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라운드/ 프록시(Proxy)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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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6.08 16:00 Updated

CSR라운드/ 프록시(Proxy)를 아시나요

당신의 주주권, 시민사회에 저축해 기업을 바꾸세요
기업책임시민센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Donate Proxy 포럼’ 개최

돈을 은행에 저축하듯이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프록시를 시민사회기관에 맡기면, 시민사회기관이 투자자를 대신해 의결권과 기업관여 등 주주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프록시(Donate Proxy) 포럼이 개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argos68@naver.com

5월 19일 서울시 중구 NPO사무실에서 ‘돈은 가족을 위해 투자하고, 프록시는 사회를 위해 기부하라’(Invest your Money for your Family, Donate Proxy for your Society)캐치프레이지로 열린 이번 포럼은 기업책임시민센터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주최했다.

프록시(Proxy)는 주주 권리를 위임 받아 주주를 대신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특정 사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기업경영에 관여(기업관여 : Engagement)할 수 있는 일종의 위임장이다. 주총을 앞두고 위임장 대결(proxy contest)이 종종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보통 헤지펀드나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과의 대결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과 엘리엇이 위임장을 대결을 격하게 벌인 바 있다. ‘Donate Proxy 포럼’의 문제의식은 투자자들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현실적으로 행사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개인투자자는 주총에 큰 관심이 없고, 펀드매니저는 매우 바쁘거나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때문에 주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인권이나 노동, 갑질 등 중대하고도 부정적인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거나 무관심하다. 자연히 기업 활동 개선으로 이루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Donate Proxy 포럼’은 이러한 괴리를 ‘Proxy Bank’를 통해 줄여보자는 제안이다. 투자자와 CSR 관련 시민운동 사이에 프록시 유통을 활성화시켜 보자는 말이다. 투자자는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간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시민사회단체는 프록시를 통해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찾을 수 있다.

주주가 투표해야 자본주의가 건강하다
이필상 기업책임시민센터 공동대표는 “국민이 투표를 해야 민주주의가 아름답게 발전을 하듯 주주가 투표를 해야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한다”며 ‘프록시 뱅크(proxy bank)’를 강조했다. 은행이 예금을 유치해 자금이 필요한 곳에 대출해 주듯이, 기관 및 개인투자자로부터 주주권리인 프록시를 유치해 기존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처럼 사회적 책임 증진에 힘을 쓰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에 힘을 보태주자고 말했다.

김정래 한국CSR평가(주) 대표는 ‘프록시의 사회·경제적 가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책임투자 운동에서 있어 ‘착한 기업 vs. 나쁜 기업’이라는 이분법과 나쁜 기업을 걸러내자는 ‘전통적인 스크리닝(선별)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주주행동전략을 통해 ‘나쁜 기업을 좋게 만들자’고 주장한다. 때문에 그 전제는 나쁜 기업의 주식을 사는 일이며, 그리고 주주행동을 통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김 대표는 경제적 가치는 펀드매니저가 담당하고, 사회적 가치는 시민사회 전문가가 역할을 분담해 창출하자는 논리다.

사회책임투자의 운동 방식으로 프록시 뱅크를 제기한 점은 매우 신선하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 사회책임투자의 근간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 또한 매우 이분법적이다. 그러나 사회책임투자 규모가 시가총액의 1%도 되지 않는 한국적 상황에서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프록시 뱅크는 의미가 있다. ‘Donate Proxy 포럼’은 분기에 한 번씩 정례화해 투자자, 시민사회, 기업 각자의 사회적 책임을 증진시킬 수 있는 프록시 유통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또한 프록시 캠페인 추진에 법·제도적 장애요인이 있다면 개선을 위한 제안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다음은 프록시 뱅크에 대한 패널들의 의견이다.

