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 개국 1년 무엇을 남겼나
수수료율 파격 인하로 험한 홈쇼핑업계의 다리가 되다
공영홈쇼핑(대표 이영필)이 7월 14일로 개국 1주년을 맞았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과 농축수산 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우수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축산품으로만 100% 편성하는 것을 취지로 설립됐다. 유통마진인 수수료율도 업계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평균 23%로 그야말로 ‘착한 홈쇼핑’이다. 협력사와의 상생이 목표라지만 이래서 수익이 날까 싶을 만큼 아직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공영홈쇼핑이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개국 1년의 성과와 향후 비전을 조명해 본다. 김성은 기자
작년 제 7의 홈쇼핑, 공영홈쇼핑이 개국한다는 소식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특히 신경을 곤두세웠던 곳은 홈앤쇼핑이었다. 공영의 성격이 겹친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홈앤쇼핑의 최대주주(지분 33%)인 중소기업중앙회가 홈앤쇼핑 지분을 15%씩 갖고 있던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농협이 공영홈쇼핑의 1·2대 주주(지분 중소기업유통센터 50%, 농협경제지주 45%, 수협중앙회 5%)로 참여한다는 것이 확정되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던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 우려 등 법률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래창조과학부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문제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공영홈쇼핑 개국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참석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공영홈쇼핑이 내세우는 성과는 이렇다. 지난 1년간 창의혁신제품 200여개를 포함 1600여개의 상품을 발굴해 중소기업과 농축산기업의 판매를 도왔다. 특히 기존 홈쇼핑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낮은 평균 23%의 수수료율은 협력사들의 부담을 낮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영홈쇼핑 설립 승인 당시 “높은 입점관문과 수수료가 스타트업·벤처기업 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업계 최저 수준의 판매수수료(23%)와 벤더수수료(3%)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협력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정기 간담회를 개최하고, 협력사 판로 개척 및 상품 재고 소진을 위해 2회 이상 방송 기회를 보장한다. 첫 방송 실적이 부진해도 상품 하자 등 추가 방송에 문제가 없는 경우 재고가 소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사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대표는 “타 홈쇼핑과 달리 공영홈쇼핑은 정액방송을 요구하지 않는 등 입점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다”며 “공영홈쇼핑의 이런 정책이 변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영필 공영홈쇼핑 대표는 “타 홈쇼핑에서는 정해져 있는 시간에 목표액을 달성해야 해서 고가의 상품 위주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저가의 상품은 공영홈쇼핑으로 밖에 올 수 없는 구조다. 타 홈쇼핑사는 3~4억까지 상품을 준비하기 때문에 목표에 미달하면 많은 재고를 협력업체가 안고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중소기업들이 공영홈쇼핑으로 많이 몰리고 있다. 이는 틈새 시장으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흑자 전환, 2020년 취급액 1조원 달성 목표
이영필 대표에 따르면 작년에 2200억원의 주문액 중 주문취소와 반품을 빼면 1500억원 이상 취급해 전환율이 70%가 넘었다. 기존의 홈쇼핑 방송사들의 전환율이 60% 초반인 점을 감안한다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공영홈쇼핑은 단가가 저렴한 중소기업 제품과 믿을 수 있는 국산 농축수산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 반품과 취소가 적은 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이 내세우는 23%의 수수료율 때문에 지난해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공영홈쇼핑의 흑자 전환시점에 대해 “7,000억~1조원의 취급고를 기록한다면 오는 2018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출확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에 취급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만만치 않은 목표도 세웠는데 지난해 12월 취급액 410억에 곱하기 12개월 하면 올해는 5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고 매년 20%씩 성장시켜 이를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작년 홈쇼핑 시장의 성장률은 3%에 그쳤다. 이를 타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내세웠다. 공영홈쇼핑은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과 손잡고 7월 14일부터 현지에 TV홈쇼핑을 론칭했다. 중소기업 상품과 농축수산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중국·베트남 등 한국 상품 수요가 많은 아시아 다른 지역 TV홈쇼핑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국영방송사인 CRI 자회사인 글로벌홈쇼핑(GHS)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익’을 위해 ‘공익’ 벗어던진 홈쇼핑 흑역사
1995년 8월 국내 최초로 상품판매 방송을 개시한 39홈쇼핑(현 CJ오쇼핑)은 농식품부가 농수산품 판매채널 확보 차원에서 주주로 참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2001년 9월, 중기 전용 TV홈쇼핑으로 인가를 받은 우리홈쇼핑은 2006년 12월 롯데홈쇼핑이 인수한 이후 2007년 롯데홈쇼핑으로 채널명을 변경하면서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보다 롯데기업의 사업 창구로 변질되어 버렸다. 또한 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은 농수산 전문 유통채널이라는 개국 초기의 명분이 희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이라며 홈앤쇼핑이 출범했지만 중소기업 업체들은 여타 대기업이 운영하는 홈쇼핑과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공영홈쇼핑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를 잠식시키기 위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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