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탐방/ 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의료산업, 협동조합기업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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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7.04.03 15:57

■협동조합탐방/   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의료산업, 협동조합기업 반드시 필요하다.

협동조합탐방/ 

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의료산업, 협동조합기업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중앙회 590여개 회원조합 가운데 유일한 의료관련 협동조합이다. 조합원 대다수는 한의원 원장들이고 의약, 의료산업 업체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한의원 원장이기도 한 최주리 이사장은 “의료산업이야말로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뭘까?

김지태 기자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하니쿱닷컴(www.hanicoop.com). 조합원들을 위한 공동구매 사이트로 각종 진료기기와 소모품, 한약재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하니쿱닷컴(www.hanicoop.com). 조합원들을 위한 공동구매 사이트로 각종 진료기기와 소모품, 한약재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의료산업의 실질적 소비자는 의료인이 되어야

최주리 이사장이 조합을 만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의료산업에는 협동조합기업이 꼭 필요하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의료산업의 일부인 ‘의료인들이 만들어내는 서비스’는 여타 공산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백신이든 시술이든 많이 생산되고 많이 팔린다고 좋은 것일까요? 큰 이윤을 남겨 주주들에게 많은 배당금을 줘야 하는 주식회사 형태 기업 입장에는 좋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절대로 좋은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고지혈증 약이나 백신, 척추수술이 많이 소비된다고 해서 그 산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대 제약자본, 대기업의 약 매출에 의료인이 좌지우지된다면 그 의료는 건강한 의료가 될 수 없다는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홍상, 녹용 등 한약재로 만들었지만 식품으로 둔갑해서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상품들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것은 약이 아니라 ‘식품’인데, 인삼이나 사슴의 뿔이 우리가 매일 섭취해도 되는 식품일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 제약회사나 한약재로 식품을 만드는 대기업들은 이윤추구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더욱 많이 팔아야 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그에 대한 약을 또 만들어 팔게 된다. 그러나 그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이런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서 “의료산업의 실질적 소비자는 환자가 아닌, 의료인이 되어야 한다”고 최 이사장은 강조한다.

“의료산업에 대해 잘 생각해 봅시다. 국민들이 건강해질수록 양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양적인 확대라면 예방 측면에서의 확대에만 국한되어야 합니다. 그 외 부분은 소비자가 아닌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진단과 치료의 질과 정밀성을 올리는 것이 진일보된 의료산업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의료산업에서야말로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의산업 세계화 위해 면허제도 개선 반드시 필요

최 이사장이 조합을 만들게 된 또 다른 중요한 계기는 한의산업의 침체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한의원과 한의산업게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WHO는 세계 전통의학시장 규모가 2050년까지 5조 달러(약 6,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세계 보건의료산업 시장의 중심지인 미국도 보완대체의학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물론 독일, 캐나다, 호주, 오스트리아, 이태리 등 선진국들에서도 전통의학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전통의학시장은 확대되어 가는데 국내 한의약시장은 침체 일변도에 있습니다. 한국의 한의학이 근거없는 폄훼와 각종 규제로 발전하지 못하는 동안 중국은 1950년대에 중의약 발전정책을 수립한 이래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그 결과 지난해에는 중의과학원 투유유 교수가 노벨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의학과 달리 우리 한의학은 동무 이제마(1837~1899) 선생의 공으로 2천년 이상된 전통의학에 최신지견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의는 양음, 오장육부의 에너지레벨 차이를 미묘하게 구분해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약간의 혼동은 있지만 이걸 표준화한다면 국제적으로도 이슈를 일으킬 수 있는 우리만의 의학기술이 될 수 있다고 최 이사장은 말한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가로막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중의학 전공자는 현지에서 전통의학자가 될 수 있지만 한의학 전공자는 되지 못한다. 중의사는 다른 나라에서 의사면허시험을 볼 수 있지만 한의사는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한국에도 한의사가 있냐? 고 반문하더군요.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상황에 면허제도까지 심각한 한계에 부딪혀 있는 실정이에요. 외국에서의 면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외진출은 어렵습니다. 이건 한의사 개개인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요. 외교부와 보건부 등 당국의 공조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혈액검사 가능하게 됐지만 아직 현실의 벽 높아

