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하태환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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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4.16 19:08 Updated

논단/하태환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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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비리는 한국정치의 축소판?

우리가 아는 농업협동조합(약칭 농협)은 1961년 8월 15일 설립된 농업관련 협동조합으로,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전국의 농업협동조합을 한데 묶기 위해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조직되어 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현재 조합원 수 245만 3000 명 이상이고, 단위농협은 1,167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계열사와 관계법인은 28개사에 이른다. 한마디로 농협중앙회는 ‘거대 공룡’이라고 불리는 바, 그 활동 역시 신용사업, 경제사업, 문화사업, 교육사업 등으로 광범위하고도 다양하다. 경제사업은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농축산물의 생산, 유통, 가공,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한다. 신용사업으로는 농업 자금을 조달하고 공급하는 금융기관 역할과 농업활동에 필요한 자금과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시중 은행과 같은 기능을 한다. 또한 카드, 보험, 상호금융, 외국환, 증권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어떤 조직이 과도하게 커지고, 역할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부작용이 있다. 그 부작용은 건전한 시장경제의 질서를 단숨에 마비시키고, 공정한 경쟁관계를 뛰어넘어 불평등한 특권을 야기시키는 비리라고 하는 시커먼 그림자이다. 사실 농협은 처음부터 평등한 경쟁 관계 속에서 자발적인 조합원인 농민들 중심으로 결성된 것이 아니라, 국가 주도로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태어났기 때문에 농협 구성원 대다수가 특권 의식에 깊게 물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농협과 관계하는 사람들은 매사를 정상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편법을 동원하려고 한다. 당연히 농협은 그 탄생부터 작금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비리의 온상이 되어 왔다. 농협의 취지가 농민들을 위한 협동조합이기에, 온상이나 온실이라는 개념에 친숙해져서, 비리도 그렇게 잘 길러내는가 하는 묘한 생각이 든다.

농협 비리의 몇가지 예를 보자. 검찰은 2015년 7월말부터 12월 말까지 대대적인 ‘농협비리’ 수사를 하여 최원병 농협중앙회 전 회장의 측근과 전 현직 농협 고위 간부등 비리인사 25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연루된 만큼이나, 수사의 방향도 축산경제 부문, NH 개발비리, 농협중앙회장 측근비리, 농협 대출비리 등 4개 분야로 다채롭기도 하다. 농협은 워낙 비리가 빈번하기 때문에 비리를 예방하고 수습하는 데에도 아주 무감각하고, 책임감도 없다. 한마디로 비상식의 상식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일어난 아주 역동적인 지역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듯하지 아니한가. 국민이나 소비자를 속이는 일은 그냥 다반사이다. 일선 지역 조합에서는 이용자 몰래 대출금리를 조작하는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20여 곳 이상 적발되었다. 정말 광범위하고 대단하다. 또는 2014년 11월 광양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모 씨의 농협 계좌에서 텔레뱅킹으로 1억 2000만원이 인출된 사고가 있었다. 농협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 중국IP가 이모 씨 계좌에 접속한 흔적이 남아있었는데 의문의 IP가 접근해서 여러 차례 돈을 인출해 가는데도 농협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중국IP라는 것만 알아냈고, 누가 어떤 방법으로 통장에서 돈을 빼간 것인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수사는 종료되었다. 게다가 이런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으니 보상조차 해줄 수 없다는 농협측의 대응이 있었다. 즉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으니 보상조차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며 오히려 마이너스 통장이 된 것에 대해 이자를 요구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뻔뻔하기까지 하다. 절대 권력을 가진 자가 아무리 실정을 해도 국민은 속수무책인 정치 현실과 너무나 닮지 않았는가.

역사와 관록을 자랑하는 농협 비리는 올해 들어와서도 꾸준히 반복된다. 4월 1일 파이낸셜 뉴스를 보면,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농협중앙회 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금융브로커 A,B,C씨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코스닥 상장회사인 갑회사에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농협,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총 780억원의 대출 및 보증 알선 명목으로 2억2000만원에서 4억5420만원을 수수했다. 이들 브로커들은 컨설팅계약서로 위장해 범죄 수익을 은폐하기도 했다” (4월 6일 뉴스워커 기사). “농협중앙회장 선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병원(63) 신임 농협회장 당선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최덕규(66) 후보 캠프 관계자를 구속했다.”(4월 7일 노컷뉴스) 농협 비리는 끝이 없고, 갈수록 노골적이 되어 간다. 누군가 힘이 있는 조직이 뒤를 봐주지 않고서는 이렇게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비리가 반복되고, 정교할 수가 있을까 쉽다.

 

부정비리 끊어야 국민소득 3만불 당성

그래서 눈을 약간만 돌려보자. 민간단체인 농협 비리의 반복과 순환 구조는 약간 확대해서 보면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일어나는 비리 구조를 빼어 닮았다. 특히 모든 선출직 자치단체장을 가진 조직에서 발생되는 부패 구조를 반복한다. 예를 들면 군수나 시장, 교육감, 국회의원에 입후보하고 선거운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선거자금이 필요하다. 공탁금, 사무실, 인건비, 플랑카드, 기타 흑색 선거, 금품 선거 등등을 위해 만만찮은 자금이 애타게 시급하다. 과거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 시절을 지나, 관광 여행 선거, 식사 대접 선거, 돈 봉투 선거까지 두루 경험해본 유권자와 후보 공히 선거에는 검은 돈이 어떤 식으로든 다수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후보자 시절 돈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꼈던 당선자는 당연히 재임기간 동안 악착같이 이 투자금을 회수하여야 한다. 다행히 당선자에게는 헌법이 보장한 절대권이 주어진다. 이 막강한 힘을 가진 배고픈 상전 아래서는, 승진을 하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암묵적인 헌금이 있어야 하고, 물자를 조달하려면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 이러한 갑과 을의 먹이 사슬은 단계 단계를 거쳐 가장 힘없는 최후 단위까지 내려가게 된다. 민주적인 선거가 있는 어느 곳이나 비민주적인 부패 구조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리의 악순환 구조가 민주주의 선거구조에서 나온 어두운 그림자임을 생각하면, 농협이 뒤집어쓰고 있는 비리챔피언이란 칭호가 약간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결국 농협이 안고 있는 비리의 악순환은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대한민국을 기초한 헌법에게 귀착되는데, 우리 헌법에서 민주주의 선거를 규정하고, 그 당선자에게 너무 많은 힘을 실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고발할 수 있다. 즉 헌법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에 나라 전체에 비리가 만연하더라도 그것을 척결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단체장 등을 선거로 뽑는다. 그런데 그들은 당선만 되면 국민을 주인으로 알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위에 서고, 깔보며, 제 멋대로 한다. 그리고 그 때서야 국민은 일꾼을 뽑은 것이 아니라 상전을 모셔왔음을 알게 되지만, 그들이 하는 분탕질 앞에서 속수무책일 따름이다. 기실 현재의 헌법과 법령들은 고도의 현대 기술사회를 시원하게 돌려주기에는 답답한 곳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정보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이제 국민소득 3만불을 노리는 상당한 강국이 되었다. 그런데 그 3만불 달성을 온갖 비리와 부조리 때문에 저지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리의 생산을 시대에 뒤처진 헌법과 법령이 보장해주고 있다. 국가와 선출직 공무원에게 너무 많은 힘을 주기 때문에, 규제와 비능률,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과거 급하게 만들었던 헌법을 차근차근 검토해봐야 한다. 헌법과 법은 한 국가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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