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홈앤쇼핑 주총
홈앤쇼핑, 식약처를 향한 대반격
“백수오 사태는 식약처가 책임져야”
GS출신 인사들. 주인 없는 홈앤쇼핑을 장악하라
지난 3월28일 열린 홈앤쇼핑 주총이 끝난 뒤 한 주주가 기자에게 PPT파일의 결산보고서를 카톡메시지로 보내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홈앤쇼핑은 주총 행사를 PPT파일로 대신했으며 촬영이나 녹음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래서 어렵사리 주주들을 만나 이날의 주총을 재구성했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이날 주총의 주요 안건은 지난해 터진 백수오 사태와 주주배당이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홈앤쇼핑의 지난해 취급액은 2014년(1조4,386억)대비 18% 신장한 1조7,02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영업이익은 428억원. 전년(919억)대비 무려 반 토막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남훈 홈앤쇼핑 사장은 “백수오 사태로 인한 손해배상과 모바일 판촉비 강화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남훈 사장은 백수오 사태로 인한 환불 194억원이 영업이익 감소의 결정타였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즉 백수오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6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백수오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14영업이익(784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홈앤쇼핑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강남훈 사장이 홈쇼핑의 비전문가이지만 한 발 빠른 모바일 앱 구축 등으로 기업경쟁력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즉 강남훈호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업계의 평가다. 홈앤쇼핑의 대주주는 중소기업기업중앙회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주인은 엄밀히 따져 정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962년 중소기업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져 50년간 정부의 우산아래 생존해왔다. 매년 정부는 수백원이 넘는 자금을 보조·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중앙회는 준 공공기관에 해당되며 홈앤쇼핑 역시 공공의 성격이 강한 회사다. 이날 주총에서 A주주는 “홈앤쇼핑의 영업이익 저하는 백수오 사태로 인한 손실이 가장 크다. 이에 담당자에 대한 인사 조치 등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강남훈 대표는 “백수오 사태는 식약처의 실수다. 홈앤쇼핑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없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게 화살을 돌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앤쇼핑은 공공성이 중요시 되는 회사인 만큼, 도덕적 책임을 분명하게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강남훈 사장은 공공의 책임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임원 스톡옵션을 공개하라
기업은행과 농협중앙회, 중소기업유통센터 등은 이날 총회에서 최소한 영업이익의 5%배당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사옥은 물론 모바일 쇼핑 강화 등 투자할 곳이 많아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기업은행과 농협중앙회, 중기유통센타 등은 각각 15%의 지분을 가진 홈앤쇼핑의 2대 주주다. 이런 가운데 4월1일부터 홈앤쇼핑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이 부여되는 자격을 획득하게 돼 논란이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최근 홈앤쇼핑의 스톡옵션과 관련, 진상파악에 나섰다. 홈앤쇼핑이 창업이후 지금까지 5년간 단 한 번도 기관투자가나 소액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았다. 특히 백수오 사태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면서 홈앤쇼핑 임원들이 스톡옵션 잔치를 벌인다면 그것은 명백한 모럴헤저드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 스톡옵션 행사에 대한 제재를 가하려고 했으나 중도에 포기했다. 스톡옵션행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중앙회를 통해 홈앤쇼핑 스톡옵션의 진상 파악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홈앤쇼핑의 스톡옵션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말이다. 홈앤쇼핑이 떳떳하게 스톡옵션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홈앤쇼핑은 이번 주총을 통해 지난해 대비 올해 임원 연봉을 10%삭감했다. 경기침체 등 경제위기 돌파에 대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공개하지 못하면서 임원연봉을 지난해 22억원에서 올해 20억원으로 줄인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날 B주주도 상근은 물론 비상근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연봉제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스톡옵션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을 임원연봉 삭감으로 호도하기 위한 술수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중소기업유통센터는 홈앤쇼핑의 지분을 팔겠다는 입장을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등 무언의 압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홈앤쇼핑에의 인사개입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중앙회 고위 임원도 시인했다. 또한 이날 주총에 참석했던 C 인사는 “유통센터 지분 15%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강남훈 사장은 향후 사업전망에 대해 “성장하는 모바일 채널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매출 성장 및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건전한 사업구조를 위해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도모하겠다”며 “이를 위해 2년간 1,35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표1>
한편 최근 홈앤쇼핑의 직원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파벌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GS홈쇼핑 출신인 K씨가 GS홈쇼핑 출신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는 한편 GS홈쇼핑과 거래했던 벤더까지 끌어 들이고 있다는 제보다. MD들로 상당수가 GS출신들로 채워졌다. 즉 홈앤쇼핑 임직원-MD-벤더로 이어지는 유착구조를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K인사는 홈앤쇼핑의 떠오르는 실세로 현재 3개 부서에서 겸임을 하고 있다. 이들은 “GS출신이 최근 퇴직한 임원을 쫒아냈는데 주인 없는 홈앤쇼핑을 GS출신들이 장악해야 된다”며 편가르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GS출신들이 임원은 물론 팀장급 인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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