한의산업협동조합은 한의학에 관련된 근거없는 폄훼에 맞서고 한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한의원에서의 채혈검사 문제였다. 한약을 먹으면 간 손상이 심하게 온다는 등의 말들이 지속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의업계에서도 한약에 정말 간독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국내에서 혈액검사 기기를 만드는 곳은 삼성 한 곳 뿐인데 한의원에는 안 팝니다. 혈액검사 수탁기관인 녹십자에서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접 간독성이 있는지 사실 여부를 알기 위해 혈액검사를 하겠다는데 제도적으로 안되는 거에요.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을 건의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의학계도 혈액측정기, 초음파 진단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와 일반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의사, 약사 단체가 의료기기 제조업체와 제약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한의약계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보아 총 1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한의원의 채혈이 불법은 아니지만 국산인 삼성 제품은 공급을 안해줘서 어쩔 수 없이 외국산 기기를 쓰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중소기업중앙회의 도움이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보건부나 식약처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데 중앙회에 건의하면 관련기관장들을 모시고 컨퍼런스 등을 주관해 줘서 문제 제기를 하고 토론을 할 수가 있게 된 것이죠. 물론 공론화를 넘어서 각 기관의 입장이라는 커다란 벽이 있기는 하지만 중앙회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슈 자체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은 앞으로 한의산업의 비전을 널리 알리고 우수한 한의기술의 해외진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에 치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 이사장은 말한다. 양적 확대 보다는 현재 있는 조합원들 간의 긴밀한 정보교류와 공감대 확산, 적극적 활동을 도모하기 위한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조합원 구성은? 총 480개 조합사 중 한의원 조합사가 460개, 한의원외 조합사가 20개 있다. 한의원외 조합사로는 한약재 제약회사 및 유통회사, 의약품 유통회사, 의료기기 제조, 유통, 수입업체, 컨설팅 업체 등이 있다.

 

한의산업 현황은? 전반적으로 위기다. 한약재 경작도 소비되는 작물 위주로만 편중되어가고, 분위기가 침체되니까 지자체마다 조성해 놓은 약령시 등 한의약관련 테마파크들이 외면받고 있다.

 

한의산업 침체의 주된 이유가 있다면? 한의학에 대한 근거 없는 폄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한약을 먹으면 간 수치가 높아진다는 등 한약 독성에 대한 괴담 수준의 폄훼였다. 그러나 이제 한의원에서도 혈액검사가 가능하게 되어 환자분들이 한약 독성 때문에 불안해하실 필요 없이 바로바로 검사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다. 또한 한의원 치료의 효과를 객관적 수치로 보여줄 수 있어서 앞으로 더욱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조합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역점사업은? 혈액검사기기 보급의 확대, 혈액검사 수탁업체와의 좀 더 적극적인 사업협력, 그리고 혈액검사의 차별 없는 보험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환자분들이 같은 검사를 받는데도 보험적용이 안되니 애로사항이 많다. 같은 기기를 사용해서 같은 결과를 가지고 진료를 하는데 치료방법이 학문적으로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두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의 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면?우선 한의사의 면허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중국은 자국의 전통의학을 국가적으로 육성시키고 있기 때문에 타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전통의학자와 동일하게 별도의 절차없이 진료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의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젊은 한의사들이 해외진출을 하려고 해도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다. 외교부, 복지부와 공조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주요 행사가 있다면?9월 산청약초축제 기간 중에 ‘K-메디랜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로 3년째인데 한의진료와 운동치료를 접목시켜서 아이들의 키성장, 두뇌성장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한방관련 축제는 어르신들만을 위한 행사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를 깨고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산청의 ‘동의본가’를 위탁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동의본가는 경남도와 산청군에서 오랜 기간 준비해서 조성한 동의보감촌내에 한의진료와 한옥스테이를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리산 700미터 고지에 조성된 한옥에서 머물면서 약초 스파, 한의원 진료, 향 주머니 만들기 체험 등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까지는 여름 성수기를 제외하고 방문객이 많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 시설을 많이 보완해서 제대로 된 체험관광으로 정착시키고 나아가 외국인들을 위한 숙박형 의료관광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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