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네트워크/재외동포포럼
김병혁 광양고 교장 ‘러시아 로스토프지역 고려인사회’ 주제발표
러시아 서남부 고려인 청소년 인재육성 시급하다
3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0차 재외동포포럼에서 김병혁 광양고 교장은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 고려인사회’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서남부 러시아의 고려인 사회가 해체위기에 처해 있다”며 “고려인 네트워크 구축과 청소년 인재육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2009년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3년 동안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한국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김지태 기자
한인수난사이자 고려인사회 전환점이 된 강제이주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은 러시아 남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해 있다. 노벨상 수상 작가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으로 유명한 돈강이 흐르는 지역이고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해진 소치가 인근에 있다. 기록에 의하면 한민족이 러시아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60년을 전후한 19세기 말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일제의 탄압을 피해 새로운 생활 근거지를 찾거나 독립투쟁을 위해 혹은 일제에 의한 강제징용 등으로 대거 이동이 이루어졌다. 당시 주요 이주지는 연해주였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고려인들이 대량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면서 연해주의 한인사회는 붕괴됐다. 강제이주는 한인들의 수난사이자 러시아 이주 역사의 큰 전환점이기도 하다. 1950년대에 이르러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인들에 대한 신원이 회복되고 거주이전의 제한이 해제되면서 많은 고려인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러시아 각지로 이주하게 되고 고려인들의 활동무대가 점차 러시아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어가 통용되면서 한민족이 오랫동안 생업으로 이어온 농업에 적합한 지역, 즉 러시아 서남부 카프카즈 지역으로 이주해 광범위한 고려인 사회를 형성했다. 러시아 서남부지역은 일제 침략에 의한 한민족의 이주와 직접적 관련이 없고 지리적으로 한국과 상당히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 그동안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지역에는 6만 5,000여 명에 이르는 많은 고려인들이 거주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동포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고려인이 가장 많은 로스토프주에는 약 2만 5,000여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한국인은 15명이 살고 있다. 이 중 5명은 선교사들이다. 조선족들의 경우, 대다수가 상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나 현재 대부분 귀국한 상태다. 한국의 기업으로는 농업투자회사인 (유)셀트리온이 유일하다.
농업과 교육 여건 좋아 고려인들이 선호하는 로스토프지역
로스토프 지역은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1,0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돈 강변과 아조프해가 연결되어 있어서 카프카즈의 관문이자 교통의 요지라 할 수 있다. 북카프카즈 지역의 행정중심지로서 고등교육기관과 연구소들도 많다. 이런 이유로 고려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곡물 생산량은 러시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요 곡물은 가을밀, 옥수수, 쌀, 수수, 감자, 보리 등이다. 특히 해바라기 씨 생산은 러시아 전체 생산의 25%를 차지한다. 채소류는 양파, 양배추, 배추, 홍당무, 상추, 토마토, 오이, 수박, 참외 등 다양한데 특히 양파가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기후와 농업환경이 좋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에서 많은 동포들이 남서부 지역으로 계속 이주해 오고 있다.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는 농사철인데 대부분의 동포들이 밭에 나가 일하고 집에는 노인과 아이들만 남게 되어 자녀의 생활지도에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주로 농업지대에 거주하며 저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부터 고려인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농업여건의 변화가 크다. 