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은행나무 아래서 … ‘상생’과 ‘소통’의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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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ent 2017.04.02 17:45

■에세이/은행나무 아래서 …  ‘상생’과 ‘소통’의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에세이/은행나무 아래서

‘상생’‘소통’의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위키백과에 따르면 은행은 은빛 나는 살구라는 뜻이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인천광역시 장수동 만의골에 있는 은행나무로 수령은 약 800~850년 정도로 추정된다. 1992년 12월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었다. 나무의 키는 약 30m에 둘레는 약 8.6m다. 과거 7월과 10월에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장수동의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 살아온 나무로 민속적·생물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 최영남

 

“은행나무 보러 가자.” 카톡이 왔다. 시인인 친구가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를 먼저 보고 가자는 거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쯤 경인고속도로를 달려 인천대공원 후문 쪽으로 달렸다. 친구가 멀리 보이는 은행나무를 가리켰다. 친구가 이 은행나무를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속살까지 훤히 드러낸 은행나무는 세월의 무게를 느끼고도 남았다. 나무 둘레를 빙빙 돌며 자세히 보았다. 다섯 그루의 은행나무가 붙은 채 서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한 그루다. 몸통에서 나온 하나하나의 나뭇가지는 몇 십 년씩 된 나무의 몸통보다 굵게 보였다. 그런 나뭇가지를 타고 나뭇가지로 이어지는 어린 생명들은 거대한 우주의 공간을 향해 두 팔을 번쩍 쳐들고 있었다. 서로 엉켜 할퀴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쳐다보니 결코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상대를 배려하고자하는 뜻이 담겨 있지 않나 싶다. 두꺼운 나무껍질 속에서는 거친 심장의 소리가 새어 나오는 듯 했다. 사시사철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그렇게 한 올 한 올 엮어 온 고통이 느껴지기도 했다. 살아있음은 그래서 소홀할 수 없는 세상의 진리이자,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이 아닐까. 30미터의 높이에서 눈대중으로 5미터쯤 내려온 곳에 새집이 듬성듬성 보인다.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조차 버거울 것 같은 나무가 새까지 품고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는 어쩌면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춤추면서 더욱 젊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비, 햇살, 바람 등과 함께 어우러져 살며 그 사이 나무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빠짐없이 지켜보았을 것이다. 은행나무 아래에는 숱한 사연들이 쌓이고 쌓여 세상과 소통하는 창문이 됐을 것이다. 울다가 웃다가 지는 해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친구도 가끔 장수동 은행나무를 찾아와 쉬었다 간다고 했다. 그렇다. 이 거대한 은행나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오는 이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어떻게 오래 산 나무 모양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어? 오래된 나무는 당연히 속이 텅 비거나 가지가 부러져 형태가 망가지는 걸로 알았어.”

친구가 대답했다. “긴 세월 동안 변고(變故)가 많았을 텐데, 평지에 서 있는 이 나무가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그러게. 벼락 한 번 맞지 않고, 난리도 비켜가고.” 그토록 오래 살아도 완벽한 균형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아무리 봐도 놀라웠다. 우리는 신기한 듯이 사방으로 균형이 잡힌 은행나무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오래 살아도 예쁜 나무는 처음이야. 너무 예뻐. 자주 와야겠어.”

“수형이 너무 예쁘지? 나도 자주 와. 계절이 변할 때마다 모습이 바뀌거든.”

“나무도 예뻐야 찾는구나. 그러니 사람은 오죽하겠어?” 동시에 까르르 웃었다. 생의 반환점을 돌면 속도는 더 빨라진다. 우리는 계절마다 자주 찾아와 장수동 은행나무가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제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끼는 삶의 여유를 가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눈이 내리는 날 꼭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했다. 눈 덮인 은행나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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