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미래에셋대우증권
메머드급 초대형 증권사 미래에셋대우 공식출범
국내 1위 아시아 5위, 박현주 회장의 승부사 기질 입증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모델이 희망
지난 12월30일 미래에셋대우가 합병 등기를 마쳤다. 자기자본 6조6,000억원, 고객자산 220조원, 자산규모 62조5,000억원의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공식 출범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탄생으로 그동안 자기자본 규모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해 왔던 NH투자증권(자기자본 4조6,000억원)은 2위로 밀려나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업계 1위는 물론 아시아 ‘TOP 5’에 진입하게 됐다. 장영환 기자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IB)이 목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작년 12월 30일 합병 등기를 마치고 공식 출범했다. 2015년 12월 말 미래에셋증권이 매물로 나온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확정된 지 1년 만에 합병 법인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양사의 합병 작업은 2015년 12월 24일 KDB산업은행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이 경쟁을 벌였지만, 박현주 회장이 본 입찰에서 최고가인 2조4,500억원을 써내는 통 큰 ‘베팅’으로 쐐기를 박았다. 이후 인수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30일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대주주 적격성을 승인했고, 미래에셋증권은 4월 인수 잔금을 납부하고서 대우증권 법인명을 미래에셋대우로 바꿨다. 이어 5월에는 양사가 미래에셋대우를 존속법인으로 하는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합병 작업은 지난해 12월 4일 회사 합병 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마무리됐다. 미래에셋대우의 새로운 주식은 구 미래에셋증권 주주들에게 합병 비율에 따라 오는 1월 19일 교부되며 상장은 1월 20일 예정돼 있다. 통합 법인은 최현만 수석부회장(관리)과 조웅기 사장(홀세일), 마득락 사장(리테일) 등 3명의 각자 대표 체제로 출범한다. 박현주 회장은 투자계획 등 큰 그림을 그리면서 그룹 전체를 지휘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대우 김대환 창업추진단장은 “지난 1년간의 통합 작업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하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아시아 대표 글로벌 IB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출범으로 우리나라 증권사의 초대형 투자은행(IB)化 경쟁은 더욱 가속화 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자기자본 6조원대의 미래에셋대우와 4조원대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통합KB증권, 삼성증권 등 초대형 IB ‘1강 4중’ 구도로 재편됐다.
금융업계의 삼성전자, 박현주의 상상이 현실화
합병이 공식적으로 승인되면서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최대는 물론 아시아 증권사 TOP 5에 진입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박현주의 상상이 현실화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려면 불가능한 꿈을, 불가능한 상상을 재무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상상의 힘을 믿어야 한다” 재작년 12월 말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박현주 회장이 한 말이다. 박 회장은 “여러가지 투자를 넣어서 미래에셋을 대표하는 주식을 하나 사면 모든 투자가 끝나게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모델을 말한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가 되면 워런 버핏이 하는 여러가지 투자 활동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투자의 과실을 나눠먹을 수 있는 구조다. 박 회장은 투자에 있어 금융의 책임론을 강조한다. “부동산을 사서 임대업 하는 것 말고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금융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며 “전체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 합병을 통해 대형 증권사가 된 만큼 공생하는 구조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번 합병과정에서 탕평인사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4월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대우를 중심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년 10월에는 미래에셋대우의 각자 대표로 최현만 수석부회장, 조웅기 사장, 마득락 사장 등 3명을 임명했다. 앞서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각자 대표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돌연 사임하자 미래에셋대우의 마 사장을 깜짝 발탁됐다. 홍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는 미래에셋대우 내부를 마 사장 발탁인사로 발 빠른 분위기 쇄신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두각을 나타내던 연금사업과 자산관리에다가 미래에셋대우의 특기인 IB와 주식중개, 해외투자를 합쳐 증권업 주요사업 전반에서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계속되는 승부사 기질, PCA생명 인수
미래에셋대우는 3명의 각자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박 회장은 비등기 대표이사 회장이지만, 회사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경영보다는 투자구조 등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박현주 회장이 최근 또 한번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공식 출범을 한 달 남짓 앞둔 지난 12월 10일 미래에셋생명이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PCA생명의 지분 전량을 1,700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 9월 진행된 본 입찰에 뛰어든 미래에셋생명은 홍콩, 중국 등의 외국계 자본과 벌인 경쟁에서 승리했다. 총자산이 8월 말 기준 27조9,000억원인 미래에셋생명이 자산 5조3,000억원인 PCA생명을 인수하면 자산 기준 업계 5위로 도약하게 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져 애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적정가 3,000억 원보다 훨씬 싼 가격에 PCA생명을 인수한 운도 따랐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앞으로 터뜨릴 M&A 프로젝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회장이 국내외 M&A 시장에서 저울질을 하는 추가 인수대상 매물이 여럿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 초 이후 구체적인 결과물이 또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박 회장의 미래에셋그룹은 금융회사 M&A뿐만 아니라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도 프로젝트’, 벤처, 스마트팜, 태양광 인프라 투자 등 수조원대의 투자계획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1조원대 프로젝트인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박 회장은 그 후 수시로 여수를 찾아 투자환경을 살피는 등 이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를 확정 지은 이후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박 회장이 늘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전히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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