프록시사진_글삽입

∎나현필 사무국장(국제민주연대)
한국 기업은 자신들의 탈법과 불법 사실이 알려지고 시민사회가 이를 이슈 파이팅함으로써 처벌까지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 시민사회보다 투자자의 목소리와 행동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사회책임투자자들의 지분은 많지 않아 효과적인 압력의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프록시 운동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수단으로서의 프록시 운동을 강조하다 보면 부도덕한 기업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접하게 된다. 부도덕의 기준을 실정법 위반이라고 했을 때, 프록시 운동의 성패는 최소한 국가가 기업의 법률 위반에 대해 제대로 집행항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적어도 “법을 위반한 기업은 수익 하락의 위험도 진다”는 원칙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주주의 목소리 역시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프록시를 통해 추궁한 하기 보다는 격려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문은숙 운영위원(소비자와함께)
가짜 백수오 건강기능식품,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대부업체의 금리인하, 동서식품 시리얼 사고, 그리고 최근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사건들이 연이어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는 되었으나 실제적인 개선과 관련한 진전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소비자의 피해보상권은 경제논리에 밀리고, 기업을 단죄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법에 관한 법률안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또 제조물책임법은 마련되어 있으나 입증책임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국가는 모든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소비자는 구매자임과 동시에 납세자이며 투자자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주권은 바로 구매력에 있다. 사회적 책임 기준을 엄격히 하고 이 기준에 의한 사회적 처벌(불매운동)이 필요하다. 프록시 운동을 통해 상시적인 기업관여(Engagement)가 되어야 하고 소비자의 목소리가 기업경영에도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김춘이 운영처장(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올해 3월16일 SK가스 주주총회가 열린 성남 에코허브 앞에서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그때의 슬로건이 “석탄발전소는 ‘살인발전소’다. SK가스는 당진에코파워 투자를 당장 철회하라”였다.

해외에서는 ‘투자철회’ 운동이 금융기관들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은 석탄 관련 산업에 관한 투자를 회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석탄 사업 관련 매출액 또는 전력생산량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회수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한국전력과 포스코가 후보 대상으로 평가되었다. 결국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환경, 윤리적 기준에 따라 투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악사(Axa)도 5억6천만 달러(6,200억 원) 규모의 석탄 관련 투자를 회수하고 녹색투자 규모를 대규모로 늘리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국내 환경운동단체가 전개하는 투자철회(Divest) 운동은 매우 초기단계일 뿐만 아니라 운동의 지속성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록시를 통해 시민사회단체가 권한을 위임받는다면, 몇 가지 자기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시민사회가 과연 주주를 알고 있기는 한가, 그리고 그 회사 주주들과, 아니 그보다는 더 먼저 그 회사의 재정, 환경경영 현황에 대해 잘 알고 있기는 한가 하는 점이다. 환경단체의 활동이 기업보다는 환경파괴정책 입안, 이행의 주체인 정부에 집중되어 온 역사여서 기업운동은 매우 초기단계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이슈에 보듯이 시민단체 특히 환경단체의 기업감시 운동은 필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전략적 기업관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프록시는 전통적 환경운동 방식이 아닌 새로운 수단과 방식을 던져주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종오 사무국장(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비영리 시민사회 기관은 특정 기관이 현실적 여건으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대의의 대행(proxy representation)’기관이라 할 수 있다. 프록시를 비영리단체들이 위임 받아 이를 행사하는 모델은 우리나라처럼 사회책임투자의 규모가 미약한 상황에서 사회책임투자의 힘을 확장시키고 지평을 넓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투자자 권리 행사의 선택 폭을 넓혀 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에서 비영리 시민사회 기관의 프록시 운동은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다. 먼저 NGO와 NPO의 활동을 지나치게 이념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는 프록시에 대응하는 기업이나 전통적인 친기업 성향의 경제단체나 보수 시민단체 등에서 프록시의 목적에 지속적인 의심을 보내고 이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NGO와 NPO의 기업관여 프록시가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결과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무릎쓰고 NGO와 NPO에 프록시를 기부할 민간 기관투자자들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일부 개인들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고 만다면 기존의 소액주주 운동과 어떤 차별성이 있겠는가. 이 문제는 프록시 운동의 성패와 연결되어 있다.

또 하나의 도전이 있다. 프록시의 전문성과 수행 인력에 대한 의심이다. 프록시는 기업의 경영현안과 특정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바탕이 되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적은 인력으로 수많은 기업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고 이에 상시적인 기업관여를 할 수 있는가. NGO와 NPO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외부 시각과는 별도로, 프록시 뱅크에 프록시를 기부해 줄 잠재적 고객인 민간 기관투자자와 공적연기금 자체의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민간기관투자자는 사업적 관계와 소유관계 문제로 얽혀 있다. 이들이 기업관여(Engagement)를 거의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이유다. 이런 투자자들이 강성으로 여겨지는 NGO와 NPO에 프록시를 기부함으로써 자신의 고객과 오너를 더 불편하게 하는 여지를 주겠는가. 정부 주도 지배구조를 가진 공적연기금은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프록시 뱅크는 매우 신선한 개념이며, 투자자 운동의 새로운 지평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록시를 기부 받아 수행하고자 하는 NGO와 NPO는 현실적으로 의안분석 서비스 기관 혹은 ESG 리서치 기관과의 협력적 체계를 구축하고, 기관투자자와의 지속적인 공감대를 통해 기업관여 수행을 위한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림 : ‘Donate Proxy’ 개념도

프록시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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