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레터/ 하태환 프레지던트 편집위원장
협동조합, 한번 도전해볼만한 상생의 사업 형태
우리 한국 사람들의 수명도 자꾸 늘어가면서 이제는 100세 채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장수한다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 나이는 꽤 들었는데 이미 오래 전에 실업인 상태이고, 벌어 놓은 재산도 시원치 않으며, 건강했던 몸도 여기저기서 슬슬 삭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목숨줄 오래 붙들고 있다는 게 복이 아니라 고문이요 저주이다. 특히 초로에 들어설 때 쯤이면 오히려 몸을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주어야 한다는데, 그럴만한 동기가 없다. 그래서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요즘은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무위도식하도록 편히 모시는 것이 아니라, 구멍가게라도 차려주면서 소일거리를 만들어드리는 것이라 한다.
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천재인 이세돌 9단을 완파해버렸다. 이제는 기계가 게임이나 오락마저도 사람보다 더 잘하는 마당에, 다른 사람들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바둑도 더는 두고 싶지가 않다. 그냥 다 기계에게 맡겨버리지 뭐하러 묘수 찾는다고 끙끙거릴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우리의 몸도 차츰차츰 기계로 대체되어 사이보그가 되면서, 거의 죽지 않는 수준에 이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몸도 기계가 되고, 정신도 기계가 되면 어떤 세상이 될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능력에 상당히 근접해질 것 같긴하다. 그런데 한없이 긴 수명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권태를 어떻게 떨쳐낼까? 로마 황제 네로는 인생이 너무나 지루해서 재미로 로마를 불질러버리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무료함과 자살, 파괴, 전쟁, 창작 등은 겉보기와는 달리 모두 같은 것의 다른 모습이라 하겠다. 무료함에 지친 현대인, 이제는 살기 위해서 뭐든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라도 좋다. 마르크스에게서처럼 일이란 우리 인간에게 삶의 동기이면서 목적이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배운 기술도 없고, 경험도 없고, 자본도 넉넉하지 않다면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작은 영농 협동조합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협동조합이 무엇이죠?. 내가 알기로는 협동조합이란 기존의 주식회사나 개인회사와는 상당히 성격이 다른 회사 형태이며,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조금씩 알려지고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내 개인적 의견이지만, 새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무턱대고 크게 시작하기 보다는 협동조합을 통해, 위험도 분산하고, 자본도 합치면 훨씬 더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협동조합은 100%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경제적으로 약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 일반 소비대중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힘을 합쳐 협동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협동조합의 핵심은 경제적 약자들이 혼자만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보장한다는 사실이다. 부대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의 사실은 협동조합은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농협이나 수협처럼 이미 대기업화한 협동조합도 많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 작은 규모의 협동조합으로도 가능한 미개척의 영역도 수두룩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리스크가 크지 않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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