중국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진출해 있어 어느 때보다도 조선족의 역할도 커졌다”며 “그들을 조선족이 아닌 중국동포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동포들을 한민족으로 보기 이전에 다른 국적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뿌리는 같지만 단순하게 우리와 같은 하나, 한국인이라고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과의 이런 인식차이에서 갈등과 불신이 확산되다는 의미다.

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상호인식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 많다”며 “조선족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서 한국사회에서 여러 가지 관점들이 있다. 같은 민족, 재외동포로 보는 시각과 화교에 빗대 조선족을 신(新)화교라고 보는 시각 등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여러 민족이 모여 구성된 국가이고, 조선족도 그 중 하나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단일민족 국가관과는 차이가 크다”며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조선족들은 중국에서 낳고 자란 2~3세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중 울타리가 존재한다”고 봤다. 그는 이어 “그들은 같은 한민족이지만 국적은 중국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반면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서 기대하는 심리가 크다”며 “이런 차이에서 갈등이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우리 자체적으로 중국동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우리가 풀어나갈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다문화축제

사진/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 축제(MAMF)’가 지난해 9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 동안 창원용지문화 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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