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창립 50돌 맞은 롯데그룹
’50돌’ 롯데…신격호가 빌린 5만엔이 매출 92조원으로 성장(대)
롯데 브랜드, “내 일생일대의 최대 수확이자, 걸작 아이디어”
재계 순위 5위, 지난해 매출 규모 92조원의 롯데그룹이 3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빌린 돈 5만 엔으로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격호(辛格浩) 총괄회장(95)이 1967년 4월 3일 롯데제과를 세워 한국 사업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지난 것이다.
◇ 日서 빌린 5만 엔으로 비누·껌 팔아 사업 일으켜
롯데 50년 역사의 상당 부분은 신 총괄회장 개인의 ‘창업·경영 신화’와 겹친다. 신 총괄회장은 1922년 10월 4일 경남 울산 삼남면(三南面) 둔기리(芚其里) 한 농가에서 부친 신진수, 모친 김필순 씨의 5남 5녀 가운데 맏이로 태어났다. 가족과 자신을 위해 ‘큰일’을 하고 싶었던 스무 살의 청년 신격호는 1941년 일본행 관부 연락선에 몸을 실었고, 도쿄에서 낮에 우유·신문을 배달하고 밤에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고단한 고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역량과 성실성을 알아본 일본인 하나미쯔(花光)로부터 5만 엔을 투자받아 선반(절삭공구)용 기름 제조에 나섰으나, 두 차례나 공장이 미군의 공습을 받는 좌절을 겪었다.
1946년 3월 와세다 고등공업 이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다시 도쿄 시내에 직접 붓으로 쓴 ‘히까리(光) 특수화학연구소’ 간판을 내걸고, 선반용 기름으로 비누·포마드·크림 같은 유지 제품을 만들었다. 패전 후 극심한 생필품난에 허덕이던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의 수제 비누는 생산하기 무섭게 동이 났고, 1년도 되지 않아 5만 엔의 빚을 모두 갚을 만큼 돈을 벌었다.
1947년 4월 마침내 신 총괄회장은 롯데의 상징이자 뿌리인 껌을 다음 사업 아이템으로 주목했다. 점령군 미군 군수품을 흉내 낸 조악한 품질의 초산비닐 수지 껌이 넘쳐날 때, 그는 남미산 천연수지로 당시 최고 수준의 껌을 만들어 큰 히트를 쳤다. 이 성공의 토대 위에 1948년 6월 마침내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설립됐다. 상호 롯데는 신 총괄회장이 고학생 시절 밤새워 읽었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이 여인처럼 모든 제품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라는 의미였다. 훗날 신 총괄회장은 스스로 “롯데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바로 상호와 상품명으로 택한 내 결정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 수확이자, 걸작 아이디어”라고 회고할 만큼 자신의 ‘작명’에 만족했다.
◇ 유통·호텔·화학 등 공격적 확장…50년 사이 매출 8억→94조
일본에서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신 총괄회장은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신 총괄회장의 한국 경영은 1965년 12월 18일 한일 국교 정상화 조인, 1966년 6월 17일 재일동포 법적 지위 협정 체결·발효 등으로 고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린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선 제과업을 시작으로 고국 투자에 나섰다.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 원으로 롯데제과주식회사를 세우고 당시 국내 처음으로 멕시코 천연 치클을 사용한 고품질 껌을 선보여 한국에서도 ‘껌 왕국’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왔다껌,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 등이 ‘대박’ 행진을 거듭했고, 1972년 이후 빠다쿠키, 코코넛바, 하이호크랙커 등 다양한 비스킷 제품도 쏟아냈다. 신 총괄회장은 1974년과 1977년 칠성한미음료, 삼강산업을 인수해 각각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을 설립해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아울러 그는 식품 외 관광과 유통을 고국에 꼭 필요한 ‘기반사업’으로 주목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신 총괄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내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그 신념의 첫 결실이 1973년 지하 3층, 지상 38층, 1,000여 객실 규모의 당시 국내 최고층 건물, 동양 최대 특급호텔로 문을 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이었다. 롯데호텔 완공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인 1억5,000만 달러의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유통 분야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투자는 선구적이었다. 1979년 개장한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규모(지하 1층~1상 7층)는 기존 백화점의 2~3배에 이르렀고, 영세 백화점이 난립한 당시 유통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진국 백화점에 견줄 만큼 질 측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비슷한 시기 신 총괄회장은 평화건업사 인수(1978년·현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 인수(1979년·현 롯데케미칼) 등을 통해 건설과 석유화학 산업에도 진출했다. 