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 정세균 국회의장 개성공단 전면중단 세미나 기조연설 … 남북관계 아무리 어려워도 ‘대화’의 끈 이어가야

president
By president 2017.03.17 14:51

■특별기획②/ 정세균 국회의장 개성공단 전면중단 세미나 기조연설 … 남북관계 아무리 어려워도 ‘대화’의 끈 이어가야

특별기획②/

정세균 국회의장 개성공단 전면중단 세미나 기조연설

남북관계 아무리 어려워도 ‘대화’의 끈 이어가야

 

2017년 2월 10일이면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꼭 1년이 됩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1주년을 앞두고 개성공단의 역사적 의미와 남북관계 재정립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본 세미나에 참석해 주신 내빈 및 발제자, 토론자, 참석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외교안보 현실은 트럼프 신행정부 등장, 한반도 사드 배치,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으로 인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그리고 한일관계에서 매우 복잡한 판단과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이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외교안보 문제의 근저에 남북분단의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특히 그간 북한의 5차례 핵실험과 다수의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이 첨예화되고 있으며,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사회의 제재만으로는 북핵문제가 풀릴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북 제재는 문제해결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핵협상타결 사례가 보여주듯이 제재와 협상이 병행될 때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의 변천과 남북경협

한국전쟁 이후 지속되던 남북간 적대적 갈등관계가 탈냉전 이후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1988년 소위 ‘7.7 선언’으로 불리는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교류협력법)’과 ‘남북협력기금법’ 등 관련 법령이 제정됨으로써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남북은 1989년부터 2015년까지 약 80만 건에 달하는 교역활동을 진행해왔으며, 경제적으로 약 29조원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또한 같은 시기 남북 간의 인적왕래가 약 145만명에 달했고,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된 금강산 관광협력에 약 193만명이 참여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이산가족 상봉, 남북정상회담 등이 성사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남북관계의 발전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테이블이 만들어지는 단초로 작용하였습니다. 지속적인 북핵 위기 속에서도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시도해 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9.19 공동성명’과 북핵 불능화의 단계를 규정한 ‘2.13합의’라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바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 6자회담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최소한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이 핵실험의 구실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2006년, 2009년의 핵실험은 모두 6자회담이 좌초될 때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개성공단사업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은 한반도 정세의 부침 속에서도 남북관계를 유지하고 재정립하는데 핵심적인 지렛대 역할을 해왔습니다.

 

개성공단의 역사적 의미

지난해 2월 전격중단 된 개성공단사업은 남북교류협력의 기반 구축에 매우 중요한 경험이자 과정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상생협력의 유일한 모델이자 한반도 공동번영의 상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경제협력의 무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는 완충지대의 역할도 하였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도 개성공단사업이 지속되어 온 것은 남북화해협력과 평화적 통일을 향한 우리 국민의 염원이 담긴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개성공단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경제 관료와 근로자들은 금융, 세무, 회계, 인사 등 선진 경영기법 및 현대적 기술에 대한 학습을 통해 시장경제 원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를 토대로 다른 경제특구의 밑거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이나 ‘나선경제무역지대법’ 등의 각종 규정에는 개성공단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성공단은 분단을 넘어서 남북의 통일을 위한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개성공단에는 125개 업체, 5만 6천여명의 근로자가 일을 해 왔습니다. 또한 개성공단 방문인원은 연인원을 기준으로 총 115만명에 달했었습니다. 수많은 남과 북의 동포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고 소통하면서 한겨레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해 온 생생한 통일의 현장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인해 남북관계는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퇴보된 남북관계의 1차적인 책임은 평화를 위협하고 국제규범을 어겨온 북한에게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기간에도 대화는 한다”는 말처럼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대화 자체를 단절한 우리 정부의 단선적인 사고와 정책에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성공단 관련 국민의식 조사결과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 또한 공감하고 계십니다. 최근 국회가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9%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을 했습니다.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절반 이상인 54.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개성공단의 재가동에 대한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북정책의 방향과 관련하여 응답자의 55.9%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면적 대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 또한 24.7%로 어떤 형식으로건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0%가 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비해 현재와 같이 대화없는 제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고작 13.9%에 불과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인식도 그렇습니다만, 제가 모두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핵문제는 제재 일변도의 정책만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대화와 협상이 병행될 때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1주년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시점이야말로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모색이 이루어질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논의를 기점으로 남북협력의 시대를 다시 열고, 북핵을 넘어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질서를 위한 동북아평화협력 의회간 대화

저는 남북 간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하는 한반도 평화질서가 조속히 정립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지난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평화협력을 위한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남북한과 주변 4강이 함께 하는 ‘의회 간 대화’는 북핵문제로 인해 심화된 동북아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고 단절된 남북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새로운 모멘 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의장으로서 지난 가을 미국을 방문하여 미 의회 지도자들과 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바 있습니다. 올해는 중, 일, 러와 만나 이러한 제안을 더욱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협력의 테이블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의장 직속 여야 중진의원들로 구성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외교단’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현재 동북아는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안보갈등, 위안부와 독도 등 역사와 영토의 갈등, 자국우선주의와 글로벌개방경제체제 간의 갈등 등 다양한 현안으로 인해 첨예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같은 갈등상황을 극복하지 않고는 21세기 동북아시대는 요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추진 중인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를 통해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열어가는 핵심적인 협력체계 구축에 기여하는 밑그림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오늘 우리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하루아침에 ‘그라운드 제로’가 되어버린 개성공단을 다시 살려내고 남북화해협력과 통일의 문을 함께 열어나갑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president
By president 2017.03.17 14:51
댓글작성

댓글없음

댓글없음!

이 기사에 관하여 첫번째로 관심을 표현해 주세요.

댓글작성
댓글보기

댓글작성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표시는 필수입력입니다.*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