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노량진 수산시장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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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5.06 19:36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노량진 수산시장 ‘갈등’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노량진 수산시장 ‘갈등’

 

일부 상인들 “새 시장 공간 협소, 임대료 비싸…사전 협의 없어” 입주 거부

수협 “사실관계 왜곡…공사 전 상인들과 ‘양해각서’ 합의, 이제 와서 뒤집어”

 

노량진 수산시장 신축건물 입주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상인들을 대표한 ‘비상대책총연합회’(이하 ‘비대위’)는 “신축 건물은 매장도 좁고 관리비와 임대료가 엄청나게 비싸다”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수협측은 “구시장과 신시장 모두 전용면적은 동일하며, 이미 작년 공사 시작 전에 상인들이 수협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며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주장이 엇갈리고 감정싸움까지 곁들여지며, 양측의 대립은 끝을 모른채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양측 간엔 타협은커녕 적개심만 커지다 보니, 몸싸움, 단전, 단수 심지어 칼부림 사태까지 발생했다. 나중엔 전국의 어민까지 몰려와 정상화를 촉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갈등은 지난해 신축건물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잉태되었다. 이른바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포 자리와 공간 배치, 동선, 공간 규모 등을 둘러싸고 수협과 상인회는 의견이 엇갈렸다. 상인들은 문제점을 고쳐달라며 집회도 열었다.

당시만 해도 그나마 덜했다. 신축시장 완공 전이어서, 상인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것이라 믿었고, 수협 측도 협의를 통해 풀어가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책사업의 일환인 신축 건물이 지난해 10월 완공되고, 입주가 시작되면서 갈등의 뇌관이 점화되었다. 금년 들어 3월 개장 일자가 확정된 후엔 ‘옮겨라’, ‘못간다’ 하며, 극렬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결국 노량진 수산시장은 신시장과 옛시장, ‘두 집 살림’으로 나뉘었다.

 

일부 상인들은 신시장 입주, ‘두 살림’으로 나뉘어

상인 비대위는 “수협측은 현대화시장 사업 관련 공청회나, 자리와 공간 배치에 대한 사전 시뮬레이션 등도 생략했고, 소통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신축 건물은 매장이 좁고 관리비와 임대료가 비싸다는 점을 들어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점포 면적이 당초 요구했던 6.6㎡(2평)보다 작고, 임대료도 기존 건물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비싸다”는 주장이다. 그 때문에 “그냥 있던 자리에서 장사하게 해달라”며 기존 시장의 리모델링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또 절차상의 하자도 지적하고 있다. 현대화 시장 건물을 다 지을 때까지 (수협이) 철저한 보안에 부치고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 지은 후에야 일방적으로 칸(점포)을 나누어 놓고, ‘이렇게 해 놓았으니 무작정 들어가라’고만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위측 상인들은 특히 “현대화시장의 점포 자리가 1.5평에 불과해, 현재 시장(구시장)에 비해 너무 협소하다”고 불만을 쏟고 있다.

그러나 수협 측은 이를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비대위원장부터가 이미 공사 전에 새 시장 건축 계획에 따른 일련의 절차에 합의한 바 있다.”며 비대위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이 모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상인들은 지난 2009년 수협중앙회 및 수협노량진수산(주)과 현대화사업 추진에 동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것. 각서에서 양측은 ‘구 시장 점포별 면적과 동일하게 1.5평으로 새 시장 점포를 건축’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고 한다. 임대료 역시 지난해 3월부터 상인회와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그런 이유를 들어 “이제 와서 양해각서를 전면 부정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매출’에 영향 미치는 ‘자리’ 배치, 큰 변수

이같은 상인들 반발이 있기까진 매출에 영향을 주는 ‘자리’와, 이에 따른 임대료 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본래 노량진수산시장은 매 3년마다 점포 자리를 둔 추첨을 한다. 추첨 결과에 따라서 목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옛 시장의 경우 위치에 따라 A~F 6등급으로 나뉜다. 이에 비해 신축건물로 된 새 시장은 A~C 3등급이다. 새 시장에선 등급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하며, 인상했다. 이를 근거로 상인들은 “임대료가 3배 가량 올랐다”고 비난하고 있다.

