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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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5.20 18:19

초대석/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초대석/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추락하는 한국 농산물시장, 중국의 추격 코앞에

6차 산업, 한국에 맞지 않아…기업농 키워야 가능

 

그의 이름대로 ‘태평’하게 보였다. 지난 5월 12일 과천시 죽바위로길에 위치한 더푸른미래재단 사무실 바깥으로 색소폰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름을 향해 질주하는 초목의 싱그러움을 깨우는 색소폰 소리는 살가운 바람과 함께 산허리를 타고 숨을 멎은 듯 했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가정집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실력이 꽤 있어 보인다”는 말에 “구력은 좀 되는데 수준은 아직…”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장관이자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태평 이사장은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에게 무슨 취재거리가 있겠느냐. 독자들은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는 말로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그래서 “선배들이 쌓은 경험을 거부하고, 경청보다 강압을 요구하는 사회, 소통보다 불통이 판을 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로 치닫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겨우 한마디 꺼냈다. “독자의 입장보다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100세 시대, 인생2모작의 대안으로 6차 산업을 좀 더 알고 싶다”고 했더니 말문이 터졌다. 흔히들 6차 산업은 1차 산업(농업)+2차 산업(제조)+3차 산업(유통 서비스)을 융합하는 산업을 말한다. 최근에는 1*2*3=6차 산업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장 이사장은 “6차 산업은 정부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기껏해야 현재의 농촌과 농업에다 체험, 또는 관광을 결합시키는 정도라는 것. 다만 현실적으로 농협이나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기업이 가세하지 않는 한 6차 산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6차 산업은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프로젝트이지 정부 정책으로 이끌어내기에는 무리라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6차 산업이라는 용어보다 ‘농상공융복합’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고 했다.

“농민이 농사를 지어 벼를 생산(1차)한 이후에 가공(2차)을 해서 유통과 서비스(3차)를 할 수 있습니까. 개인이나 마을단위의 소규모로 협업을 한다 해도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경제성은 물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이예요. 예를 들어 지금,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이를 시장에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쌀국수나 쌀 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제분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농민들에게 제분기술이 있습니까? 결국은 자본과 기술을 가진 기업만이 그나마 6차 산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산업이라는 말은 규모가 전제돼야 함은 불문가지. 그는 “6차 산업의 원조는 일본이다”며 공직에 근무할 당시, 일본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사례를 소개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농산물공동판매시설이 있습니다. 여기에 전시돼 있는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인근마을에서 전량 생산된 제품입니다. 상품도 다양하지만 위생관리에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마치 고급백화점 같습니다. 수입상품이 발을 붙일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일본 공동판매시설은 지역의 리더가 대략 5%내외의 지분을 보유하고,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농민과 출향인사 등이 50%정도 차지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농협과 마을단위 조합과 지방자치단체․정부는 매칭펀드로 출자를 하는 구조이다. 운용은 전적으로 지분과 관계없는 전문가가 담당하고 있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산지에서 생산된 제철 상품을 산지에서 소비하는 선진 농업의 한 단면이다.

 

