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인터뷰/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네덜란드 국가경영시스템 열공 중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경제는 철학이자 윤리이다” 아담스미스 ‘이기주의’는 상대방의 이익과 공존할 때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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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7.01.12 17:53 Updated

■스페셜인터뷰/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네덜란드 국가경영시스템 열공 중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경제는 철학이자 윤리이다”  아담스미스 ‘이기주의’는 상대방의 이익과 공존할 때 완성

스페셜인터뷰/김홍국 하림그룹 회장12

네덜란드 국가경영시스템 열공 중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경제는 철학이자 윤리이다”

아담스미스 ‘이기주의’는 상대방의 이익과 공존할 때 완성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닭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존재다. 그는 정확히 60년 전인 1957년 닭띠 해에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가 10마리가 종자돈이 돼 현재 그룹 매출 1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그야말로 닭은 그에게 운명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이런 가운데 요즘 역대최악의 AI(조류인플루엔자)파동까지 겹쳐 국내축산농가는 물론 전국민이 아우성이다. 닭고기 1위업체인 하림과 김 회장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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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에 대한 관심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가 2015년 STX팬오션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옛 양재동화물터미널)를 4,525억원에 매입했다. 이곳에 도시첨단물류센터와 R&D복합지원시설들을 조성하여 수도권 3시간 배송시대를 여는 한편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장태평 전 농림부장관은 김 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정주영․이병철 현대․삼성그룹 창업주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기업가였다”며 “김홍국 회장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의 DNA를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기자는 김홍국 회장을 최근 3차례 만났다.  “AI파동으로 인한 하림의 피해는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지는 않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농․식품분야에서 탁월하게 앞서가는 네덜란드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운하의 나라, 풍차의 나라, 꽃의 나라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왕국이지만 왕의 지위는 상징적이며 민주공화국이다. 남한 땅의 2.5분의 1의 작은 나라로 인구도 1,700만명에 불과하다. 내세울 만한 지하자원 하나 없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과 비교하기 좋은 나라다. 그럼에도 네덜란드 GDP는 세계 17위(2016 IMF기준), 국민소득은 5만 달러가 넘는다. 세계 5위의 무역대국이며 세계 2위의 농업수출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삶의 질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여유가 넘치는 매력적인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라는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진리를 따라가는 단순함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운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데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비즈니스를 위해 네덜란드를 수십 차례 방문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국가경영시스템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알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브라함 카이퍼’를 만났다. 1901년부터 1905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카이퍼는 목사이자 언론인, 신학자요 정치가이다. 최근 미국의 스탠포드대학에서도 카이퍼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라고 한다. 카이퍼는 총리로 재직하면서 네덜란드를 철저하게 ‘창의’와 ‘실용’에 기반을 두고 국가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회장은 “네덜란드는 유대교 및 신‧구교간 종교전쟁에서 밀려난 신도들이 스페인 등 유럽에서 쫓겨나 갯벌이 전부인 척박한 땅 암스테르담으로 몰려와 도시를 만들었다”며 “이런 이유로 각 분야에 창의적인 크리스천 사상이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은행, 주식, 증권시장이 세계 최초로 열린 나라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의 모든 역사는 크리스천 사상이 녹아 있습니다. 카이퍼의 책에는 이를 문화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성경 창세기 1장 25절 이하의 내용은 ‘하나님이 우주(천지)를 창조해 놓고 보니 보기에 좋더라. 그래서 사람한테 그 권한을 줘 지배하게 하고 번성케 하라고 했습니다. 에그리컬쳐(agriculture), 즉 농업은 아고로스(agri/들판) +컬쳐(culture/문화)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경작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준 땅과 햇빛 등 자원을 가지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뜻이라 할 것입니다”

 

유치원생에게는 도덕과 윤리교육이 전부

카이퍼에 대한 그의 설명은 계속됐다. 그는 카이퍼가 ‘교육’에 방점을 두었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유치원생에게서부터 유급과 월반을 허용한다. 만 4-5세의 유치원 2년 과정에서는 문자나 숫자는 가르치지 않고 함께 어울려 노는 방법 등 사회성이나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도덕 등만을 가르친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담임선생님이 거의 바뀌지 않는 것도 이유가 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적성을 완벽하게 파악해 진로를 정하기 위해서다. 중․고등학교가 통합돼 4년․5년․6년제로 운영된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필수 과목이며 대학에 진학하면 스페인어가 추가된다. 이런 교육의 덕분에 중 고등학생만 되어도 이들은 선생님이 한 마디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듣는다는 것이 김 회장의 분석이다. 사교육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교육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게 들지만 그 효과는 몇 배 클 것”이라며 “성경에 나온 말씀대로 교육을 통해 ‘목적이 있는 삶’을 이끌게 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적성에 찾아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제대로 하기 때문에 학교 졸업장은 그래서 바로 자격증이라고 했다. 네덜란드의 대학진학률은 고작 18%, 독일이 40%. 한국은 어떤가. 80%가 넘는다.