수협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옛시장 682개 업체 평균 연간 매출은 약 2억2천만원(납세액 기준)으로 추산된다. 그 중 A등급의 경우 연간 매출이 최고 22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임대료 역시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되어야 마땅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새시장에선 임대료 수준을 3단계로 구분하되, C등급은 옛시장의 하위 등급과 별 차이가 없도록 했다. 대신 “최고 등급은 그 만큼 상응한 비용을 지불해야 옳다”는 판단에서 차등 인상키로 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이 대목에서 “현재보다 3배나 올랐다”는 상인들의 비판이 나온 것이다.

 

수협 “목좋은 ‘자리’ 등급, 임대료 비싼게 아냐”

수협 관계자는 그러나 “임대료가 비싸다는 사실, 자체를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옛시장의 월세는 평균 71만원, 연간 840만원 가량이다. 한 점포당 수 억 내지 수 십억에 달하는 연간 매출을 올리는데 비해선 결코 부담없는 수준이란 것이다. 그렇다보니 “기존 상인 외의 일반인들이 ‘새 시장 오픈을 하면서 왜 일반 분양은 안 하냐”는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오해와 이해가 교차하는 가운데, 비대위 측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격앙되어있다. 수협 측도 “현재로선 결코 타협이란 없다”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양측 간의 지리한 싸움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외부세력 논란과, 상호 불신마저 겹쳐 더욱 그렇다.

수협측은 특히 외부세력 개입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이들 상인들의 이전 거부 시위에는 ‘전국빈민연합’이라는 단체가 개입되어 있다”면서 “이 단체는 자신들이 보호한다고 주장하는 철거민이나 노점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법정 도매시장’ 문제에 관여하여 선전과 선동을 획책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 때문에라도 더욱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비대위 구성원 등)주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결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협, 옛 시장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압박

갈등이 극에 달한 4월 중순 현재 전체 654개 점포 중 3분의 1 가량만이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했다. 그럼에도 수협은 지난 3월 15일 일단 새 시장 입주절차를 끝내고, 3월 16일부터는 기존 시장이 아닌 현대화시장에서 정상적인 경매를 강행했다. 이에 앞서 2월엔 입주 자리 결정을 위한 추첨도 시작했다. 그리곤 “정해진 기간 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시장상인들은 이제 더 이상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고 선포했다.

또 “기존 시장에서 계속해서 영업하는 상인은 무단점유자로 간주하여 무단점유사용료를 징구하고, 명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조속한 입주를 요청했다.

수협 측은 “다만 430개 잔류 업체 가운데,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여 단순 가담한 선의의 업체들에 대해선 구제할 방침”이라고 구분지었다. 이에 반해 분규에 적극 가담하거나, 주동한 업체에 대해선 명도소송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 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옛 시장에 남아있는 점포 중 62곳에 대해 수협측이 제기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을 했다. 가처분은 일단 신 시장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옛 시장에서 당분간 영업은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수협의 동의없이 가게를 타인에게 ‘이전’하거나 자기 명의로 다시 세를 놓는 ‘전대’는 할 수 없게 했다.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각계 여론도 비등

신 시장이 문을 연지 한참이 지나도록 둘로 나뉘어 있다보니, 외부의 비판도 만만찮다. 지난 달 20일엔 전국의 수협 조합장과 어업인 등 2천여 명이 노량진수산시장에 모여 집회를 열고 ‘현대화 시장’의 신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상인들의 입주 거부로 수산물 판로 등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수산시장의 도매 기능이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인들도 맞섰다. 이들은 “오늘 집회에 참석한 어민들이 ‘현대화 시장’을 가보기라도 했으면, 그 문제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분명한 사실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그 피해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중FTA 등 수산물 시장 개방 확대, 어업인구 감소 및 노령화, 연근해 수산물 생산부진 등으로 위기에 처한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란 우려다.

뿐만 아니다. 전국의 어민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끼칠 것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수산업계에선 “조속히 원활한 타협을 이뤄, 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의 운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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