토지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농업기술 답보, 가족중심 경영의 한계 등으로 인해 이농, 몰락 농민이 증가하고 있다. 도시 근교의 토굴에서 거주하는 인구마저 늘고 있다. 이에 고려인 커뮤니티의 중심인 ‘고려인협회(AKRO)’도 위축되고 있다. 2016년 8월 테러방지법 발효 이후 고려인들을 지원하는 선교사 활동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 면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다. 로스토프도누 한국교육원의 위상이 변화되어 한국문화원으로 개칭됐고, 원장의 현지 거주 불허 등으로 활동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으로 볼 때 남부 러시아 고려인사회의 해체 및 붕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체 위기에 있는 고려인사회 발전을 위한 5가지 제안
이날 김 교장은 고려인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고려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60여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러시아 남부연방 및 카프카즈연방 지역 곳곳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실태 파악을 위해 고려인 네크워크가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각 지역의 한글학교 및 교사, 선교사와 한국교육원의 연계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고려인협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지 고려인들의 정신적 지주이면서 러시아 당국의 신임을 받고 있는 고려인협회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재정, 문화지원 등 민간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대다수 고려인들이 종사하고 있는 농업 진흥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선진농업기술의 전수, 고부가가치 작물재배기술 보급 등 다양한 농업 진흥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20여년 가까이 활동해 온 한국교육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려인의 권익과 편의를 도모하면서 한국어 및 한글 보급 등 한국문화 전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교육원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확대를 통해 고려인협회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인재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고려인 학생들의 한국 유학을 확대하고 취업을 보장하여 고려인사회의 주축세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미래에 유망한 직종으로 보이는 자동차정비, 미용, 제빵제과, 한식요리 등의 기술을 습득시켜 현지에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관민, 산학 연계 체제를 연구해야 한다.
댓글없음
댓글작성
최근 글
- ■한국판 트럼프, 문주현 엠디엠 회장의 성공신화 “나에게 실패는 없다” 부동산업계 미다스의 손
- ■인물포커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전, 중기 지원금 1조원 풀어라”
- ■[인터뷰] 임원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 “소상공인 보호, 정치권이 나서라” 4년 임기 동안 동네수퍼 부흥 추진
- ■[인터뷰] 4집으로 돌아온 포크계 아이유를 김희진을 만나다 ‘여정’을 통해 본 그녀의 제주 스토리
- ■르뽀/디알 하이텍의 체험방 … 기자가 체험한 디알하이텍 양자에너지방 몸속의 염증해소에 탁월한 양자에너지
- ■문화/나폴레옹 전시장….NS홈쇼핑 성남판교 사옥 전시장, 일반에 공개. 韓청년 호연지기 제고…“인생 개척하는 용기 가져야”
- ■특별초대석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중견기업인 책임경영’ 선언…포용적 산업생태계 조성
- 홈앤쇼핑, 직원이 ‘행복’해야…회사가 ‘성장’한다. 일.삶 균형 강조, 좋은 일자리 확대 평직원 협의체 발족, 소통문화 강화
- ■강호갑 중견련 회장 “사회책임경영의 첨병 되겠다” … 중견련, 22일 정기총회서 ‘사회책임경영’선포
- ■가스안전공사 채용비리 연루자 전원 퇴출 … 26, 27일 인사위 통해 간부 및 직원 5명 해임키로 부정합격 3명도 면직, 피해자 12명 구제방안 마련
- ■홍종학 중기벤처부장관 취임 100일 평가 … 사흘에 한번 현장방문,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성과 ‘중소기업 중심경제’ 그랜드마스터 리더쉽은 아직…
- 간 단축에 ‘막다른 골목’ 선 中企 … ‘추가고용’ ‘자동화’ ‘폐업’ 세 갈래길에 놓인 제조업계 문 대통령 “철저히 준비 稅혜택 등 업계 타격 최소화”
- ■하림그룹 ‘홍의 법칙’ 통하고 있다. 축산업계 성공적 롤 모델 구축 관심 ‘삼장경영’으로 매년 1천만원씩 증가…. 앞으로도 가능성 충분
- ■홈앤쇼핑, 1월 모바일 이용자 수 ‘지존’ … 2015년 5월부터 선두자리를 굳건히 유지
- 중앙회장 입후보 자격제한은 개악(改惡)…참정권, 평등권 침해, 헌법소원 등 다툼예고 중기대표 단체가 협동조합 대표 단체로 퇴행
이 기사에 관하여 첫번째로 관심을 표현해 주세요.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