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김동연 아주대 총장의 특별강연
‘유쾌한 반란’을 통해 ‘끊어진 계층 사다리’이어야
월드옥타와 아주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차세대 글로벌 창업 무역스쿨에서 아주대 김동연 총장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김동연 총장은 우리 사회 도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유쾌한 반란’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양극화 해법은 단절된 계층 사다리 극복이다”, “정답을 찾지 마라”, “반란을 하되 유쾌하게 하자”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묻어난 김 총장의 메시지는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그의 강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화두로 CSR과 협동조합을 전문으로 다뤄온 본지의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내용이었다. 김성은 기자 soul-8@naver.com
김동연 총장은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그나마 가능했던 시기에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인물이다. 11세에 부친을 여의고 청계천 판자촌에서 소년가장 역할을 하며 어렵게 공부한 그는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같은 해 행정고시, 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해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도 한 그는 이후 공직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나갔다.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시작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거쳐 기재부 차관을 지냈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2015년 2월 아주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아젠다를 꾸준히 제시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하는 김 총장의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여태까지 우리가 봐왔던 대학 총장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까?’를 고민하는 총장, 그런 고민을 고스란히 대학 시스템에 반영하는 총장, 기회가 닿는 대로 자신의 깨달음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총장…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김 총장은 “잔잔한 바다는 좋은 뱃사공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로 강의를 열었다. 부딪치며 싸워야 발전한다는 얘기다. 부의 집중에 따른 소득 불평등, 그로 인한 양극화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만 하는데 그것을 바로잡을 사람은 ‘정답 찾기’에만 빠져있다. 그는 이렇게 진단한다. “초등학교 3학년 시험지에서나 삼성 직무 적성검사에서나 정해진 답만 찾는데 길들여져 있으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나는 아주대 학생들에게 ‘정답을 찾지 말라’고 강조한다. ‘유쾌한 반란’이 필요하다. 개개인이 알을 깨고 나와야 다양성을 가진 사회가 된다. 사회는 이러한 다양성을 ‘포용’과 ‘배려’로 감싸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신의 한수’는 ‘정석’이 아니었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정해진 답이 아닌 가보지 않은 길을 갔기 때문에 좋은 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인용했다.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의 “10년 후 일자리 60%는 아직 탄생 전”, 올해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의 말 “초등학교 신입생 65%는 현존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라며 다양성이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 김 총장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발굴’하고자 아주대에 ‘파란학기제’를 도입했다. 알을 깨고 나온다는 의미의 ‘파란학기제’는 학생이 자기가 하고 싶은 수업을 직접 설계하고 제안해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으면 지도교수를 붙여주고 장학금을 주는 제도다. 김 총장은 “‘파란학기제’를 통해 42개 과목이 신설됐다.”며 “학생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도전을 하고 시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파란학기제를 통해 ‘경주용 자동차 제작과 국제대회 참가’, ‘세계 최초의 수화를 통한 심리상담’, ‘영화제작부터 해외 영화제 출품까지’, ‘3인 소규모 인디게임 제작 및 출시’, ‘위치 기반 중고도서 거래플랫폼 개발’ 등 기발한 과목들이 신설됐다. 이 과목들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정규 과목에 비해 3배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자랑했다.
김 총장이 제안하는 ‘유쾌한 반란’을 제대로 일으키려면 ‘사회 구조’ 개선도 시급하다.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가 부를 가진 1%와 가지지 못한 99%의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냈듯 소득불평등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얻은 부와 지위가 대물림 되면서 부의 집중도는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계층 간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 ‘단절된 계층사다리’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가 주목하는 ‘단절된 계층사다리’ 문제는 해외교환학생을 뽑을 때도 드러난다. 교환학생을 뽑을 때 기준이 되는 어학 성적과 학교 성적도 결국 가정 형편과 연결된다는 판단 하에 학교 성적과 어학 성적을 배제하고 학생의 의지만으로 선발한다. 20%는 타 대학 학생들로 채워 혜택을 나누고 모든 필요 기금은 외부 펀딩으로 모금해 ‘공유 가치’를 창출한다.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도움 받은 만큼 도움 주는 사람이 되겠다.”며 좋은 가치를 나눈다. 이러한 선순환이 자리를 잡을 때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김 총장의 ‘유쾌한 반란’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1957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다. 1975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한 뒤 1982년 입법고시·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이후 1988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1993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2년간 공직생활을 하며 △경제기획원 사무관 △세계은행 프로젝트 매니저 △대통령 경제금융 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2014년 7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2월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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