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아트센터 개관 기념 홍릉포럼 개최
“홍릉을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메카로”
수림문화재단(이사장 하정웅)은 5월17일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에서 수림아트센터 개관기념 ‘제8회 홍릉포럼’(위원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을 개최했다. 서울 홍릉은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22년간 안장되었다가 1919년 고종 승하 후 경기도 남양주로 이장되어 현재는 홍릉터만 남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일대는 홍릉이라고 불리며 항일의 상징적 장소로서 역사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홍릉지역에는 국내 유수의 대학(고려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과 과학기술 연구기관(KIST, KIAS, KAIST 등)의 박사급 인재 5000명과 대학생 30만 명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성은 기자
홍릉포럼은 2012년 7월 출범한 이후 홍릉지역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매년 다양한 주제로 홍릉의 발전을 모색해 왔다. 홍릉지역의 대학과 과학기술 연구기관 16곳이 참석한 이번 포럼은 지난 5월 12일 문을 연 수림아트센터에서 개최된 만큼 문화예술의 힘으로 홍릉을 랜드마크로 부상시키려는 아이디어가 쏟아진 자리였다.
신경호 수림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이날『문화융성의 시대 새로운 문화예술의 거점 ‘홍릉: 수림문화재단’』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수림문화재단의 설립자인 故 동교(東喬) 김희수 선생의 일화를 소개하며 고인의 인생철학인 ‘인재양성’과 ‘문화입국’을 홍릉지역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 故 동교(東喬) 김희수 선생은 일본에서 기업인으로 크게 성공한 이후에도 일본으로의 귀화를 거부하며 재정난에 빠진 중앙대학교를 인수하고 수림문화재단을 설립해 ‘문화 메세나’ 정신을 보여준 인물이다. 신 상임이사는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를 홍릉지역의 역사성과 문화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호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은『홍릉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홍릉포럼이 그동안 말뿐인 아이디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홍릉지역 지하철 6호선(안암, 고려대, 월곡, 상월곡, 돌곶이 역)의 역사를 과학관으로 조성하는 ‘사이언스 스테이션’이 8월 경 개관한다”며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민에게 미래지향형 과학기술 전시 및 체험을 제공해 지역 랜드마크 뿐 아니라 세계적인 과학기술 명소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다.
홍릉, 문화적인 에너지로 디자인해야
주제발표 후 신경호 수림문화재단 상임이사의 사회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로는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이사, 강은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 교수, 이장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 신경호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나섰다.
강은경 한예종 교수는 “홍릉지역이 뛰어난 자원과 환경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부각이 되지 않았던 이유가 문화적인 생기와 에너지가 결핍되어서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화적인 콘텐츠와 과학적 아이디어의 적합한 융합이 필요하다. 홍릉만이 갖고 있는 인문학, 역사적인 요소를 문화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홍릉지역을 새로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지역민들과의 소통이 상당히 중요하다. ‘좋은 마을 만들기’같은 사업을 성급히 추진할 때 놓치지 쉬운 점이 마을 주민과의 소통이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가 참고 사례로 든 일본 가가와 현 ‘세토우치 트리엔날레’(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유명 예술제)는 축제를 기획할 때 주민 설명회만 2000번 이상 가졌다고 한다. 이 축제가 특별한 점은 세계의 유명 예술가들이 지역 본인의 작품을 섬으로 보내 전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섬들로 날아가 그 섬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 지역이 어떠한 대표성을 갖는 곳으로 성장하려면 주민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과 창조적 예술은 반드시 융·복합 되어야
이장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과학기술과 예술은 최첨단의 창조성과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같다. 반드시 둘은 결합되어야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홍릉지역의 30만 가까이 되는 청년들이 모여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이사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복합 신호가 양적으로 많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획기적인 퍼포먼스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상호 교류 없이 한 쪽의 일방적 주도로 이종 분야 간의 물리적 융합만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상호간의 의사소통 및 협업을 할 수 있는 매개자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홍릉연구단지 유휴청사, 스타트업 공간으로 활용”
행사에는 서울시 관계자도 참가해 홍릉지역의 개발 가치가 높다는 점을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5월 4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홍릉 연구단지 내 유휴 부지를 연구·문화시설로 변경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번 심의에 따라 홍릉 연구단지 안에 있던 산업연구원의 세종시 이전으로 생긴 유휴 공공청사를 문화콘텐츠를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연구·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가능해졌다. 시 관계자는 “홍릉 연구단지에 스타트업 공간과 공용 회의실 등 기반시설을 제공해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청년 창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21일에 열린 제49회 과학의 날·제61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홍릉지역은 KIST, KAIST, 한국개발연구원(KDI)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기관이 밀집했던 우리 과학기술과 경제 성장의 산실”이라며 “홍릉지역이 축적된 잠재력과 입지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창조경제와 혁신의 중심지가 되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홍릉의 잠재성에 주목했다.
세계 각국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대표 혁신 단지를 육성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수한 인적자원이 몰려 있는 홍릉지역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 크게 활용하자는 홍릉포럼의 취지가 통하기 시작한 듯 보인다. 런던 테크시티,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 홍콩 사이버포트와 같이 홍릉 역시 이미 갖춰진 인적·기술적 인프라를 융합하면 미래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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