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환의 인문학칼럼
포르노 정치
20세기 후반 프랑스 공산당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정치가는 조르주 마르세이다. 그의 생김새는 자신의 반대편 짝인 극우 정당 당수, 장 마리 르펜과 아주 닮았고, 마침 둘의 행동과 말투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에 나온 돼지 꺄마라드를 즉각 연상케 한다. 동서로 진영이 명백히 갈라져 있던 시절 이 두 당수들은 가끔씩 황당한 발언들을 툭툭 던져 정치를 희화화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이 두 정치인은 오늘날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 변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느 날 한 기자가 전자에게 “당신은 공산당 당수이면서 무슨 돈이 그리 많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늠름하게 응수했다. “이 사람아, 공산당이 무엇인가? 공산당이란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것 아닌가? 내가 바로 그 일호라네. 다들 나를 따라서 부자가 되면 되는 거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희극적인 정치인들이 많이 탄생해서 따로 코미디를 볼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의 섹스당 당수는 유세 도중 가슴을 보여 주면서 환호와 갈채를 유발한다. 물론 당선도 성공하였다. 그런데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땅도 비옥하고, 다른 관광 자원이나, 기술 수준이 월등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좀 개판을 쳐도 나라가 무너질 정도로 추락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럴 정도가 되면 국민들이 가만 놔 두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나라 밑 지중해 안에 유럽 문명의 원조인 그리스가 있다. 이 나라도 가만 둬도 그럭저럭 잘 살아 갈 터인데, 정치인들이 장난을 좀 심하게 쳐버렸다. 포퓰리즘이라는 약을 가지고 국민을 타락에 빠뜨려 이제는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이렇게 보면 웬지 우리의 현실과 상당히 닮아 보이지 않는가? 우리의 강남 좌파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무상 복지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셍 시몽이나 푸르동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도 이렇게 거저로 돈을 뿌리자고 하지는 않았다. 마르크스도 노동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원했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포르노의 세계와 아주 흡사하다. 포르노와 헤로인은 공통점이 많다. 포르노란 젖과 꿀이 흐르는 섹스의 낙원을 정당한 대가 없이 제공해주고 또 향유한다. 실제 생활에서 평범한 남자가 여성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투자, 애원을 해야 겨우 성공할까 말까 할 정도로 귀하고 값비싸다. 그런데 포르노 영화나 예술 속에서는 눈짓 한 번에 여성이 당장 옷을 벗고 달려든다. 때와 장소, 신분적 제약, 그럴법함의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예술은 금기를 깨뜨리고 타파하는 데서 자유를 느끼고 그 한계를 극복한다. 그러한 한계 극복이 예술의 본질인 것이다. 자유도 마찬가지다. 한계가 없고 완전히 풀어진 방종은 자유가 아니다. 타인의 자유에 해를 끼치는 방종은 당장 자신의 자유에 심각한 타격을 불러온다. 복지 정책을 확대 할수록 국민의 세금 부담은 늘고, 물가는 폭등한다. 그러면 결국 그 피해는 심각한 소득 감소로 돌아온다. 무상 복지란 결국 무상 갈취의 다른 말이다.
얼마 전에 북쪽의 지방 도시에서 젊은 군인들이 군용 트럭을 타고 시내를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뭔가 그리움 같은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아, 우리의 안보를 위해 젊은 군인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구나. 그런데 저들의 아버지와 같은 우리의 정치인들은 안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언젠가부터 군인들이 작전을 위해 시내를 이동하는 것이 희귀한 현상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우리의 안보가 확고해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군사행동을 억제한 때문인가? 안보불감증에 걸린 정치인들이 조만간 스스로 무장해제하자고 하지나 않을까? 평화를 무상으로 얻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포르노나 룸살롱 이용을 아주 열심히 한 사람들 덕분에 평화가 그렇게 쉽게 공짜로 얻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제 그만 미몽에서 깨어나 뻥뚫린 안보의 벽을 때우도록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아무리 강한 적에게라도 굳건히 맞서고, 그만한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 나약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은 스스로 물러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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