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협동조합에 자본주의의 미래가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볼로냐대학이 있는 볼로냐가 있다. 이 아름다운 도시는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주도이며, 협동조합의 수도라고도 일컬어지는 도시이다.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약 8,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번창하는 지역이다. 협동조합이 지역 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볼로냐의 경제는 45%나 차지하고 있다. 이 주의 1인당 소득은 5만 달러정도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고소득 지역이다. 이곳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갈 때 “콥(co-op: 협동조합)에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도 협동조합 택시를 타고, 집을 살 때에도 부동산 협동조합을 통해 사고, 아이들이 가는 유치원도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유치원이다. 학교의 급식도 협동조합이 하고, 개인 병원 의사들이나 장례식장도 협동조합으로 운영한다. 모든 일상생활에 협동조합이 함께 하고 있다. 생산, 유통, 건설, 서비스, 금융 등 모든 분야가 협동조합의 대상이 된다. 나아가 협동조합끼리 협동하여 또 다른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협동조합들의 협동조합’인 레가코프는 회원인 협동조합들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이 지역에 이렇게 협동조합이 번창한 이유는 이 지역에 오랫동안 내려온 연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영국의 로치데일에서 처음 탄생했으나, 곧 이어 유럽의 전 지역에서 앞을 다투며 우후죽순처럼 발전하였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의 농민이나 중소 상공인 및 일반 소비자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한 공동체이다. 자본주의의 발전동력은 경쟁이다. 서구 자본주의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쟁에서 뒤쳐지는 사람들이 협동하여 경제적 이익을 지키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본주의가 발전한 지역보다 평균임금과 소득이 높고, 실업률은 늘 더 낮다. 즉 경제가 더욱 단단하다는 얘기다. 구성원들의 신뢰가 높은 공동체 정신의 전통이 자본주의에 결합한 결과라 할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 동력의 패러다임을 경쟁에서 협동으로 전환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본다. 이들이 하는 협동조합 중에 노숙자 자활을 돕는 코프라스트라다(Coop La Strada)가 있다. 조합이 노숙자에게 청소용역, 공원관리, 자전거 수리 등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을 마치면 노숙자들을 조합원으로 맞이한다. 조합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준다. 이렇게 협동조합이 사회복지서비스의 역할을 대신해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능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공동체에 온기를 불어 넣는다. 현대 자본주의를 재도약시킬 비법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공동체 정신이 무너지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을 통한 공동체의 재건이 절실히 필요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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