식품-관광-유통-건설-화학 등에 걸쳐 진용을 갖춘 롯데 그룹은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았고,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 서울 잠실 롯데월드도 1989년 문을 열었다.1990년대에도 신 총괄회장은 편의점(코리아세븐), 정보기술(롯데정보통신), 할인점(롯데마트), 영화(롯데시네마), 온라인쇼핑(롯데닷컴), SSM(롯데슈퍼), 카드(동양카드 인수), 홈쇼핑(우리홈쇼핑 인수) 등으로 계속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은 2004년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에 취임한 이후 본격적으로 ‘뉴 롯데’를 준비해왔다. 신동빈 회장은 공격적 인수·합병(M&A)를 통해 우리홈쇼핑(2007년),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2010년), 하이마트(2012년), 현대로지스틱스(2014년), KT렌탈(2015년), 뉴욕팰리스 호텔(2015년) 등을 잇달아 그룹에 편입시켰다.
그 결과 현재(2016년 기준) 롯데그룹은 매출 92조원(94개 계열사·해외 매출 11조6천억원), 국내외 임직원 12만5,000명에 이르는 재계 5위의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 첫해 매출(8억원)과 비교하면, 50년 사이 무려 11만5,000배로 뛴 셈이다.
특히 올해 창립기념일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대를 이어 30년 동안 지은 국내 최고층 건물(123층·555m)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개장식(그랜드 오픈)까지 겹쳐 50주년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면세점 사드타격에 호텔상장 당장 어려워
한편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50주년 ’50주년 뉴 비전(New Vision) 설명회’에서 호텔롯데 상장 계획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 사드보복으로 호텔롯데 주력사업인 면세점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면세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야만 (상장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그는 “(상장에) 시간이 걸릴 것 같기도 한데, 가능한 빠른 시간에 호텔롯데를 상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영업정지 연장을 비롯한 중국의 ‘사드 보복성’ 움직임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어떤 속내를 가졌는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면서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됐는데, 아직 중국 사업은 ‘투자 단계’인 만큼 현 시점에서 계속 중국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7년 4월 3일 롯데제과를 세워 한국 사업을 시작한 롯데는 아울러 이날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고객 생애주기에 맞춰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생애주기 가치 창조자(Lifetime Value Creator)’라는 새로운 비전을 뒷받침할 구체적 목표로는 ▲ 지속 가능한 성장률(해당 산업 평균 이상의 성장률)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주주·채권자 기대 이상의 수익) ▲ 미래가치 창출(선제적 활동·투자) ▲ 사회 모범적 성장과 가치 창출 등을 제시했다. <출처: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3일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상상력과 혁신, 투명 경영 등을 당부했다.신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50주년 기념식’에서 “오늘, 우리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환점에 있다”며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를 발휘해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으로 새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정신도 강조했다.그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투명한 경영구조를 갖춰 고객과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앞서 이날 오전 신 회장은 그룹의 새 비전으로 ‘생애주기 가치 창조자(Lifetime Value Creator)’를 선포했다.고객의 모든 생애주기에 걸쳐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자는 롯데 임직원들의 다짐과 의지가 반영된 비전이라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지난 50년과 이날 문을 연 국내 최고층 건물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1967년 오늘 창업주 총괄회장(신격호)이 롯데제과를 설립한 이래, 롯데는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롯데월드타워도 롯데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롯데가 흔들림 없이 성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브랜드가 된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며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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