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수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고수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철밥통을 깨 소상공인의 권익을 되찾겠다”
지난달 30일 고수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을 염창동 전광인쇄 사무실에서 만났다. 2월 25일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에 연임된 그는 우선 “인쇄업계인 수장으로서 기쁨보다 책임감이 앞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 지자체 운영의 발간실에 대해 “마피아‘,’철밥통‘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자체의 발간실 폐쇄야말로 인쇄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다“며 ”지방자치단체가 협동조합 정신을 위반하고 건강한 지역공동체발전을 해치는 꼴이다“고 강조했다.
발간실 운영의 구체적인 폐단은 이렇다. 우선 발간실 운영에 따른 수지가 맞지 않아 결국은 세금으로 때우는 상황이며, 운영진의 전문성이 결여되면서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공정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발간실의 외부발주마저 장애인이나 보훈단체 등 특정단체에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지역의 인쇄 소상공인들은 패닉상태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단 지자체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세청을 비롯해 수많은 관변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 그렇다는 말이다. 사례 하나를 들었다. A회원조합이 경기도를 찾아가 발간실 폐지를 수없이 요구하면서 동시에 대안을 제시했다. 경기도에서 보유하고 있는 시설을 조합에서 인수하겠다는 것. 하지만 늘 빈손이었다. 장애인단체나 관변단체의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중앙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단체에 대한 외부 발주가 경기도(74.2%) 광주(38.4%), 세종시(18.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장애인공화국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과거에는 지자체가 정부의 기밀을 다루는 등 보완을 유지하기 위해서 발간실 운영이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경제민주화시대 이런 구태를 지속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일부 노동조합에서 발간실 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공무원 스스로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말입니다.”
그의 표정은 결기에 차 있었다. 머리띠를 두르겠다는 각오로 비춰졌다.
“2007년도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없어지면서 대다수 중소기업은 물론 협동조합은 고사상태로 몰리게 됐습니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특히 협동조합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데,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운영상의 미흡으로 인해 없어졌습니다. 이에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기업의 생태계가 깨질 우려가 높습니다.”
공동 브랜드 ‘심지’로 출구전략 마련
그는 박성택 중앙회장이 전개하고 있는 ‘책임부회장제도’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책임부회장제도’는 중앙회 부회장이 산업별 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문성을 기반으로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여 협동조합과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박성택 호의 공약사항이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는데 박성택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중앙회 부회장이 과거처럼 결코 감투가 쓰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 부회장은 2월29일 중소기업중앙회 54회 정기총회에서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가 공동사업 활성화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우수단체 최고상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에 대해 종이인쇄산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1962년도에 설립됐다. 강원도와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국의 지역별 인쇄조합 10개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회원사 산하에는 약 3000개 인쇄업체가 가입해 있다. 그가 2012년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회장 취임 이후 정부 지원 사업으로 인쇄특화솔루션 사업과 인쇄물 공동상표(직심)를 만드는 등 인쇄업계의 수장으로 경쟁력확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남은 과제는 현장과의 접목이다.
이를 위해 총선 이후 정부는 물론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을 쫒아 다니며 공공구매제도(물품추천 및 직생제도)활용을 위한 지원과 공공기관의 발간실 운영에 대한 부당성을 직접 호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에도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아울러 인쇄업계의 출구전략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겠다는 포부다. 박성택 중앙회장이 베트남 중국 등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확대 전략에 발을 맞추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이날 갑자기 서랍속에서 일본의 ‘문예춘추’에 실린 기사를 내보였다. 족히 수십년은 넘게 보일정도로 색이 바랬다. 청평 양수발전소 건설과 관련, 한․일 거물 정치인들의 유착관계를 파헤친 내용이다. 당시 총리는 물론 야당 당수 등 국내 거물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마한 당대 최대의 뇌물사건이다. 고 부회장의 선친이 운영했던 전광산업신보사라는 주간신문이 보도한 내용이다. 선친의 인쇄업을 물려받아 40년 넘게 한 우물을 파면서 그동안 희노애락을 겪었다. 인쇄업에 선친의 DNA, 즉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상소문을 올리는 선비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고 부회장의 큰 아들 역시 현재 서울 염창동에 있는 공장에 출근하며 경영수업을 받는 등 3세 경영자로서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수곤 회장 약력
△66세 △도서출판 전광 설립 △서울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전자출판협회 부회장 △서울시 남산도서관 운영위원장 △문화체육부장관 ·대통령 표창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전광인쇄정보 대표이사 회장(현) △대한인쇄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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