농업이 블루오션

장 이사장은 기재부․농림부 등을 거친 정통 관료출신으로 한국농업의 수장인 농림수산식품부장관과 한국마사회장을 역임한 뒤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후 미래농수산실천포럼과 농식품ICT융복합 회장을 비롯해 농식품정보과학회장까지 맡고 있다. 최근에는 전직 관료 출신 공무원들과 뭉쳐 행정사 사무실도 냈다. 시인으로도 그의 유명세는 결코 작지 않다. 각종 강연회나 포럼 등에도 자주 얼굴을 내 비치는 그의 행보는 말 그대로 경계가 따로 없어 보인다. 그는 청렴위원회에서 근무한 경험을 소개하며 “시민단체가 성숙해야 국가가 건강해진다”는 말로 NGO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14년도 ‘영파머스클럽(Young Farmers’ Club)”을 창립했다. ‘기업농’ 육성이 목표다. 그는 전국의 농업CEO 100명을 육성해 그 100명이 각각 100가구와 공동농장을 형성하게 되면 총 1만 농가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논리다. 규격화, 기술개발, 고객관리, 마케팅, 브랜드, 유통 등은 ‘농업CEO’를 중심으로 하고 농민들은 편하게 매뉴얼에 따라 농사를 짓게 하는 구조다. 기업농이란 농가가 꼭 큰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농가는 소비단위의 가계라는 한축과 생산단위의 사업자라는 한축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자로서의 농가는 경영을 해야 하고 모든 행위에서 기업화가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익의 10%는 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것을 주문한다. 농업에 대한 이런 그의 애정은 ‘농업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농촌경제 활성화를 통한 공동체 부활도 그가 소명의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의 식품시장이 대략 200조원. 우리나라 1년 예산(386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그러나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산물(5조원)을 포함해 약 50조원. 나머지 150조원은 기공과 유통․서비스 시장에서 가져간다. 농산물 시장규모는 10년간 정체돼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현실이다. 귀농귀촌사례를 봐도 농촌현실이 어느 수준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그는 “농촌에서 태어나 외길을 걸어온 농민과 도회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촌한 사람을 비교해보니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후발주자가 훨씬 부농대열에 빨리 다다른다”며 “외길 농민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교육비 지출이 결국 매출과 기업경쟁력에 비례한다는 그의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의 식품시장을 앞마당으로, 동남아의 식품시장을 뒷마당으로 생각했던 꿈도 위기국면이다. 특히 중국의 추격은 상상 그 이상이다. 2014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회 행사에서 중국정부 관계자의 주제발표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중국은 드론을 띄워 농작물의 토양은 물론 생육과 비료 및 농약시기, 그리고 수확량에 이르기까지 각종 데이터를 해당 기관이나 농가에 전송하고 있어요. 우리는 늘 유리온실 속의 농업만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은 온실을 벗어나 노지에다 드론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 개의 성(省)에서 이런 과학농업이 진행되면 급속도로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어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삼성보다 과학적인 HMS

장 이사장은 한때 혁신전도사로 불렸다. 한국마사회장 시절,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를 특유의 리더십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장 이사장은 “당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경영스타일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머지 않아 하림이 국내 10대기업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농업계의 롤 모델이 하림그룹이었어요. 많은 농업인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기도 했지요. 그래서 병아리 10마리로 대기업의 반열에 오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갔습니다. 단연 HMS(Harim Management System)가 돋보였습니다. 무려 17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회의실 정면에 3개의 모니터가 놓여 있는데 첫째 화면은 28개 계열사의 경영 정보가, 두 번째 화면은 계열사별 조직도와 직원이름이, 세 번째 화면은 기능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더군요. 전 직원이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거예요. 누가 언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열사의 경영실적도 색깔별도 차별화돼 있었구요. 시쳇말로 드론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3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인수해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수완은 하림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만들어낸 성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삼성보다 더 과학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김홍국 회장이 규제철폐 전도사가 되고 있다”는 느낌에 대해 장 이사장은 “약자든 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대기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골목시장을 침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대기업 총수 딸이 부친의 백화점에 임대료도 내지 않고 커피숍을 운영해 큰 돈을 번 뒤 골목시장에 들어오면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시장진입을 강제한다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다만 시장은 공정하고 완전한 경쟁이 전제돼야 합니다. 김홍국 회장의 생각은 약자나 낙오자를 보호해야할 경우, 시장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국가개조는 논리적인 모순

한편 장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무덤덤하게 인식되고 있는 ‘강소농’이나 ‘강소국’등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강소국이냐는 것. 그는 “영국은 매일 대영제국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대한민국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한국은 5,150만의 인구를 가진 세계 26위. 경제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다. 남북한 인구를 합치면 세계 18위다. 그럼에도 어설픈 논리로 본질을 호도하는 위정자들이 더욱 나쁘다고 일갈했다. 억지로 스케일을 다운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유대인은 한 번도 실패한 국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나라,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어떻습니까. 아편전쟁 이후 일본을 비롯해 세계열강 10개국으로부터 100년 동안 수없이 찢기고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민족성이 나쁘다거나 국가개조론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잘못되면 후손들이 잘못해서 나타난 결과이지 국가가 잘못이 아닙니다. 5000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을 개조해야한다는 말은 그래서 어불성설입니다. 국가개혁이 아니라, 정부개혁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농림수산식품 장관을 퇴임하고 난 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묘비병을 손수 쓴다면 뭐라고 쓰고 싶으냐는 질문에 “농어민을 사랑하고 농어업을 발전시킨 사람, 장태평”이라고 쓰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바 있다. 그래서 그의 행보가 더욱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장태평

사진/ 2010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재직당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농어촌 집 고쳐주기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장태평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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