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무심에도 죄가 있을 수 있다

president
By president 2016.12.19 17:24 Updated

■이달의 시/ 무심에도 죄가 있을 수 있다

무심에도 죄가 있을 수 있다

최영남

 

종이에 손을 벤다는 말

듣기도 하고 직접 베어보기도 했는데

오늘도 또 책에 베었다

피가 빨갛게 맺히며

쓰리게 칼날을 상기시킨다

어쨌든 부드럽다는 게 방심하게 한 것인데

아니 방심도 없는 무심한 사이를

제 존재의 흔적으로 남긴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어떤 일이든 원인은 내 탓이다

그래도 책 종이에 베었을 때는 약간의 서운함이 남는데

왜 아무런 적의도 없는 내 손가락을 공격하는가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가까이했는데

오히려 존중하고 귀하게 생각했는데

아무런 미움도 없이 베인 상처

피가 엉겨붙기를 기다리며

알 수 없는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다만 부드러움에도 칼날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무심에도 죄는 있을 수 있다

다만 나도 모르는 죄

president
By president 2016.12.19 17:24 Updated
댓글작성

댓글없음

댓글없음!

이 기사에 관하여 첫번째로 관심을 표현해 주세요.

댓글작성
댓글보기

댓글작성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표시는 필수입력입니다.*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