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리포트/국민연금,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에 1조4320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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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6.06.29 11:07 Updated

CSR 리포트/국민연금,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에 1조4320억원 투자

국민연금, 이래도 되는 건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에 1조4320억원 투자

시민사회단체, 국민연금에 책임투자원칙(PRI) 준수와 기업관여 요구

사람의 생명을 이윤의 발아래 놓은 탐욕스러운 기업.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명백한 위험 요소를 오랜 시간 방치해 피해를 키운 정부. 그리고 검은 자본과 권력의 커넥션 속에서 영혼을 팔아 이익을 챙기면서 직간접적으로 일조한 개인들. 이 모두의 탐욕과 무책임이 만들어 낸 끔찍한 합작품이 바로 두 해 전의 세월호였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KSRN 집행위원) argos68@naver.com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 되어 옥시 제품의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세월호와 여러모로 판박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안방의 세월호’라고 부르고 있는 근거다. 물론 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기업은 당연히 법적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 감독기관인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 원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피해문제는 제조사와 피해자 당사자 간의 문제로 소송을 하라며 소비자를 외면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환경보건법상 환경성 질환으로 결정된 이후에도 피해신고조차 제대로 받으려 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가. 원인 제공 기업에 솜방망이 징계로 그쳤다. 검찰은 몇 년을 방치하다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의 방관과 무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1차적으로 하는 국가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심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적인 지침인 ISO26000은 정부도 사회적 책임의 주체로 명시하고 그 역할을 기술해 놓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이 무책임의 연쇄고리에서 간과하고 있는 기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금융기관이다. 그 중에서도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이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6월1일 긴급 기자회견을 마련했고, 투자 현황을 공개했다.

국민연금11

해외 가해기업에 1758억원 투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 시킨 기업은 옥시다. 현재까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라는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103명이 사망했다. 이 회사는 2011년 말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그런데 2014년 말 기준으로 공시된 ‘국민연금 해외주식 투자종목 내역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그룹피엘씨(Reckitt Benckiser Group plc)에 861억원을 해외 주식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0.13%의 지분율이다. 당시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56조6000억원이니 자산군내 레킷벤키저그룹에 대한 투자 비중은 0.15%다.
가습기 살균제 PB상품 판매로 현재까지 15명의 사망자를 발생 시킨 홈플러스. 이 회사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생산 가능여부에 대해 회사 내 부서에 자문한 뒤 용마산업에 제품 생산을 의뢰해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를 제조해 팔았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위험을 알고 있었음에도 독성 실험 등을 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 걸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는 살균제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로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옥시의 제품을 카피(copy)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상장회사가 아니다. 그러나 홈플러스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영국 본사 테스코(Tesco plc)다. 국민연금은 테스코에도 337억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지분율로 보면 0.13%이며, 자산군내 비중을 따지면 0.06%다.
(주)코스트코코리아는 ‘가습기 클린업’이라는 제품으로 현재까지 1명의 사망자를 냈다.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사람의 생명과 건강은 수와는 관계가 없다. 이 회사의 본사는 코스트코홀세일코퍼레이션이다. 국민연금은 이 기업에도 560억원을 역시 해외주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0.08%의 지분율이며, 자산군내 비중은 0.10%다.
이 세 회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율과 자산군내 투자비중만을 놓고 보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 종목 중 평가액 10억원 이상인 기업이 2,659개에 이른다. 투자순위로 보면 레킷벤키저는 132위, 코스트코홀세일코퍼레이션은 248위, 테스코는 409위에 해당한다. 투자 규모 1위가 마이크로소프트사로 4,856억원(지분율 0.12%, 자산군내 비중 0.86%)인 점을 감안하면 이 세 회사에 대한 투자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아직 공시되지는 않았지만 2015년 말 기준 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코스트코홀세일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났을 걸로 짐작된다. 2015년 말 기준으로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2014년의 56조6000억원보다 13조3000억원이 증가된 69조9000억원이기 때문이다.

국내 가해기업에 1조2562억원 투자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국내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규모는 훨씬 크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메이트’라는 이름의 제품으로 28명의 사망자를 냈다. 국내 기업이 발생시킨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다. 그럼에도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가려 상대적으로 비난이 덜하다. 애경산업은 비상장사로, 지주회사는 바로 AK홀딩스(주)다. 국민연금은 AK홀딩스(주)에 2016년 3월말 기준으로 450억79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6.07%의 지분율이다.
롯데마트는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으로 현재까지 2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PHMG 성분을 사용해 PB상품을 만들었는데, 외주개발했다. 롯데마트는 비상장사지만 롯데쇼핑이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롯데쇼핑에 2015년 4월 3일 기준으로 4%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데, 2907억7900만원을 주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마트도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10명의 사망자를 냈다. 국민연금은 이마트의 지분을 대량보유하고 있다. 2016년 3월말 기준으로 8.43%로 4123억339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GG리테일도 7.0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2488억9600만원의 투자규모다. GS리테일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는 1명의 소비자가 사망했다.
SK케미칼은 이번 가습기 살균제 참사 뒤에 숨어 있는 최대 기업 중 하나다. SK케미칼은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90%를 공급해왔고, 정부가 밝힌 피해자 중 90%가 SK케미칼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이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PHMG) 제조회사인 SK케미칼(당시 유공)은 1994년 “가습기의 물때를 제거하며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2013년 심상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흡입 독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PHMG를 제조해 해외에 수출할 때만 흡입 위험성을 경고하고 정작 국내에는 이를 고지하지 않는 이중적 행위를 한 사실도 밝혔졌다. 국민연금은 이 SK케미칼에 2016년 3월말 기준으로 12.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591억2000만원 규모다.

 

책임투자원칙 준수 요구
국민연금이 현재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기업에 투자한 기금은 총 1조4320억원이 넘는 걸로 집계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기금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에 주주로서 기업관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현재까지 266명의 사망자와 1582명의 생존환자가 발생했다. 유례 없는 일이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진실규명과 문제해결을 위해 영국의 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와 테스코 등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또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을 방문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이 레킷벤키저 임원의 해임을 건의하고 수사당국에 고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국제적인 이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에 대해 3개 단체는 국민의 보험금으로 이루어진 국민연금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의 악행에 동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며 국민연금이 스스로 천명한 책임투자원칙(PRI)의 준수를 촉구했다. 아울러 국가재정법과 국민연금법 그리고 기금운용지침에 명시된 공공성의 원칙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투자분석과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국제적인 금융 이니셔티브인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했다. 또한 국민연금법 제102조 제4항에서는 투자시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할 수 있고, 제105조에서는 이와 관련한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국가재정법과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서는 기금운용의 중요한 원칙으로 공공성을 거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3개 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했다. 1)투자자로 적극적인 기업관여 시행 2)해외 가해기업 경영진에 대화요구를 통해 진상 규명에 협조하고 피해자들의 피해복구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 3)국민연금이 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가해기업에 대해 즉각적인 경영진 대화를 통해 안전한 제품과 재발방지 시스템과 프로세스 요구 4)가해기업이 이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일 경우 국민연금의 투자철회나 지분조정 등 최대한의 조치다.
3개 단체는 국민연금이 만약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외면할 경우 국회의 국정감사 촉구와 감사원 감사 촉구 등을 통해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고 6월 시작 예정인 전국민 서명운동에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요구를 포함시키겠다고 압박했다.
국민연금이 투자 전에는 몰랐다손 치더라도 무서운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투자자로서 어떤 식으로든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렸다.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림)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국민연금 투자 현황

국민연금_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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