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닭아 닭아 미안한 닭아…울어다오, 새벽을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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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7.01.13 14:53 Updated

■특별기고/ 닭아 닭아 미안한 닭아…울어다오, 새벽을 알려다오

특별기고/ 닭아 닭아 미안한 닭아…울어다오

닭아 닭아 미안한 닭아…울어다오, 새벽을 알려다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민속학자)

 

닭이 회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어둠을 짓내몰아 동켠으로 훠언히 새벽이란

새로운 손님을 불러온다

<윤동주-별동떨어진데>

 

닭(민화,종이,125x54,국립민속박물관)  /닭(민화,종이,목단,105x41,국립민속박물관)

닭(민화,종이,125×54,국립민속박물관)
/닭(민화,종이,목단,105×41,국립민속박물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닭과 계란 중 먼저인 것은? 암탉이 울면 망하는가? 닭은 기억력이 나쁜가? 닭갈비는 불필요한 것인가? 등등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있다. 닭과 계란의 선후에 관한 지루하고 해결되지 않는 논쟁에 빠지기 보다는 새벽이란 새로운 손님을 불러오는 닭 울음소리처럼 AI나 정치 사회적 문제들이 한순간에 밝음과 희망으로 바뀌기를 기원하자. 암탉이 울면 망하는 것이 아니고 계란을 낳았다는 기쁜 소식이다. 춘천 닭갈비가 유명한 것처럼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닭은 기억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사람에게 조롱받을 만큼은 아니다.

 

미래를 예지하고 예고하는 서조(瑞鳥)

한반도에 언제 닭이 자생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고대부터 닭을 길렀던 것 같다. 문헌상에 삼한시대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훨씬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닭이 본격적으로 한국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나타나게 된 것은 ‘삼국유사’에서 혁거세와 김알지의 신라 건국신화에서이다. 알영이나 김알지 같은 나라 임금이나 왕후가 나타날 때 서조(瑞兆)를 미리 보여 주는 새로 닭이 표현이 되어 있다. 천마총을 발굴했을 때 단지 안에 수십 개의 계란이 들어 있었고, 여러 고분에서 닭 뼈가 발견된다. 능속에 계란과 닭 뼈가 들어 있었던 것은 저 세상에 가서 먹으라는 부장식량일 수고 있고, 알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이 재생·부활의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계명성(鷄鳴聲)의 시보(時報)

닭울음은 천지개벽을 다룬 제주도 무속신화 천황 본풀이 서두에서는 혼돈(chaos)에서 질서(cosmos)로의 이행이라는 우주적 차원의 질서를 예고한다. 김알지 신화에서는 나라를 통치할 인물이 탄생했음을 알리며, 흰 닭은 빛의 상징으로 자연 상태의 사회에서 국가적 체계를 갖춘 단계를 예고한다.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는,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존재이다. 예고내용이 빛이기 때문에 닭은 태양의 새이다. 닭 울음은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닭의 울음은 때를 알려주는 시보(時報)의 역할을 한다. 시계가 없던 시절 새벽시간은 닭의 울음소리로, 날씨가 흐린 날이나 밤 시간은 닭이 횃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시간의 흐름을 파악했다. 유시(酉時)를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로 배치한 것도 바로 닭이 횃대에 오르는 시간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특히 흐린 날 오후 주부들의 저녁시간 가름은 닭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알았다. 수탉은 정확한 시각에 운다. 그래서 그 울음소리를 듣고 날이 새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조상 제사를 지낼 때는 바로 이 닭울음소리를 기준으로 뫼를 짓고 제사를 지냈다. 닭은 태양이 뜨는 때를 아는 예조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닭이 동틀 때와 해질 때를 미리 선언하고 행동한다.

 

여명(黎明)과 축귀(逐鬼)의 닭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고,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동물이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온다.