“몇 년 전에 모 농대 학생 80여명이 저의 공장을 견학 왔더군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졸업 후 농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을 물어보니 한 두 명이더군요. 대다수 수능시험성적에 맞춰 입학을 했다는 거예요. 대학생들이 목표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국가적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목표가 대학이고 스펙일 뿐 아무런 진로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는 성경의 예를 들어 무조건적인 복지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조건 도와주기만 하면 자칫 스스로 반성하고 단련하면서 자생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도 멀쩡한 사람이 먹고 놀 때는 내쫓아 연단의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연단은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는 카이퍼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카이퍼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을 반대했고 특히 국가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했어요. 정부는 더 나은 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도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회장은 하지만 성경에 나와 있듯이 장애를 갖고 있거나 노동 능력을 잃어 스스로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전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에는 양면성이 있다

그는 또 성경에 기초, 불평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주와 축복, 1달란트와 10달란트 등 성경의 모든 내용이 불평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평등은 인간사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런 이유로 세상은 불평등에 의해 돌아간다고도 할 수 있어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교수도 불평등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불평등은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성장을 촉발시킨 동인이라면서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국가(인간)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불평등한 일이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입했다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 며 “불평등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이성(생각)일 뿐, 결코 자연의 이치는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산과 계곡을 없애 운동장처럼 평평하게 만든다면 물이 흘러갈 곳이 없어 지구는 썩을 것을 것입니다. 태풍과 홍수를 보세요. 큰 재앙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것들이 없으면 지구가 사막화될 겁니다. 모든 현상들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그래서 불평등 문제 역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가장 공평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진리의 뿌리를 찾다보니 그것이 고전이었으며 종국에는 성경이 답이다”며 “아담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수없이 읽으면서 기업경영에 접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덕감정론>은 경제인들의 바이블이라고 칭송했다. 일본 메이지유신 때 관리자들이 탐독한 책이며 등소평도 정독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기자에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꼭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노예의 길>은 리더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설명했다.

“경제(Economics)란 용어는 오이코노미코스라는 어원에서 출발합니다. 2세기 경제행위가 시작될 때 교회 부동산이나 회계를 담당하는 재산관리자를 말합니다. 이것이 발전해 18세기에 이르러 아담스미스에 의해 경제이론이 정립되는데 중세의 경제바탕은 성경이었던 것입니다. <도덕감정론>의 핵심은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고 우주는 스스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제는 윤리이고 도덕이라고 저는 말합니다”

아담스미스에 대해 비판하는 견해 역시 김 회장은 오해라고 강조한다. 아담스미스도 약육강식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으며 ‘이기주의’는 자기애(Selflove)이며 상대방의 이익과 공존할 때, 완성되는 즉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자기애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본능이며 어느 누구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인간의 본능이 바로 시장경제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

김홍국 회장은 정부의 규제혁파의 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자유시장경제 주창론자이다. 즉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결정돼야지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면 경제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지나친 지원정책은 자칫 ‘독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만약에 정부가 중소기업을 도울 일이 있다면 돈을 줄게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소기업부 신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도 중소기업청 등 중소기업을 돕는 기관이 30여개가 넘지 않느냐는 것, 중소기업지원기관을 늘리는 것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라는 지적이다. 이런 인기위주의 포퓰리즘 정책이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이라는 책에서 ‘시장이란 인지적 한계를 지닌 개인들이 경쟁과정을 통해 서로의 지식을 활용하는 동시에 어떤 생산방식이 저렴한지,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발견하는 끊임없는 발견과정’이라고 했어요. ‘인지적 한계를 지닌 개인’들이 잘 경쟁토록 해 주어야 시장이 잘 돌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네덜란드 간척지에 소재한 어느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10ha(헥타르)에서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하는데 투자비가 대략 800억원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얼마나 지원을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단 1원도 지원받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시설을 완공했다고 합니다.”

시장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해야 살아날 수 있고 은행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만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가수는 대략 109만가구. 네덜란드 농장수는 6만4,000개. 우리나라 농가수는 줄어들고 규모는 커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김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는 사실상 ‘농가’라는 단어가 없다고 했다. 모두 컴퍼니(Company)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경영리더에 자질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리더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람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인사가 만사다”고 강조했다. 즉 임원 인사 등 모든 권한을 CEO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의사는 기껏 20-30%정도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사결정과정에서 CEO들과 평행선을 달리는 등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저는 사장들에게 의견제시 수준을 넘지 않아요. 제가 CEO를 제쳐두고 임원들과 별도로 만나면 사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임원들로 만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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