사람들은 닭울음소리와 함께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도 물러간다고 생각했다. 닭의 태양 관련 상징성은 그 자체 속에 신성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닭은 귀신을 쫓아내는 축귀(逐鬼)의 능력이 있다. 닭은 빛을 불러오면서 액을 물리치는 여명과 축귀의 상징이다. 닭 그림은 세화(歲畵)로서 호랑이, 용, 개, 사자 그림과 같이 정초에 액을 없애고 복을 부르는 의도로 그려져 대문이나 출입구에 붙였다. 축귀와 벽사의 동물로 닭을 상정한 것이다.

 

입신출세와 부귀공명, 자손번창의 상징

조선시대에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선비는 서재에 닭 그림을 걸었다. 닭은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한다. 닭 볏은 관(冠)을 쓴 모습이다. 관은 학문적 정상과 벼슬을 하는 것과 같다. 특히 닭의 볏과 벼슬은 같은 발음이다. 닭과 함께 맨드라미, 모란을 함께 그린다. 닭의 볏과 맨드라미의 모습이 비슷하다. 이는 관 위에 관을 더하는 것으로 최고의 입신출세를 의미한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고, 수탉이 길게 우는 모습은 공명을 의미하다. 수탉, 즉 공계(公鷄)의 ‘公’과 ‘功’, 길게 운다는 ‘鳴’과 ‘名’의 음이 같은 데서 착안해 공명(功名)이 된다. 수탉이 모란과 만나면 부귀공명을 기원하는 의미가 된다. 봄날 갓 깨어난 병아리가 어미 닭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그림이 있다. 이는 오복(五福)가운데 하나인 자식 복을 염원하는 것이다. 닭그림은 이처럼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자손번창을 기원하면서 선비의 서재에 걸었던 것이다.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序曲)

닭은 흔히 다섯 가지 덕을 지녔다고 흔히 칭송된다. 이는 옛 중국의 전요(田饒)라는 이가 노나라 임금 애공(哀公)에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임금이 갖추어야 할 덕을 비유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즉 닭의 벼슬(冠)은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나타내며,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이며, 먹이를 보고 꼭꼭거려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추어 울어서 새벽을 알림은 신(信)이라 했다. 닭은 보양자(保養子)하고 가족의 보호와 생활권을 위해서 용감하게 투쟁하고 시간의 흐름, 세상의 변화를 판단하는 서조(瑞鳥)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黎明)을 알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다. 밤에 횡행하던 귀신이나 요괴도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일시에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민간에서는 믿고 있었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 그것은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序曲)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나라에 ‘닭’이 들어간 지명은 몇 개?

정유년 ‘닭의 해’ 맞아 조사…닭실마을·계족산 등 293개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년 정유년 닭의 해를 맞아 140만여 개의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닭과 관련된 지명은 총 293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집계된 십이지 관련 지명 중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닭은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길러 온 가축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생활해 온 동물인 만큼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닭과 관련한 유래와 전설이 다양하게 전해진다.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이자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동물인 닭은 시간으로는 오후 5시~7시 사이를 가리킨다. 예로부터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을 우리 조상들은 빛의 전령,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어둠을 젖히고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관련된 대표적인 지명은 ‘계명’이라고 해 닭이 우는 모양 혹은 닭이 울고 날아갔다는 유래를 가진 충주시 ‘계명산’, ‘계명봉’ 등 전국 13곳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지명도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한 ‘닭실마을’은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내와 넓게 펼쳐진 들판이 풍요로워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닭의 볏, 머리 등 닭의 주요 생김새와 모습을 닮은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데 독도에도 닭의 모습을 닮은 지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독도의 동도 북서쪽에 위치한 ‘닭바위’는 서도에서 바라봤을 때 마치 닭이 알을 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 그 지명이 유래됐다. 아울러 ‘닭의 발’을 닮아서 이름 붙여진 ‘계족산’,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계룡산’ 등 닭의 모습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삶 속에 함께해와 친숙한 닭은 다양한 유래와 전설로 우리 국토 속 지명에 반영돼 자리 잡아 내려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7년은 닭의 희망찬 울음소리로 시작해 밝고 건강한 새해, 풍성한 결실이 함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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